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봄은 시각 정보가 삭제된 채 오직 따뜻한 온기와 소음으로만 인덱싱된다.
시각장애인 연구자인 나의 하루는 2배속 스크린리더의 기계음과 탱고의 하네스를 통해 전달되는 햅틱 신호로 가득하다.
세네카 형님은 곡물 저장고 관리를 하던 양아버지에게 "자신에 대한 대차대조표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일갈했다.
정치적 음모로 직장을 잃은 아버지에게 영혼의 장부를 정리하라고 하다니, 세네카 형님은 시대를 앞서간 지독한 ‘인생 카운슬러’이자 블랙코미디의 대가임이 분명하다.
외부의 데이터와 내면의 장부
나의 곡물 창고는 도서관 서버와 하드디스크 속에 존재한다.
나는 '정보 리터러시 교육 모델'이라는 거창한 곡물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하지만 1.8배속으로 쏟아지는 스크린리더의 속사포 래핑을 듣고 있으면 가끔 현기증이 난다.
만약 내일 당장 시스템이 강제 종료되고 '죽음'이라는 거대한 데이터 삭제 명령이 내려진다면, 내가 평생 공들인 이 알고리즘들이 저승길 노잣돈이 될 수 있을까?
염라대왕 앞에서 "저는 정보 접근성 메타데이터의 권위자입니다"라고 외쳐봤자, 대왕께서는 아마 "그래서, 네 영혼은 어떤 카테고리로 분류했느냐?"며 내 인덱스에 치명적인 오류를 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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