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겨울이야기3

by 홍유

겨울잠을 잤다. 하루 종일 끼니 때만 빼고, 계속 잤다. 남편은 재택근무 중이고, 아이는 원격수업 중이다. 나는 엊그제 시행된 시험의 문제지를 출력해 놓고 수면 중이다. 어서 풀이를 써서 책으로 묶어야 하지만, 오늘은 잠을 좀 자고 싶다.


인간의 3대 욕구를 수면욕, 식욕, 성욕이라고 한다. 그 중, 나의 욕구는 수면에 몽땅 쏠린 것 같다. 결혼 전부터도 먹고 싶은 것은 잘 참아도 잠은 잘 못 참는 편이었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수면 리듬이 완전히 깨진 다음부터는 수면에 엄청나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어릴 때, 주변에서 둘째 소식을 많이 물었다. 둘째 계획을 단호하게 거절하던 나에게 여러모로 불편한

시간이었다. 심지어 이유를 꼬치꼬치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서글프게도 대부분 나를 잘 모르는 분들이었다. 길을 가다 아이와 함께 있는 나를 보고, 초면에 “애가 몇이냐?”를 묻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하나예요”라는 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둘째를 낳으라고 말씀하시던 분들에게 어떤 답을 해야 할지 늘 난감했다. 지금이라면 조용히 일별을 던지고 말겠지만, 그때는 그래도 어렸던지라 “차차 낳아야죠” 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사실 그 때, 마음 속으로 ‘저는 잠을 자고 싶어요!’라고 격렬하게 외쳤더랬다. 아이가 처음 태어 났을 때는 두 시간 간격으로 하는 수유 때문에 하루 종일 멍하니 지났다. 오직 수유 시간이 네 시간으로 늘어난다는 한 달만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 한 달이 되어 네 시간마다 아이가 깨고, 수유 간격이 점점 늘어 밤에 통잠이라는 것을 자던 그 때의 기쁨이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가끔씩 밤에 칭얼거리면, 토닥거리면서 함께 잠들고 그렇게 수면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살만한 일이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서부터는 왜 그리도 아프던지. 한 달에 두어 번씩 감기 때문에 열이 38도까지 오르면, 해열제를 먹이고, 물수건으로 아이를 닦아내며 밤을 지샜다. 그래도 열이 안 떨어지면, 새벽 두 시에 아이를 태우고 병원 응급실로 향하기도 했다. 멍한 정신에 아이를 태우고 집으로 와서도 잠을 자지 못하고 아이를 챙기던 시간. 내 일도 해야 했기에, 부족한 잠을 또 쪼개고 쪼개서 쪽잠을 자던 시간. 주말에도 아이를 챙기고, 날이 좋으면 잠시 외출도 해야 했기에 나는 늘 졸렸다. 아이 아빠가 지방으로 발령을 받아서 주말 부부를 할 동안, 4년 정도의 시간을 나는 ‘실컷 자고 싶다’는 소원을 품은 채로 지났다.


드디어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니고, 밤을 어릴 때처럼 무서워하지 않는다. 잠도 푹 자고, 어릴 때처럼 크게 아프지도 않는다. 이제 잠을 많이, 푹 자는 것이 가능하다. 원격 수업 중이라서 아이가 집에 있다. 내가 쪽잠을 자고 있으면 배고프다고 깨울지언정 혼자 뚝딱뚝딱 수업도 듣고, 숙제도 한다. 드디어 10년 만에, 잃어버린 잠을 찾아간다.


나의 가장 큰 소원은, 혼자 모든 것을 잊고 푹! 자는 것이다. 오늘, 드디어 소원을 이뤘다. 비록 낮잠이지만, 남편과 아이가 각자 일을 하는 시간. 나는 잠을 잤다. 밥때만 일어나서 밥을 같이 먹고 아무것도 안 한 채 잠만 잤다. 깨어 보니 오후 다섯 시. 정말 하루 종일 잠만 잤다. 더 잘 수 있었지만, 남편과 아이가 집을 청소하는 소리에 깨어났다. 조금 아쉬운 잠은 오늘 밤을 기약하면서 말이다.


잠. 오늘 한 일 중에 유일한 일이고, 가장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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