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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si Mar 25. 2016

엄마의 컬러링

슬픈가곡

엄마의 컬러링은 언제나 비극적인 노래다. 정확히 곡명은 모르지만, 딱 듣기만 해도 우울해지는 그런 마이너 풍의 가곡들. 처음에는 엄마의 마음이 너무 도드라지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몇 번이고 컬러링을 바꾸라고 했다. 하루에 한 번씩 전화하는 아들에게 그런 비극적인 음악을 선물해야 하겠느냐며, 주기적으로 엄마에게 새로운 컬러링을 추천했다. 하지만 엄마는 늘 새로운 마이너 풍의 가곡으로 컬러링을 바꿨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엄마의 컬러링은 찬양이었다. '원컨데 주께서 내게 복에 복을 더하사 나로 지경을 넓히시고'. 그 날 이후, 엄마는 컬러링을 바꿨고, 여전히 전화하는 모든 이에게 본인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하신다. 아주 도드라지게. 어떻게 보면 참 세련되지 못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직접적이고, 슬펐기 때문에 나는 엄마에게 매번 권유를 했다. 매일 울고 있는 바이올린 선율들이 너무 속상해서.

  오늘도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딱히 할 이야기도 없지만, 습관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사랑해, 괜찮아, 힘내자의 단어를 나열하는 것. 오늘도 같은 목적으로 엄마의 컬러링을 들었다. 질질 짜고 있는 바이올린들. 역시나 무감각해진 나는 더 이상 동요되지 않았다. 계속되는 컬러링.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떤 연유에선지, 가곡은 1분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고, 나는 엄마가 이대로 전화를 받지 않았으면 했다. 이대로 전화를 받지 않고, 우리에게서 도망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젊은 당신의 모습을 찾을 수만 있다면, 이따위 삶이 문젤까. 어머니.

그리고 전화기를 내려놓으려는 찰나. 바이올린은 변주하며 메이저로 조를 바꿨다. 아주 경쾌하고 맑은 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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