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고유수용성 감각(proprioception)은 주기적으로 운동성의 실현을 요구한다.
쉽게 말해, 몸이 좀이 쑤셔 미칠 지경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시각 정보의 부재는 독립적이고 동적인 외부 활동에 상당한 인지적 과부하를 유발한다.
조깅이라도 하려 치면, 전방의 보행자, 자전거, 불법 주차 차량, 갑자기 튀어나오는 배달 오토바이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처리하느라 운동 효과보다 두뇌의 피로가 극심해진다.
그리하여 하나의 합리적 대안이 떠올랐으니, 바로 2인용 자전거, 탠덤 바이크다.
앞자리에는 '인간 내비게이션 겸 전방 레이더' 역할을 할 파일럿이 탑승하고, 뒷자리에서는 오직 페달링이라는 운동 역학에만 충실할 수 있는 완벽한 상호의존적 운동 시스템이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2인용 자전거를 상상하는 일은 꽤나 즐겁다.
페달을 밟는 다리의 근육에 집중하는 동안, 뺨을 스치는 속도감과 변화하는 공기의 냄새가 온몸의 감각을 깨운다.
이사유의 흐름은 논리적 비약을 거쳐 뜻밖의 귀결에 도달했으니, 바로 오픈카다.
2인용 자전거가 추구하는 ‘외부 환경과의 감각적 일체감’이라는 목표를 기계공학적으로 극대화한 물건이 아니던가.
지붕을 제거함으로써 감각적 개방성을 극대화한 이 기계 장치는 바람과 햇살과 소음을 필터 없이 전달하며 질주 본능을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탠덤 자전거와 동일한 궤에 놓여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심오한 분석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
독립적 운동성의 확보와 감각적 해방이라는 거창한 목표 아래 떠올린 이 두 가지 매력적인 이동체는, 치명적인 공유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바로 '기상 조건에 대한 극단적 취약성'이다.
맑고, 바람이 적당하며, 덥지도 춥지도 않고, 미세먼지 농도까지 양호한, 그야말로 '신이 허락한 날씨'에만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독립적 운동성의 확보라는 숭고한 목표는 대한민국 기상청의 예보 하나에 간단히 좌절되는 것이다.
결국 탠덤 자전거나 오픈카를 소유한다는 것은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시간보다 스마트폰으로 주간 날씨 예보와 미세먼지 앱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훨씬 길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합리주의에 도달하게 만든다.
운동을 위해 장비를 구매했더니, 그 장비를 쓸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것이 새로운 스트레스가 되는 이 아이러니.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오늘부터 장마 예보가 있다.
사유의 질주도, 실제의 질주도 여기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