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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든 것은 흠집투성이다

페르시아의 흠처럼

by 김경훈


나는 완벽주의자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삶은 단 한 번도 완벽한 적이 없었지만 말이다. 나는 앞이 보이지 않았고, 그것은 내 인생이라는 화려한 양탄자의 한가운데에 생긴 거대한 구멍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 보이지 않는 흠집 하나라도 남기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애쓰며 살았다. 다른 모든 것이라도 완벽해야만, 나의 이 치명적인 ‘결함’을 가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1. 완벽주의 강사와 서툰 목수


그 강박이 절정에 달했던 것은 동네 문화센터의 ‘DIY 가구 만들기’ 강좌에서였다. 나는 더 이상 집에만 있지 말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었다. 물론 ‘보면서 따라 하는’ 강좌의 특성상, 시작부터 거대한 장벽에 부딪혔다.


강사의 이름은 각정확(角正確). 그는 이름처럼 1mm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매끄러운 합판 표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뚫린 나사 구멍, 그리고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모서리를 신봉하는 ‘완벽교’의 교주 같았다. 그는 알록달록한 설명서를 성경처럼 손에 들고 외쳤다.


“여러분! 설명서대로만 하면 누구나 전문가급 책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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