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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si Dec 31. 2016

어른.

소년에서

참 다양한 날들이었다. 정말 칠흑이라는 단어를 마주하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간도 있었고, 나름 찬란하게 빛이 나던 순간들도 기억한다. 무엇보다 올해 가장 크게 내 삶에 와 닿는 마음들은 '대수롭지 않게 어른이 되어간다'는 느낌인 것 같다. 삶에 대해 생경하고 어리숙했던 시간을 지나, 이제 그 친구의 말처럼 나는 정말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내 마음가짐 자체도 이제는 정말 어른 같다.
 어른들의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나도 그럴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소년을 지난다. 언제고 늘, 소년이길 원했는데 그런 삶은 역시나 쉽지 않다. 내가 다짐했던 스무 살의 방성준은 없다. 무너지고, 으스러져서 어딘가에 따라오지 못한 그를 위로한다. 하지만 내 선택은 생존에 가까웠다. 나는 살기 위해서 어른이 되어야만 했다. 내가 마주하는 이 공기들은 너무 탁했다. 나는 허물을 벗듯 그 친구를 그 자리에 놓고 온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진짜 죽었겠지.

 모든 상황에 가능성을 열어둔다. 어른이 되는 것과 지금보다 더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것까지도. 심지어 그 과정을 선택하며 했던 번뇌도 이제는 없다. 더욱 내일을 살아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예전처럼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지 않는다. 나는 분명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사랑하는 시인처럼 흔들리며 나아가리라는 것이다. 부끄러워할 줄 알고 내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그런 삶을, 올해의 마지막에 다시 한번 다짐한다. 너무나 많이 크고 변했던 날들이기에 나를 정리하는 것이다. 내일을 사는 삶, 생존이 먼저인 삶. 더는 철부지 같은 단어에 목숨 걸지 않는다. 안타깝지만 나는 어른이 되었다. 더욱 멋진 어른이 되길 2017의 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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