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 지옥에서 나를 구원한 그대, 보보

by 김경훈

핫도그를 좋아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인생의 진리를 아는 사람이다.

특히 코스트코 핫도그는 진리 중의 진리다.

폭신한 빵 사이에 짭짤한 소시지 하나가 전부인 그 미니멀리즘의 극치.

소스가 흐를 걱정도, 불필요한 야채가 탈출할 염려도 없는 완벽한 형태.

시각장애를 가진 이에게, 이 핫도그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안전’과 ‘편의성’이라는 이름의 굳건한 신념이었다.


그렇다. 고백하건대, 오랫동안 소스와의 전쟁을 치러왔다.

나무 꼬치에 꽂힌 한국식 핫도그에 현란하게 뿌려진 케첩과 설탕은 보이지 않는 지뢰밭이나 다름없었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붉은 액체와 하얀 가루들.

과거, 아끼던 셔츠에 묻은 케첩 자국을 인지하지 못한 채 온종일 돌아다녔던 그날의 수치심은 일종의 트라우마(Trauma)로 남았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처럼, ‘소스가 있는 음식’이라는 자극에 ‘옷이나 손이 더러워지는 불쾌함’이라는 부정적 강화가 반복되었다.

공공장소에서의 ‘소스 기피증’이라는 행동 패턴이 완성된 것이다.

그래서 종이컵에 담아주어 안전한 호떡을 더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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