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 연길 May 26. 2021

당신 다움을 정의해 주세요

인터뷰 DAY 4



Q. 당신은 당신을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당신이 당신답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당신 다움에 대해 정의해주세요




A. '나에 대해서 너가 뭘 알아?'.

제 입에서 몇 번 나왔던 말입니다. 대부분은 그런 경우예요. 아직 상대방에 마음을 열지 않았는데 갑자기 저를 평가하려고 할 때 욱해서. 심지어 회사 선배에게도 한 적이 있네요. 물론 반말까진 안 했지만요. 어쩔 때는 저에게 조언을 해주려는 이에게도 그랬던 적이 있습니다. 돌이켜보니 부끄럽고 미안하네요.


기저엔 '스스로에 대해서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나다'라는 관념이 자리했죠. 그리고 '너는 나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라는 논리로 이어졌겠죠. 그럴 만도 한 것이 저는 실제로도 저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하긴 합니다. 그래서 늘 심각한 표정이죠. 심지어는 이렇게 말한 적도 있어요. '나는 나에 대해서 죽을 때까지 탐구하고 싶다. 그것이 삶의 목적이다'라구요. 저런 말을 서른 넘어서까지 하고 다녔다는 사실이 참 오그라드네요. 이런 모습이 저답다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이런 생각이 바뀌고 있는 건 얼마 전부터입니다. 일단 괴로움이 컸기 때문입니다. 한 번 들어보세요.

일단, 생각이 많으면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을 하는 경우의 수도 늘어납니다. 보통 후회 같은 걸 많이 하고 앉아있죠. 정신 차려보니 남의 시선을 신경 쓰고 있는 상황도 꽤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죠. 저는 저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실은 남을 더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그러다 보면 자존감이 약화되고, 남을 미워하기까지 하게 됩니다. 그게 참 곤혹스럽습니다. 사서 스트레스 하는 셈이죠. 이는 전문가들이 흔히 얘기하는 불안감이 쌓이는 상태와 연관되기도 합니다. 알코올 남용 등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죠. 그래서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과도하게 하지 말라 권한다고 합니다. 이제는 그 말이 납득이 가요.


제 자신에 대한 생각이 많다는 건 이번 인터뷰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느꼈어요. 답변이 매일 술술 나오더라구요. 확실히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지금도 말이 많죠. 그래서 변하기로도 마음먹었어요. 바꾸어 보고 싶습니다. 에너지를 분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고 있는 일,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에 조금 더 집중하고 감탄하는 데에 할애하고자 합니다. 저의 저다움은 지문 같은 거라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드러날 것입니다. 저 같은 사람도 이렇게 변해가니 '자기 다움'이라는 건 정말 정의하기 참 힘든 일인 것 같네요.




* 하루에 한 번 강제적으로 글을 쓰게 도와주는 [컨셉진]의 인터뷰 구독 서비스에 답변했었던 내용들을 기록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삶의 원동력은 뭔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