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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si May 09. 2016

어버이날

나는 어버이날에 태어났다

엄마는 내 생일이라고 통장에 50만원을 찍어보냈다. 고작 태어나서 빌빌거리는게 전부인 생에 엄마는 늘 대단한 의미를 부여해준다. 무엇을 하고 살든지 상관없다는 엄마의 말과 응원은 늘 죄스럽다. 특히나 오늘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고역이다.
 어버이 날. 내 생일. 부모님은 늘 내게 말했다. 그 날 아침, 너는 참 큰 선물이었다고. 그들의 아침에 울렸을 나의 큰 울음은 그들에겐 큰 기쁨이었다. 다시 맞는 나의 아침은 아이를 품에 안던 아버지의 아침보다 한 살이나 많다. 그 아이의 울음은 아직 쉽게 그치지 않았는데 나는 벌써 스물 여덟이라는 숫자를 맞이한다.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것들이 전부 이루어지지 않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나에게 선물이라도 주듯 바랬던 것들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급함이 더 해져 이상한 추동을 갖긴 했지만 마음 한 켠이 여전히 기쁘지는 않다. 그저 죄인이 되는 날, 어쩜 생일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 날에 태어난 걸까. 엄마한테 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이런 쓸모없는 글이나 끄적이며, 그저 심연으로 들어가기 바쁘다. 아무도 오지 않는 바닷 속 물소리만 듣고 싶은 날. 약속했던 말들이 생각나 한참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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