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욕하던 악플러

내 회사 핵심 임원으로 스카웃한 썰

by 김경훈

직장 생활 좀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과 한 팀이 되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다는 것을. 심지어 그가 내 욕을 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온 세상이 다 안다면? 생각만 해도 위염이 도지고 퇴사 욕구가 샘솟는다. 하지만 여기, 그 끔찍한 상황을 넘어 아예 자신을 저격하던 스나이퍼를 자기 회사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책임자로 앉힌, 보통의 멘탈로는 이해하기 힘든 대인배 투자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링컨이 대선이라는 거대한 ‘상장(上場)’을 준비할 때, 그에게 가장 날 선 비수를 꽂았던 인물은 당대 최고의 엘리트 변호사, 에드윈 스탠턴이었다. 스탠턴은 링컨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날카로운 눈매와 꽉 다문 입술에서부터 ‘나는 당신과 격이 다르다’는 아우라를 풍기는 사내였다. 그는 대중 앞에서 링컨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최고의 스나이퍼였다.


“저 시골뜨기 촌놈을 보시오! 원숭이처럼 깡마른 몸에, 헐렁한 옷차림이라니. 저런 자가 어찌 감히 이 위대한 국가의 리더가 되려 하는가!”


그의 비난은 단순한 정책 비판이 아니었다. 인신공격에 가까운, 소위 말하는 ‘악플’이었다. 그는 링컨의 어눌한 말투, 어색한 걸음걸이 심지어 슬픔이 깃든 피곤한 얼굴까지 조롱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의 눈에 링컨은 국가의 미래를 맡길 리더가 아니라, 당장 서커스단에 보내야 할 광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상은 스탠턴의 날카로운 분석 대신, 링컨의 깊고 통찰력 있는 눈을 선택했다. 링컨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이라는 ‘프로젝트’의 총책임자가 되었다.


이제 ‘팀 빌딩’의 시간이 왔다. 국가라는 거대한 회사를 이끌 핵심 임원, 즉 내각을 구성해야 했다. 측근들은 당연히 링컨의 충실한 지지자들, 소위 ‘우리 편’으로 채워질 것이라 예상했다. 하나둘씩 장관들이 임명되었고, 마침내 가장 중요한 자리, 전쟁의 포화 속에서 국가의 존망을 책임져야 할 국방장관, 즉 ‘위기관리 총괄 본부장’을 임명할 순간이 왔다.


링컨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회의장은 얼음물이라도 끼얹은 듯 싸늘해졌다.

“국방장관은… 에드윈 스탠턴으로 하겠소.”


순간, 회의장은 벌집을 쑤신 듯 소란스러워졌다. 백발이 성성한 한 참모가 벌떡 일어나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외쳤다.

“각하! 제정신이십니까! 스탠턴은 각하의 적입니다. 각하를 원숭이라 조롱하고, 무능하다 비난했던 그 악담들을 벌써 잊으셨단 말입니까? 그는 각하의 정책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며 프로젝트를 산으로 끌고 갈 것입니다. 리스크 관리를 하셔야 합니다!”


모두가 링컨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링컨은 피곤한 얼굴 위로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나도 아오.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말들을 했는지. 하지만 여러분, 우리는 지금 감정놀음을 할 때가 아니오. 이 나라는 지금 존폐의 위기에 선 스타트업과 같소. 내게 아첨하는 충신 열 명보다, 나를 미워하더라도 일 하나는 기가 막히게 처리하는 유능한 인재 한 명이 절실한 때란 말이오. 이 나라 전체를 샅샅이 뒤져봐도, 스탠턴의 스펙과 포트폴리오를 능가할 인물은 없소.”


링컨의 결정은 ‘용서’나 ‘화해’ 같은 감상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철저히 성과에 기반한 최고의 ‘헤드헌팅’이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이라는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고, 국가의 성공이라는 가장 확실한 자산을 얻는 쪽을 택한 것이다.


결과는 링컨의 예측대로였다. 스탠턴은 자신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비판적이고 집요한 에너지를 고스란히 업무에 쏟아부었다. 그는 링컨 개인에게는 여전히 쌀쌀맞았지만, 대통령의 정책을 그 누구보다 완벽하고 냉철하게 수행했다. 그의 독설은 이제 적이 아닌, 비효율적인 시스템과 나태한 관료들을 향했다. 그는 링컨이라는 CEO가 내린 전략적 결정을 완벽하게 실행하는 최고의 COO(최고운영책임자)였다.


그리고 비극의 날이 왔다. 전쟁의 상처가 아물어갈 무렵, 링컨은 암살자의 총탄에 쓰러졌다. 그의 거대한 몸이 힘없이 무너지는 순간, 미국 전체가 깊은 슬픔에 잠겼다.


링컨이 숨을 거둔 작은 방, 희미한 가스등 불빛 아래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마지막을 지켰다. 모두가 슬픔에 잠겨 말을 잇지 못할 때, 한때 링컨을 가장 격렬하게 비난했던 한 남자가 침대 곁으로 다가섰다. 에드윈 스탠턴이었다.


그의 날카롭던 눈매는 슬픔으로 형편없이 일그러져 있었고, 독설을 쏟아내던 굳게 닫힌 입술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평온하게 잠든 듯한 링컨의 얼굴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복받쳐 오르는 슬픔을 억누르며, 온 힘을 다해 말했다. 그 한마디는 그 어떤 찬사보다도 무겁고 진실했다.


“이제 이 위대한 인물은… 영원히 우리의 가슴속에 남을 것입니다.”


자신을 향한 비난을 ‘무료 컨설팅’으로 받아들일 아량이 있는가? 나를 향한 공격에서조차 그 사람의 장점과 가능성을 읽어낼 통찰력이 있는가? 링컨은 알았던 것이다. 가장 날카로운 비판이야말로, 가장 깊은 관심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비판의 에너지를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놓을 수만 있다면, 그것은 그 어떤 지지보다 강력한 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당신을 가장 아프게 하는 그 ‘스탠턴’은 누구인가? 어쩌면 그는 당신의 적이 아니라, 당신이 아직 알아보지 못한 최고의 파트너일지도 모른다. 그의 비난 속에서 옥석을 가려낼 그릇만 준비된다면 말이다. 결국 진정한 리더란, 나를 좋아하는 사람만 품는 사람이 아니라, 나의 성공을 위해 누구든 쓸 수 있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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