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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훈희 Aug 01. 2021

낭만적인 반성문의 아름다운 결과

종이 - 어른이 되면 보이는 것들 중

선생님께서 반성문을 꽉 채워 제출하라고 하셨다.


명확하진 않지만 지금 기억에 당시

친구들이랑 교실에서 장난을 치다가 걸렸던 것 같다.



다같이 교무실에서 나와서 노트 앞뒤로 빼곡하게 

무슨 내용으로 어떻게 반성문을 쓸지 고민했다.


첫 마디를 시끄럽게 해서 잘못했고 죄송하다.

라고 쓰고나니 빈 공간이 너무 많았다.


반성문의 여백을 어떻게 채울까 고민하다가

촛불이 빛으로 방안을 가득 채우 듯

시를 써서 여백을 아름다움으로 채웠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분분한 낙화......


그날 반성문에 쓴 이형기의 낙화는

내 엉덩이로 회초리를 수직 낙하하게 했다.


.


나이가 들고 여유가 생기면

내가 써내려 갈 흰종이에는 


낭만적인 문구들이 더 많아질 것 같았는데

더 현실적이고 직관적인 글들만 쌓여간다.



이제는 문장을 읽는 시간도 아끼려

불렛포인트와 숫자가 그 여백을 채운다.


글의 제목 마저도 무슨 무슨 건 으로

다들 인질처럼 건수도 하나씩 잡고 있다.


이제 서류에 낙화를 썼다가는 

내 글을 기다리는 거래처의 독자(?)들이

가야 할 때 아는 것 같으니 집에 가라고 할 것이다.


그래도 시를 쓰는 낭만을 부릴 수 있었던 

어린시절의 반성문을 생각하면서 오늘의 품의서를 만든다.


"그런 순수한 인간적인 감정으로다가 접근하면 안되지

 자본적인 개념으로다가 나가야지. 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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