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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훈희 Jul 20. 2021

맛있는 돼지갈비집의 비법

돼지갈비 - 어른이 되면 보이는 것들 중

돼지갈비를 20인분 정도 먹었었다.


청소년 시절의 형과 나는 돼지갈비집의

자욱한 연기 속에서 말없이 갈비를 뜯고 있었다.


우리 가족이 자주 갔던 돼지갈비 집은

가건물로 엉성하게 지어져 있었지만

주변에는 나무가 많아서 나름 운치가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커다란 선풍기 아래에서는

주인아저씨가 동그란 통에 숯불을 피우면서

돼지갈비의 달달한 향기를 온 동네에 흩날렸다.


봄날에 흩날리는 아름다운 벚꽃 잎에 취하든

돼지갈비 향기에 이끌려 식당에 들어가면

그 양념이 타면서 만들어낸 연기 사이로

긴 복도를 따라서 양 옆으로 테이블이 길게 있었다.


신발을 벗고 자리에 올라가서 앉으면

주인아저씨는 기다랗고 넙적한 무쇠 막대기에 꽂힌

새빨간 숯불을 바로 테이블 중앙에 꽂아 주셨고,


아빠는 더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돼지갈비 4인분과 소주 한 병을 주문하셨다.


처음 4인분은 구우면서 사라졌다.


불판을 갈고 추가로 2인분을 주문했다가

너무 적은 접시 위 고기의 양에 새삼 놀라며

추가로 4인분을 더 주문했다.


그렇게 10인분 정도 먹고 나면 숯불이 약해져 있다.


동그란 숯을 너덧개 더 넣고

다시 판을 갈고 나서 공기밥을 시키고서는

고기는 소심하게 2인분씩 추가로 시킨다.


이때부터는 두 형제의 먹는 속도가 느려졌기에

엄마와 아빠는 익은 고기를 본인들 앞접시에

한두 점씩 둘 수 있으셨던 것 같다.


그게 아니면 그때쯤 나도 배가 좀 차서

기짐을 이기고, 제정신을 차리고, 음식의 맛을 느끼며

엄마와 아빠가 고기를 드시는 모습을

잠시라도 보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아빠는 두 아들놈이 먹어치우는 게 무섭다고 말씀하시며

두 병째 소주를 거의 다 비우고 계셨다. ​


​​엄마는 아빠한테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소리치고 계셨고,​

형은 돼지갈비를 구우며 신나게 먹고 있었으며, ​

나는 2인분을 더 시켜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덧

​​​20인분이 되었다.


.


두 아들과 돼지갈비 집을 자주 찾는다.


양념이 안된 소고기를 구워서

소금에 찍어 먹는 맛도 좋지만

양념이 깊게 스며든 돼지갈비를 숯불에 구워서

흰쌀밥에 올려서 된장찌개랑 떠먹는 맛도 좋다.


소고기를 파는 집은 깔끔한 외관에 발레파킹 부스가 있고,

자동문으로 열리는 식당에 들어가면

많은 종업원들이 웃으며 인사하고, 맞이한다.


그리고 각 방에 앉아서

여러 가지 밑반찬을 먹으며

딱 소리에 켜지는 가스식 불판 위에서

조용히 구워지는 소고기를 바라본다.


정장을 입은 손님들도,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도

빨간색의 소고기도,

불판과 건물조차도 깔끔하다.


반대로 돼지갈비를 파는 집은

예나 지금이나 정신없고 너저분하다.


여기저기서 술에 취한 사람들의 고성이 오가고

고성에 섞인 "조심해요"라는 소리 뒤에는

누구 하나 지질 것 같은 시뻘건 숯불이 왔다갔다 한다.


등산복을 입은 사장님과 종업원이

테이블에 파저리, 상추, 은색 고기 접시를 집어던지고 가면

돼지갈비는 연기를 내면서 시끄럽게 구워진다.


자주 뒤집어줘야 타지 않기 때문에

조용히 바라보고 있을 틈도 없이

먹는 사람도 굽는 사람도 바쁘다.


그래도 돼지갈비 집을 점점 더 찾는 이유는

두 아들이 점점 더 커가기 때문이다.


소고기를 먹으면 몸이 편한데 마음이 불편하고,

돼지고기를 먹으면 몸이 불편한데 마음이 편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나와 형을 보면서 웃으며 말씀하신

무섭게 먹는다는 말의 의미를

나도 이제 느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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