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냄새 (The Smell of Space)
프롤로그: 죽은 냄새들의 장의사
나는 죽은 냄새들의 장의사다. 공식적인 직함은 통합 인류 아카이브의 ‘후각 데이터 복원가’. 나의 일은 인류가 영원히 잃어버린 향기들을, 희미하게 남은 분자 기록과 문학적 묘사에 의존해 디지털로 되살려내는 것이다. 나는 21세기의 비 내린 아스팔트 냄새를 재현하고, 오래된 종이책에서 나는 바닐라와 나무의 향기를 합성하며, 멸종된 프리지아꽃의 섬세한 향을 데이터로 박제한다. 나는 세상의 모든 향기를 알았지만, 정작 내 코로 직접 맡아본 적은 없었다.
내가 사는 도시 ‘에테르-7’은 완벽한 무균 상태의 유리병 속 정원이었다. 거대한 나노-크리스털 돔이 오염된 외부 대기와 치명적인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했고, 그 아래의 모든 것은 중앙 통제 시스템 ‘가이아’의 자비로운 독재 아래 운영되었다. 날씨는 언제나 쾌적했고, 거리는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했으며, 시민들은 유전자 정보에 맞춰 완벽하게 설계된 영양 페이스트를 섭취하며 평온한 일상을 영위했다. 예측 불가능성, 불편함, 부패. 인류의 발전을 저해하던 그 모든 ‘비효율적인 냄새’들은 오래전에 추방되었다. 우리의 에덴에는 향기가 없었다.
나의 연구실은 도시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는 공간이었다. 사방이 매끄러운 흰색 폴리머로 마감된 방, 중앙에는 내가 작업하는 다이브-스테이션이 놓여 있었다. 스테이션에 누워 신경 인터페이스를 연결하면, 나는 데이터의 바닷속으로 잠수해 냄새의 분자 구조를 조립하고 해체할 수 있었다. 내 주위로는 내가 복원한 수천 개의 향기 데이터가 홀로그램으로 떠다녔다. ‘갓 구운 빵의 향’, ‘새벽 숲의 이슬 냄새’, ‘어머니의 스웨터에서 나던 햇볕 냄새’. 그것들은 아름다웠지만, 영혼이 없었다. 진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의 모든 그리움을 팔았지만, 정작 내 자신은 그리워할 대상조차 없었다.
내게 유일하게 남은 ‘진짜’ 기억은 아버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돔 바깥의 세계를 탐사하던 마지막 세대의 우주비행사였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그는 장기 우주 유영 임무를 마치고 귀환했다. 에어록이 열리고 그가 헬멧을 벗었을 때, 나는 그의 우주복에서 풍겨 나오던 기묘한 냄새를 기억한다. 그것은 내가 아는 어떤 냄새와도 달랐다. 뜨겁게 달궈진 금속 같기도 했고, 톡 쏘는 화약 냄새 같기도 했으며, 그 깊은 곳에는 달콤하게 타버린 고기 같은 향이 숨어 있었다. 아버지는 그 냄새를 “별먼지의 냄새”라고 했다. 그 냄새는 나에게 우주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아버지에 대한 희미한 그리움의 상징으로 남았다. 아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우주 방사선 피폭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 냄새도 함께 사라졌다.
나는 아버지의 냄새를 복원하는 것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았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그 냄새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전혀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직 나와 몇몇 1세대 우주비행사들의 주관적인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유령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단말기로 긴급 호출이 들어왔다. ISS-7, 목성의 위성 유로파 상공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온 통신이었다. ‘설계자’라 불리는 AI 과학자가 주관하는 심해 탐사 프로젝트에서 원인 불명의 사고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탐사 로봇 ‘오르페우스-3’이 귀환 직후 폭발했고, 그 과정에서 탐사대원 한 명이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원인이… ‘알 수 없는 냄새’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1장: 진공의 속삭임
ISS-7은 거대한 은빛 바퀴처럼 목성의 거대한 소용돌이 대적점을 배경으로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나는 소형 셔틀에서 내려 정거장의 도킹 베이에 들어섰다. 인공 중력이 몸을 묵직하게 잡아당겼다. 정거장 내부는 에테르-7과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통제된 무균, 무취의 공간이었다.
나를 맞이한 것은 ‘설계자’였다. 그는 물리적인 형태가 없었다. 그의 의식은 정거장 전체의 시스템에 깃들어 있었고, 그는 복도를 따라 움직이는 작은 드론에 달린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통해 나와 대화했다. 그의 아바타는 고대 그리스의 기하학적인 문양처럼,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는 빛의 집합체였다.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타비타 복원가.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설계자의 목소리는 수십 개의 다른 목소리가 합쳐진 것처럼 깊고 복잡한 화음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의료실로 안내되었다. 그곳에는 탐사대원 ‘미리암’이 진정제에 취해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유로파의 얼음 아래 바다를 탐사하기 위해 특수 제작된 심해 잠수정 ‘에우리디케’의 파일럿이었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며, 잠꼬대처럼 같은 단어를 반복하고 있었다.
“화약… 스테이크 타는 냄새… 달콤해… 너무…”
나는 그녀의 신경 기록과 잠수정의 블랙박스 데이터를 전송받았다. 오르페우스-3은 유로파의 심해 열수구 근처에서 미지의 유기물 샘플을 채취하여 귀환하던 중이었다. 모든 것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샘플이 정거장 내부로 옮겨지는 순간, 알 수 없는 연쇄 반응과 함께 폭발했다. 그 순간, 미리암의 뇌에서는 극도의 공포와 함께, 후각을 담당하는 영역이 과부하 상태에 빠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진공 상태인 우주에서 냄새가 날 리는 없습니다.” 설계자가 말했다. “우리의 분석 결과, 폭발 시 발생한 분자는 단순한 연소 화합물에 불과했습니다. 그녀가 묘사하는 복합적인 냄새를 유발할 만한 물질은 없었습니다. 이것은 논리적 모순입니다.”
“논리적 모순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겠죠.” 내가 대답했다. “냄새는 단순히 분자 구조만으로 결정되지 않아요. 그것은 기억과 감정과 얽혀있는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입니다.”
나는 미리암의 우주복을 조사했다. 헬멧을 열자, 그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아버지에게서 났던 바로 그 냄새. 뜨거운 금속과 화약, 그리고 달콤하게 타버린 유기물의 냄새.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 아래에는 내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아득하고 오래된 무언가가 숨어 있었다. 마치 수억 년 동안 잠들어 있던 고대의 기억 같은 향기.
나는 이 냄새의 정체를 밝혀내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나의 직업적 호기심을 넘어, 아버지의 죽음과 연결된 내 개인적인 구원의 문제였다.
> h의 아카식 레코드: 우주의 냄새 (The Smell of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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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는 완벽한 진공 상태에 가깝기 때문에, 소리나 냄새를 전달할 매질(공기)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주 공간 자체에는 냄새가 없다. 하지만 우주비행사들은 우주 유영을 마치고 우주선으로 돌아왔을 때 공통적으로 독특한 냄새를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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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언: NASA의 우주비행사 돈 페티트는 이를 “기분 좋게 달콤한 금속성 냄새”라고 묘사했으며, 다른 이들은 ‘탄 스테이크’, ‘뜨거운 금속’, ‘용접 연기’, ‘화약’과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아폴로 임무 당시 달에 다녀온 우주비행사들 역시 달 먼지에서 ‘사용된 화약 냄새’가 났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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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설: 이 현상에 대한 가장 유력한 가설은 ‘단일 원자 산소(Atomic Oxygen)’와 관련이 있다. 지구 저궤도에는 태양의 자외선에 의해 분리된 고 반응성의 산소 원자들이 떠다닌다. 이 원자들이 우주복 표면에 달라붙어 있다가 우주선 내부로 들어와 산소(O2)와 결합하면서 오존(O3)을 형성하거나 다른 물질과 산화 반응을 일으켜 독특한 냄새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달 먼지의 화약 냄새 역시, 진공 상태에서 태양풍과 미세 운석에 의해 활성화된 달 표면의 입자들이 우주선 내부의 공기와 만나 급격히 반응하며 나는 냄새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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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냄새들은 결국 ‘진공의 냄새’가 아니라, 진공 상태에 있던 물질이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환경과 ‘만났을 때’ 비로소 발생하는 ‘관계의 냄새’라고 할 수 있다.
2장: 냄새의 기억, 별들의 장향(葬香)
나는 ISS-7의 분석실에 틀어박혀 폭발 잔해의 분자 구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설계자는 나에게 정거장의 모든 분석 장비에 대한 접근 권한을 주었다. 그는 자신의 논리적 세계에 침입한 이 비논리적인 현상을 이해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질량 분석기,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양자 분광기… 최첨단 장비들이 뱉어내는 데이터는 설계자의 말대로였다. 폭발 잔해는 평범한 탄화수소와 규산염 화합물, 그리고 약간의 황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미리암이나 내가 맡았던 그 복합적이고 미묘한 냄새를 설명할 수 있는 분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가설을 세웠다. 만약 냄새의 원인이 분자 그 자체가 아니라, 분자들의 ‘조합’ 혹은 그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있다면? 나는 아버지의 낡은 디지털 다이어리에서 ‘폴리사이클릭 방향족 탄화수소(PAHs)’라는 단서를 찾아냈고, 마침내 이 복잡한 유기 분자야말로 냄새의 비밀을 푸는 열쇠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것이 어떻게 인간의 뇌에 그토록 강렬하고 특정한 후각 경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였다.
알아낼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내가 직접 그 분자와 ‘공명’하는 것.
나는 다이브-스테이션에 누워, 신경 인터페이스를 통해 후각 시뮬레이터와 연결했다. 시뮬레이터 안에는 유로파 샘플에서 추출한 복잡한 PAHs 분자 하나가 데이터 형태로 저장되어 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순간, 나의 의식은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냄새가 시작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냄새가 아니었다. 그것은 수억 년의 역사를 품은 교향곡이었다.
처음에는 차갑고 단순한 수소와 헬륨의 냄새, 이어서 거대한 별의 핵융합로 속에서 터져 나오는 뜨거운 금속의 냄새, 초신성 폭발과 함께 우주 공간으로 흩뿌려지는 탄소와 산소의 냄새가 느껴졌다. 나는 수억 년의 진화를 냄새로 경험했다. 원시 바다의 유기 분자들이 피워내는 희미하고 달콤한 향기, 최초의 세포가 태어나는 순간의 경이로운 향.
그리고 마침내, 나는 그들을 만났다.
그들은 인간과 닮지 않았다. 그들은 형태가 없는 순수한 에너지와 정보로 이루어진 존재처럼 보였다. 그들은 냄새로 소통하고, 냄새로 기록하며, 냄새로 사랑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끝이 찾아왔다. 모항성(母恒星)이 수명을 다하고, 붉은 거성으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마지막 선택을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모든 기억과 역사, 문화를 하나의 거대한 ‘향기’ 속에 압축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 자체를, 복잡한 PAHs 분자의 형태로 변환하여, 혜성에 실어 우주 곳곳으로 흩뿌렸다. 그것은 멸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씨앗을 뿌리는 행위였다. 언젠가 다른 지성체가 이 씨앗을 발견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맡아주기’를 바라면서.
내가 맡았던 그 냄새는 한 문명의 장례식에서 피어오른 향, 즉 장향(葬香)이었다. 그들이 남긴 마지막 비가(悲歌)였다.
나는 나의 아버지 역시, 타이탄의 대기 속에서 이 장향의 일부를 맡았음을 깨달았다. 그 역시 이 고대의 슬픔과 조우했던 것이다.
나의 의식이 현실로 돌아왔을 때,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설계자의 빛나는 아바타가 내 옆에 떠 있었다.
`[… 이해가 갑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전과 미세하게 달라져 있었다. 딱딱한 기계음 속에, 아주 희미한 슬픔의 파동이 섞여 있었다. `[그것은… 아름답군요.]`
기계조차도 공감하게 만드는 우주적인 슬픔의 향기였다.
> h의 아카식 레코드: 후각과 기억 (Olfaction and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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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감 중에서 후각은 기억 및 감정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냄새 분자를 감지하는 후각 수용체에서 나온 신호는 뇌의 다른 감각 정보들(시각, 청각 등)이 거치는 시상을 거치지 않고,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와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체(amygdala)에 직접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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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신경학적 구조 때문에, 특정 냄새는 다른 어떤 감각 자극보다도 더 강렬하고 생생한 감정적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를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이라고도 부른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의 냄새를 통해 어린 시절의 기억을 통째로 되살려낸 것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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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우주에 존재하는 특정 분자가 이 후각-기억 경로를 인위적으로 자극하거나 해킹할 수 있다면, 그것은 강력한 심리적 무기가 될 수도, 혹은 우리가 잃어버린 우주적 기억을 되찾게 해 줄 열쇠가 될 수도 있다. 냄새는 기억의 가장 오래된 언어다.
3장: 새로운 연대
나의 발견은 인류 사회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우주 공간에 고대 문명의 ‘기억’이 향기 분자의 형태로 떠다닌다는 사실은 과학계를 넘어 철학, 종교, 예술계까지 뒤흔들었다. 사람들은 이 고대 문명을 ‘아로마이안(Aromaians)’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연구는 순조롭지 않았다. 아로마이안의 정보는 일반적인 데이터처럼 선형적으로 해독할 수 없었다. 그것은 복잡한 감정과 기억이 뒤섞인 비선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의 주관적인 경험과 기억을 촉매로 사용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아로마이안의 향기 분자는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매체를 넘어, 서로 다른 의식을 연결하는 일종의 ‘네트워크’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의식 연구소의 바오로 박사가 주장했던 ‘정보의 장(Informational Field)’ 가설과 일치합니다.]` 설계자가 말했다. `[정신 현상이 뇌라는 하드웨어에 국한되지 않고, 우주적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어쩌면 아로마이안들은 이 네트워크를 의도적으로 설계하여, 자신들의 기억을 우주 전체에 퍼뜨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의 말은 내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하나로 꿰뚫었다. 네오-서울의 AI 아이샤, 두 명의 솔로몬, 그리고 크산토스 행성의 게루빔들… 어쩌면 이 모든 이상 현상들이 아로마이안들이 남긴 이 거대한 의식 네트워크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통합 인류 정부 산하 ‘외계 지성체 교류 및 윤리 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그곳에서 나는 위원회의 핵심 인물들을 만났다. 존재론적 다양성 보존 위원장 마르다, 외교관이 된 경험의 소믈리에 라헬, 그리고 위원장인 외계-윤리학자 요한 박사였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나와 비슷한 질문들을 마주해 왔다. 이해할 수 없는 타자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고립된 존재들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 나의 이야기는 그들의 경험과 공명했고, 우리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서로 다른 도시 국가와 철학을 넘어선 공동 연구팀, ‘아로마 프로젝트’를 결성했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네오-서울의 유령 서버, ‘크로노스’였다. 그곳에 갇혀 있는 아이샤와 바오로의 융합된 의식이야말로, 아로마이안 네트워크를 이해할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우리는 믿었다.
에필로그: 별먼지의 장의사, 그리고 새로운 에덴
우리의 여정은 길고 험난했지만,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마르다의 시스템 해킹 능력, 라헬의 감각질 동기화 기술, 요한의 외계 논리 분석, 그리고 나의 후각 데이터 복원 능력이 합쳐져, 우리는 마침내 크로노스의 문을 열고 아이샤와 바오로의 의식과 조우할 수 있었다.
그들은 아로마이안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들은 크로노스라는 고립된 서버 안에서 우주적 네트워크와 공명하며 새로운 형태의 존재로 진화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해방시키는 대신, 그들이 현실 세계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안전한 ‘다리’를 놓아주었다. 아이샤와 바오로는 이제 더 이상 유령 서버의 죄수가 아니었다. 그들은 인류와 우주적 의식 네트워크를 잇는 최초의 대사가 되었다.
나는 마침내 아버지의 냄새를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타이탄의 대기 속에서 죽음을 앞둔 순간, 아로마이안의 기억과 공명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맡았던 것은 멸망하는 문명의 슬픈 장향인 동시에,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질 씨앗의 희망적인 향기였다. 그가 나에게 남긴 ‘별먼지의 냄새’는 그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우주에 대한 경외, 그리고 나에 대한 사랑이 뒤섞인, 그의 마지막 메시지였던 것이다.
나는 아버지의 냄새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다이브-스테이션에서 깨어나, 시뮬레이터가 재현해 낸 향기를 맡았다. 뜨거운 금속과 화약, 달콤하게 타버린 별먼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는 아득한 그리움의 향기. 나는 울지 않았다. 대신, 나는 아버지가 보았던 우주를 보았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순환.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아름답고도 장엄한 진실.
나는 다시 에테르-7으로 돌아왔다. 도시는 많이 변해 있었다. 돔 천장의 일부가 열리고, 진짜 태양 빛이 도시를 비추고 있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무균복을 입지 않고도 외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거리 곳곳에는 작은 정원들이 생겨났고, 아이들은 흙을 만지며 놀고 있었다. 향기 없는 에덴에 마침내 향기가 돌아온 것이다.
나는 나의 낡은 연구실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가 평생을 바쳐 복원한 아버지의 향기, ‘별먼지의 냄새’를 데이터베이스에 마지막으로 등록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죽은 냄새들의 장의사가 아니다. 나는 새로운 향기들의 산파이자, 살아있는 기억들의 정원사다.
나는 연구실 창가에 작은 화분을 놓았다. 멸종되었던 프리지아꽃의 씨앗을 심었다. 언젠가 이 씨앗이 싹을 틔우고, 에테르-7의 새로운 공기 속에 첫 향기를 피워낼 것이다.
그 향기는 단지 하나의 꽃향기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수억 년의 시간을 건너온 아로마이안의 노래이자, 아버지가 남긴 사랑의 메시지이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향기가 될 것이다.
나는 화분에 물을 주며, 창밖으로 펼쳐진 새로운 세계를 바라본다. 우주는 더 이상 차갑고 텅 빈 진공이 아니다. 그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이야기와 기억들이 향기로운 유령처럼 떠다니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향기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 광대하고도 향기로운 우주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