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에서 25년 치 지가 상승률을 공개했습니다.
IMF, 국제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매년 상승 안정세라고 할 수 있어요
안녕하세요,
물음표노트를 작성하는 강훈구입니다.
오늘은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서 '왜 실물 부동산 대비 토지 시장이 괜찮은가?'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려고 해요. 이건 없는 자료를 지어서 만든 것도 아니고, 제가 토지 분양을 해서 이런 글을 적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꼭 숙지하시고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금리 기조가 팽배했던 2000년대 초반에 아파트를 안사면 멍청이라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그 정도로 집을 사기가 수월했고, 수익률도 뛰어났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아파트 가격만 오른 줄 아시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2001년~2002년에 지가는 8.9% 상승했었거든요. 물론, 그 당시에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그 시기엔 어디에 투자를 해도 수익을 볼 수 있었거든요. 저는 그 시기에 태어나긴 했었지만, 특별히 뭔가를 사고하고 분별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실제 와닿는 느낌이 덜 하긴 합니다. IMF 당시에 초등학생이었는데 무슨 감흥이 있었겠어요? 그때는 딱지 치고, 포켓몬스터 스티커를 모으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당면 과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재미있게 보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일이 그렇다 보니 과거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달리 보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이런 표들이 달리 보이셔야 해요.
△ 위의 내용은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25년 치 연간 지가 상승률을 제 나름대로 편집해서 만든 도표입니다. 사실상 특별한 변곡점이 없는 1998년 이전의 데이터는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살짝 언급을 드리자면... 1994년~1997년에는 연평균 1% 이내의 상승세를 유지해 왔었습니다. 부동산 강사들이 흔히 말하는 '땅값 상승 안정기'였죠.
하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은 하나입니다.
땅이 항상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던 것은 아니다!
아래를 보시겠습니다.
△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25년 국내 땅값은 누군가들의 말처럼 '지속적인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라고 말할 수 없어요. 보시는 것처럼 급락했던 시기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과거 '국가부도의 날'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토지 시장의 안전성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1997~1998년은 국가부도 사태가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흔히 IMF라고 불렸던 그 시기죠. 다음의 급락은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7~2008년으로 전 세계의 경기가 크게 휘청였던 때였습니다.
이런 급락 지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지 시장이 실물 부동산 대비 안전하다는 이유는 왜 그럴까요?
일단 2가지 현상의 공통점은 '개인이 피할 수 없는 사회현상'이었다는 겁니다.
대부분 투자를 고민하는 분들이 재테크 수단이 불안정하여 차라리 적금을 넣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이 시기에는 오늘날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하는 은행들도 줄 도산을 했었습니다. 재계 자산 순위 100위권에 있는 기업들이 하나, 둘 쓰러졌으며 환율이 오르면 유가가 인상된다는 소식에 기름을 넣으려는 사람들이 주유소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었죠. 경제 전반이 멈춘 것도 아니라 아예 퇴보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토지라고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죠.
△ IMF 극복 이후, 경제 상승 국면에서 한국은 엄청난 경제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그와 함께 토지 시장도 급격한 상승률을 보였죠. 게다가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급격한 지가 상승을 기록한 2002년도 있습니다. 이 시기에 부동산을 보유했던 분들은 분명 큰 수익을 보셨겠죠.
그리고 2009년 이후, 특별한 문제 없이 꾸준한 상승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토지 시장이 주택 시장 대비 안전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토지 시장이 안전 자산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부증성(不增性) 재화이기 때문이죠.
부증성(不增性)이란 쉽게 설명해서 '자체적으로 증식할 수 없는 성질'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주택 시장은 얼마든지 증가가 가능해요. 토지라는 원재료에서 어떤 건물은 1~2층 정도밖에 건설할 수 없지만, 또 다른 토지에서는 건물을 30층 이상도 올릴 수 있어요. 즉, 얼마든지 한정된 재료 안에서 증식이 가능한 게 주택 시장이라는 겁니다. 이러한 투자처는 경기 상승 국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어요. 그야 말로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거니까요.
그 때문일까요? 아직도 부동산에서는 아파트를 대장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시간동안 큰 폭으로 아파트 가격이 증가하는 것을 목격해 왔잖아요? 하지만 많은 이들이 배경이 됐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아요. 주택 시장은 '의ㆍ식ㆍ주'처럼 인간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항목입니다. 즉,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 돈을 벌어주는 투자처의 역할은 아니었다는 거예요.
하지만 많은 이들이 '돈이 된다'라는 생각으로 몰렸기에 희소성이 높아졌고, 그 덕분에 갭투자 같은 것들이 성행한 겁니다. 어떻게 한 개인이 신도시 지역의 아파트를 60채 이상 갖을 수 있을까요? 주택 시장의 몰락은 자연스러운 흐름인 겁니다.
이것이 토지 시장과 주택 시장의 극명한 차이점이에요.
주택 시장은 유한하지 않고, 토지 시장은 유한합니다. 앞으로 이러한 차이는 점점 격차를 벌려나갈 거예요.
물론,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국내가 대세 하락기라고는 하지만, 규제 및 완화 정책에 따라 그래프가 달라질 수 있겠죠.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수요가 떨어지고 경제 위기가 오면 부동산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는 겁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것이 상대적으로 덜 손해를 볼까요? 어떤 투자처가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피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봐도 토지밖에 없습니다.
△ 경제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인구가 주는 것에 대해서 큰 위기의식을 못 느끼는 것 같은데요.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수요의 절댓값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2000년 초반에 수요의 최대치가 10이었는데, 2030년에 수요의 최대치가 5로 준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건 경제 규모가 반 토막 난다는 소리입니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새로운 아파트가 계속 지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아파트가 남아도는 현상이 생기겠죠?
과연 이때도 증식이 얼마든 가능한 주택 시장이 과거처럼 급격한 반등을 보일까요?
글쎄요... 아마 절대 그럴 리 없을 겁니다.
명심하세요, 희소하지 않은 상품은 결국 값어치가 떨어집니다.
과거에는 우유가 귀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렇지 않죠.
과거에는 바나나도 귀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렇지 않죠.
과거에는 컴퓨터도 비쌌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렇지 않죠.
과거에는 아파트가 비쌌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가 정답이라고 굳이 얘기하진 않겠습니다. 또 다른 선택지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하지만 남들처럼 그럭저럭한 투자처를 계속 고집하면, 남들처럼 그럭저럭 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상 마칠게요.
브랜드 컨설턴트로 회사를 다니다가 야심 차게 사업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1년 만에 대차게 말아먹었습니다. 그 당시 가장 자신 있었던 일로 '실패'의 고배를 마시고 나니깐, 뭘 해도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 뒹굴뒹굴하다가 부모님 눈치가 보여서 무작정 알바를 찾으러 나갔어요. 그러던 중 현대건설에서 모집하는 고수익 알바가 보였습니다. 업무는 '전철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는 일'이었어요. 매번 일할 때마다 편의점도 없는 깡촌에 왜 이런 것을 설치하나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래도 추운 겨울, 꽁꽁 언 손을 후후 불어가며 밤새 일을 했어요. 1호선 지제역에서 보수 작업을 마치고 새벽 5시 25분에 첫 차를 타고 귀가하다가 놀라서 일어난 곳이 가산디지털단지였습니다. 집으로 가려면 최소 40분가량을 되돌아가야 했어요. 잠을 깨려고 자판기에서 사이다를 뽑아 먹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역 근처에 내 집이 있으면 좋겠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