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밑에는 부하직원이 약 200명 정도 있지

아빠 회사에서 아빠가 제일 높아

by 조훈희

"아빠 회사에는 빠방이 있어?"

"응, 아빠 회사 주차장에는 빠방이 많지"

"그럼 아빠 회사에 아빠 빠방도 있어?"

"아빠 회사에 아빠 빠방은 없어"

"그럼 누구 빠방이가 있어?"

"사장님 빠방이야. 아빠는 못 타"


4살짜리 아들은 한참을 울먹이다가 결국 목젖을 보이며 울어버렸다.

"으앙... 아빠는 빠방이가 없대"

나는 아들이 왜 우는지 도통 몰랐지만 우선 아들을 겨우 달랬다.


어린 시절 내가 아버지에게 했던 비슷한 질문이 기억났다.

"아빠는 회사에서 높은 사람이야?"

"응 아빠는 높은 사람이지"

"그럼 아빠 밑에 몇 명이나 있어?"

"아빠 밑에 한 200명 있어"

"그럼 아빠가 회사 가면 200명이 다 인사해?"

"응 당연하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200명이 줄 서서 아빠한테 다 같이 인사하는 모습을 상상하고는 아빠에게 소리쳤다.

"우와! 아빠 진짜 대단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당시 내 아버지의 직급은 ‘대리’였다.


점심시간, 모두 나간 조용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서 모니터와 씨름을 하고 있던 중에 평소에 잘 걸려오지 않던 아버지의 전화가 왔다.

"방금 할아버지 돌아가셨다."


차분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 모니터를 끄기 위해서 차분하게 3일 동안 있을 법한 회사 업무들을 정리하고 나섰다. 내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는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이제는 4살짜리 어린 아들처럼

"으앙..."

하고 소리 내어 울 수는 없었다.

회사는 그럴 수 없는 곳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모니터를 끄고,

아무렇지 않은 듯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장례식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야 비로소 울었다.

그제 서야 아무렇지 않은 듯 편하게 울 수 있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올라오는 차 안에서 한번 더 아무렇지 않게 울고, 난 다시 아무렇지 않게 회사에 앉아 있었다. 며칠 뒤 아버지께 괜찮으시냐고 전화를 드렸다. 그 시간에 내 아버지도 아무렇지 않게 아버지 회사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 두 아버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앉아 있었다.


나는 아버지처럼 ‘무뚝뚝하고 말 수 적은 아버지’ 말고, 나는 내 아들에게 ‘솔직하고 수다스러운 아버지’가 되어야지 라는 다짐은 지킬 수 없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솔직함과 아버지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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