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처럼 토지보상금이 풀리면 서울의 부동산이 급등할까요?
그 많은 토지보상금이 어디로 몰릴까요?
안녕하세요,
물음표노트를 작성하는 강훈구입니다.
연휴에 재미로 봤던 책이 '삼국지' 였어요. 아마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서 1번 정도는 접해 봤을 제목이죠? 왜 1번 이상 봤던 책을 다시 열어봤을까요? 답을 먼저 말하면, 관점이 특이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의 주인공은 유비에요. 그리고 그의 형제들이 난국에서 어떤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며 성장하는가를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번에 본 삼국지의 주인공은 조조가 주인공으로 등장했어요.
분명 같은 얘기였고 결말도 역사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얘기였습니다. 하지만 초점이 다르니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들였고, 상당히 흥미로워서 빠르게 읽었던 기억이 나요.
이번 부동산 이슈는 '초점을 달리해서' 해석해 보겠습니다.
과거에 103조 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노무현 정부가 판교신도시 개발 등에 따른 토지보상금을 대규모로 풀던 시절이었어요. 2006년 29조 9000억 원, 2007년 29조 6000억 원 등 잇따라 대규모 토지 보상금이 나왔죠. 그로 인해 보상금이 대거 서울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엄청난 상승이 일어났죠. 노무현 정부 5년간 전국의 집값 상승률은 63%가량이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정권 경험자들은 이번에 풀리는 대규모 토지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불러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어요. 저도 충분히 합리적인 예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기서 조금만 시야를 달리해볼게요.
사실 많은 분들이 잘 모르지만, 비슷하게 토지 보상금이 풀렸던 때가 또 있었습니다. 바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집권해있던 때였어요. 이때는 오늘날 이슈가 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똑같이 일어났던 시기였습니다. 다들 4대강 사업을 잘 알고 계시죠? 이때 정부에서 발표한 토지보상금은 무려 117조 원이었습니다. 이때 부동산 시장은 어땠을까요?
△ 보시는 것처럼 급락했어요. 혹자들은 간신히 추가적인 급락을 방어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오늘날의 경제는 어떤가요? 위에 소개된 2개의 정권 중 어느 것과 유사하게 보이십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어요. 실제로 최근에는 집값이 꾸준한 하락을 보이며 '하락 안정세'에 들어섰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거시경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는 G2(미국, 중국)가 아직도 무역분쟁 중이죠.
△ 2019년 2월 12일 오전에는 미중 무역협상에 관한 기사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었습니다. 향후 어떤 그림이 나올지 궁금해서 봤는데, 역시나 변한 것이 없어요. 기사의 제목에 적혀있는 '관망세'란 팔짱 끼고 지켜본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혼조 마감'이란 오르고 떨어지는 것이 규칙적이지 않게 산재해 있다는 것이죠.
즉, 문재인 정부의 토지보상금은 노무현 정권과 같은 집값 상승을 야기하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에 대해서 각자 생각들이 많을 것이라 봅니다. 단순히 제가 미개발 토지를 분양하고 있어서 그럴까요? 천만에요... 종합 부동산에 근무 중인데, 토지와 실물 부동산에 대해서 편견이 있겠습니까? 저는 단순히 현 상황만 놓고 얘기를 하는 거예요.
△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가 9.42% 상승했다는 기사를 봤고, 현재는 공시지가 조회 사이트가 마비 상태입니다. 실질적으로 조회가 가능한 시점은 2019년 2월 13일인데 벌써부터 사이트가 마비라는 것을 보면, 이번 변화에 가슴 졸이는 분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겠죠. 뉴스에서 발표한 시도별 공시지가 변동률을 조회해 보니 아래와 같았습니다.
△ 이렇게만 보시면 잘 모르실 텐데요. 이 표를 간단하게 해석해 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3년 연속 공시지가 변동률 1위를 기록했던 제주도(16.45% → 9.74%)로 밀렸어요. 그리고 2018년 기준 9위에 위치했던 서울(6.89% → 13.87%)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변동률 상위 3개의 지역은 서울(13.87%), 광주(10.71%), 부산(10.26%)인데요. 가볍게 전국 평균인 9.42%를 웃돌았습니다. 이곳들의 공통점은 개발 호재가 있다는 것인데요. 서울은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영동대로 지하 통합개발계획, 광주는 에너지밸리산업단지 조성, 부산은 주택재개발 사업이 표준지 공시지가를 올린 주요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상위 3개 지역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서울 강남구(23.13%), 서울 중구(21.93%), 서울 영등포구(19.86%), 부산 중구(17.185), 부산 진구(16.33%)로 '최고 변동'이라는 명예의 전당(?)에 자리매김했어요. 게다가 광주는 2018년에 들어 급격하게 집값이 올랐던 곳이죠?
이를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이 뭘까요? 주택시장의 투기 수요가 팽배했던 '집값 급상승 지역'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정보들이 왜 토지 투자의 수요를 높이느냐는 의문이 생기지 않나요?
위와 같은 의문에 대한 답을 드리면, 표준지 공시지가의 주요 대상이 개발이 완료된 도시지역 인근이라는 겁니다. 이걸 다시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어요.
아, 미개발지(원형지)는 괜찮겠네?
요즘 부동산 투자자들이 가장 괴로워하는 것이 바로 세금 문제에요. 정부는 조정대상지역과 같은 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공시지가를 높이 올렸습니다. 그리고 해당 지역의 토지를 보유한 사람들은 과거 대비 훨씬 많은 세금을 내겠죠. 정부는 거둬들인 세금을 어디에다 투자할까요?
부동산 투자의 성공 방법이 '규제와 완화의 틈을 찾는 것'이라는 가정에서 규제의 영향을 가장 덜 받은 곳이 어디겠어요? 개발이 되지 않은 미개발지입니다.
즉, 정부의 22조 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리면 많은 목돈들이 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 미개발지로 몰릴 것이라는 얘기에요.
저처럼 원형지의 토지를 다루는 사람에게는 위와 같은 내용들이 오히려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이 계속 모인다면 결국에는 원형지의 토지도 규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오늘날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풍선효과가 자주 관찰되고 있습니다. 어딘가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곳이 말썽을 일으키죠. 2019년 부동산 시장 전망은 계속해서 살얼음 위를 걷는 것 같아요. 이러한 부동산 춘추전국 시기에 나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상 마치겠습니다.
* 풍선효과 : 어떤 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부분에서 부각되어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는 현상을 뜻함.
브랜드 컨설턴트로 회사를 다니다가 야심 차게 사업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1년 만에 대차게 말아먹었습니다. 그 당시 가장 자신 있었던 일로 '실패'의 고배를 마시고 나니깐, 뭘 해도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 뒹굴뒹굴하다가 부모님 눈치가 보여서 무작정 알바를 찾으러 나갔어요. 그러던 중 현대건설에서 모집하는 고수익 알바가 보였습니다. 업무는 '전철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는 일'이었어요. 매번 일할 때마다 편의점도 없는 깡촌에 왜 이런 것을 설치하나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래도 추운 겨울, 꽁꽁 언 손을 후후 불어가며 밤새 일을 했어요. 1호선 지제역에서 보수 작업을 마치고 새벽 5시 25분에 첫 차를 타고 귀가하다가 놀라서 일어난 곳이 가산디지털단지였습니다. 집으로 가려면 최소 40분가량을 되돌아가야 했어요. 잠을 깨려고 자판기에서 사이다를 뽑아 먹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역 근처에 내 집이 있으면 좋겠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