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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훈희 Aug 10. 2021

우산을 들지 못했던 엄마의 마음

우산 - 어른이되면 보이는 것들 중

그날도 비가오는 날이었다.


학교가 끝나자 우리들은 복도에 걸려있는

신발 주머니를 흔들며 출구로 뛰어나갔다.


실내화를 갈아신는 그 출구 앞에는

우산을 들고 데리러 나온 많은 엄마들이 서 있었고

난 당연하단 듯이 엄마를 찾지 않았다.


그날도 비를 맞으면서 집으로 향했다.


나와 비슷하게 우산이 없는 친구들은

신문지로 고깔모자를 만들어서 쓰거나

신발주머니를 머리에 이고 달려나갔다.

그러나 난 양반 행세를 하며 비를 맞으며 걸었고

우산쓰기 귀찮아서 비를 맞는다며 에둘렀다.


우리 엄마는 실제로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학교에 올 정로 여유롭게 살지 못했다.

그걸 알기에 별로 섭섭하거나 슬프진 않았다.


당시 수많은 친척들이 다같이 우리집에 살았고

그 집안일을 홀로 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엄마는 항상 부엌이나 화장실에 계셨고

누군가 나에게 우리가족이 몇명이냐고 물었을때

난 열세명이라고 대답했을 정도로 우리집엔 사람이 많았다.


엄마는 항상 네 앞길은 네가 책임져야 한다고

부모가 평생 옆에 있지 않으니

네 살길은 네가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말 안에는

우리 엄마가 처한 상황에 대한

슬픔과 화가 서려있었다.


.


내 아이들이 하교할 시간이 되었는데

비는 내렸고 나와 아내는 일터에 있었다.


학원 선생님이 하교를 도와주지만

선생님께서 우리집 신발장까지 아이들을 데려다 주진 않을 뿐더러

우리 아이들에게 비를 피할 우산은 없다.


사무실 창문 너머로 나와 내 아내는 사무실에서

컴퓨터 아래 책상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지만

창문을 두들기는 빗소리는 마치

우산이 없는 내 자식의 머리를 때리는 것 처럼

나와 아내의 마음은 추적추적 아리다.


난 아직도 습관처럼 비가와도 귀찮다는 이유로

우산을 잘 쓰지 않고 뛰지도 않는다.


내 아이들도 아마 그렇게

나처럼 집에 오고 있겠지.


그깟 월급이 뭐 대수냐고 후회하지만

집에 도착해서는 아들에게 거짓으로 큰소리친다.


네 앞가림은 네가 해야 한다고

우산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고

그게 너의 살 길이라고......


비가 많이 내린다.


내 아들에게도

나에게도

사실

우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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