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파랑새 증후군

닿을 수 없는 데이터를 좇는 현대인들

by 김경훈

신기루를 좇는 무한 스크롤의 굴레


로마의 황제이자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을 통해 불가능한 것을 얻고자 하는 행위는 미친 짓이라고 일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각없는 자들은 그 어리석은 짓을 죽을 때까지 되풀이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원대한 꿈을 추구하라고 부추긴다.

십 년 뒤에는 수십억 대의 자산가가 되어야 하고, 타인에게 흠집 하나 없는 완벽한 존경을 받아야 하며, 사회적으로 막강한 권력을 쥐어야 한다고 속삭인다.

하지만 그 꿈의 정점에 도달하면 인간은 과연 만족할 수 있을까.

백만장자가 되면 천만장자를 부러워하고, 권력을 쥐면 더 큰 권력을 향해 칼을 겨누는 것이 인간의 얄팍한 본성이다.

정보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것은 결코 사용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도록 설계된 악랄한 알고리즘의 무한 스크롤과 같다.

우리는 손끝을 내리면 나타나는 다음 페이지의 환상에 사로잡혀, 지금 당장 내 곁에 존재하는 확실한 행복의 데이터들을 무참히 방치하고 삭제해 버린다.

마치 행복이라는 프로그램이 십 년이나 이십 년 뒤에야 다운로드할 수 있는 미래의 전유물인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감각 사진]

길고 고단했던 연구실 일정을 마치고 경북대학교 교정의 낡은 나무 벤치에 안내견 탱고와 함께 나란히 앉아 숨을 고르는 감각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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