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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 출근하기 싫어 병의 처방전

슬기롭게 병을 극복하는 방법

by 조훈희

"혹시 사장님도 월요일에 출근하기 싫으신지요?"


전 직원과 사장님과의 대화가 끝나고, 편하게 질문하라는 말씀에 편하게 질문을 드렸다. 편하게 던진 질문에 불편한 분위기는 조금 불편해진 것 같았다. 내 질문에 웃던 사람들은 주위를 살피더니 재빨리 표정을 바꿨고 여기저기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오랜 회사생활의 노하우가 쌓인 너그러운 사장님은 편안하게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사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출근하기는 더 싫어져요. 특히 눈비가 많이 오는 날은 더 싫지 않나요? 근데 질문하신 분은 어느 부서 누구신가요?"


직장인은 사원부터 사장까지 모두 아침에 출근하기 싫은 것이 당연하다. 출근하기 싫은 이유도 다양한데 불편한 관계, 복잡한 업무, 기나긴 통근거리 등 그 이유를 찾다 보면 회사에 있는 모든 이유가 출근하기 싫은 이유다. 그것이 현실이다.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 면접을 보던 시절

“꼭 합격하고 싶습니다.”라는 말의 의미는

“합격해서 사원증을 목에 걸고 아메리카노를 들고 걷고 싶다.” 혹은

“주위 사람들에게 난 대기업 직원임을 자랑하고 싶다.”라는 의미였다.

“회사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눈치 보며 일을 하고 싶다.”라는 현실적인 의미는 아니었나 보다.


출근하기 싫어 병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같이 계산기를 열어보자.

만약 당신이 받는 월급이 300만 원으로 가정하면 300만 원을 근무일수로 나눈다. 특히 명절이 있는 9월은 근무일수가 17일밖에 안되니, 300만 원을 17일로 나누면 회사에 나가서 하루에 받는 돈이 약 18만 원이 된다. 다음으로 일당 18만 원을 근무시간 8시간으로 나누면 한 시간에 약 2만 2천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것을 다시 1분 단위로 계산을 하면 당신은 1분에 약 360원을 받는다.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더라도 회사는 당신에게 3분에 천 원씩 주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 바라보면 당신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3분에 천 원보다 더욱 크다.


실 수령액 이외에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료와 현재 당신의 엉덩이 밑에 의자, 책상, 컴퓨터, 복합기 비용 그리고 곧 당신의 집에 도착할 명절 선물 구입비용까지 돈을 들여야 한다. 또한 직원의 입장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큰 비용을 차지하는 사무실 임대료가 있다.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당신이 회사 화장실에서 변을 보고 내리는 물 값과 비데 렌탈 비용, 마지막으로 당신의 변을 분해시켜줄 정화조에 투입하는 살균제 비용까지 당신으로 인해 당신은 상상도 못 할 다양한 비용이 더해져서 회사는 당신의 실 수령액보다 최소 2~3배가 넘는 비용을 당신에게 들이고 있을 것이다.


즉, 당신은 회사에서 받는 돈이 적다고 힘들어할지라도 회사는 나에게 들어가는 돈이 많다고 힘들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 회사 가기 싫다고 투덜거리다가 주는 사람 입장에서 계산해보면 사장님은 정말 관대하고, 인내심이 굉장한 분이시구나 싶다. 이렇게 생각하면 인간적으로 죄송해서라도 월요일에 꾸물꾸물 출근하게 된다.


내가 만약 사장이라면 지금의 나 같은 일개 직원에게 이 정도 돈을 투입하는데, 그 직원이 대놓고 전 직원 앞에서 사장님께

“출근하기 싫어요.” 혹은

“우리 회사는 이래서 안 좋아요.”

라고 이야기한다면 내일부터 당장 나오지 말라고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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