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혹시 헤겔 전공하셨나요?

by 김경훈

세상에는 두 종류의 눈이 있다.

하나는 대박 아이템 ‘신발’을 알아보는 매의 눈.

다른 하나는 상처 난 ‘맨발’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비둘기의 눈.

대부분의 사람은 둘 중 하나의 눈만 장착하고 살아간다.


‘혁신’이라는 이름표를 단 스마트 지팡이를 사용할 기회가 있었다.

GPS, 장애물 감지, 음성 안내까지.

이쯤 되면 지팡이가 아니라 거의 아이언맨 슈트다.

하지만 이 완벽한 ‘신발’은 정작 가장 중요한 ‘맨발’의 고통을 몰랐다.

두 시간 만에 방전되는 배터리와 벽돌만큼 무거운 무게.

결국 이 녀석은 현관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비싼 장식품이 되었다.


탐스슈즈 창업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의 위대함은 이 매의 눈과 비둘기의 눈을 하나의 시야에 동시에 담아냈다는 데에 있다.

그는 신발이라는 사업적 기회(정, Thesis)와 맨발이라는 사회적 문제(반, Antithesis)를 결합하여, ‘하나를 사면 하나를 기부한다’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사회적 기업가정신’(합, Synthesis)을 창조했다.

맨발은 신발에 팔려야 할 도덕적 명분을, 신발은 맨발에 지속적인 해결책을 제공했다.

이 완벽한 상생의 구조는 가히 발상의 변증법적 통합(Dialectical Synthesis)이라 할 만하다.


어쩌면 ‘맨발’의 상태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절실하게 새로운 ‘신발’을 꿈꾸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시각장애인으로서 겪는 수많은 정보의 단절과 물리적 장벽은 그 자체로 고통스러운 ‘맨발’의 경험이다.

그리고 바로 그 경험 때문에, 누구보다 더 편안하고 합리적인 ‘신발’, 즉 더 나은 접근성과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

문제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사람이야말로, 해결책의 가장 핵심에 가까이 다가서 있는 셈이다.


탐스슈즈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인지를 묻는다.

자, 이제 당신의 눈을 점검할 시간이다.

당신의 시야에는 신발만 보이는가, 아니면 맨발도 함께 보이는가? 세상을 바꾸는 혁신은 종종 이렇게 두 개의 분리된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인지적 전환(Cognitive Shift)에서 탄생한다.

그 둘을 함께 아우르는 상상력이야말로 우리 시대를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힘일 것이다.



비하인드 스토리


탐스슈즈 이야기에 감명받아, ‘사회적 기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름하여 ‘탱스(Tangs) 간식’ 프로젝트.

탱고에게 간식을 하나 사주면, 길고양이에게 츄르를 하나 기부하는 숭고한 모델이었다.

프로젝트의 유일한 투자자이자 수혜자인 탱고에게 이 비전을 설명했다.

녀석의 반응은? 츄르를 든 내 손과 자신의 밥그릇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그렇다.

녀석은 ‘상생의 구조’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직 ‘내 밥그릇의 안위’만이 중요했던 것이다.

결국 프로젝트는 5분 만에 파산했고, 츄르는 탱고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사회적 기업가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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