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이 소리 없이 내려앉은 정갈한 기와집 마당, 리트리버 탱고는 대청마루 끝에 엎드려 제사 준비가 한창인 방 안의 공기를 읽고 있었습니다.
방 안에는 당대 최고의 학자이자 예법의 거울이라 불리는 스승 '이황'과 그의 문중 사람들이 모여 할아버지의 제사를 준비하고 있었죠.
제사상 위에는 정성을 다해 쌓아 올린 과일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정적이 흐르던 순간, 제사상 위의 탐스러운 배 하나가 또르륵 굴러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이황의 부인 권 씨가 떨어진 배를 보고는 아이처럼 천진하게 그것을 집어 치마 속으로 슬쩍 감추었습니다.
그 광경을 본 큰 형님이 불호령을 내렸습니다.
"제사도 지내기 전에 음식을 훔치다니, 이 무슨 무례한 짓인가!"
권 씨 부인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이였습니다.
퇴계 이황은 사별 후, 부족한 딸을 가여워한 장인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해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있었죠.
탱고는 조용히 일어나 방 문턱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잔뜩 겁을 먹은 부인과, 엄격한 예법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을 번갈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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