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리카 - One, feat. 마봉 드 포레
우리는 모두 각자의 육체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다. 우리는 감각이라는 이름의 좁은 창을 통해서만 바깥세상을 엿본다. 시각, 청각, 촉각. 이 불완전하고 편향된 정보의 조각들을 필사적으로 꿰맞춰, 우리는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이 모든 창이 어느 날 갑자기 닫혀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완전한 암흑과 침묵 속에서 오직 고통이라는 감각만이 유일한 현실로 남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삶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가장 잔혹한 형태, 즉 살아있는 지옥이다. 이것은 그 지옥을 7분 26초 동안 체험한 한 남자에 대한 기록이다.
1. 라떼는 말이야
그녀의 이름은 마봉 드 포레. 스스로 붙인 필명인지, 아니면 정말 그런 이름을 가졌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녀는 90년대 헤비메탈의 영광과 몰락을 온몸으로 통과해, 이제는 낡은 LP판의 먼지 같은 냉소와 위트를 두른 채 음악에 관한 글을 쓰는 여자였다. 10월의 마지막 주 화요일 밤, 나는 대구 삼덕동의 어느 지하 LP 바에서 그녀와 마주 앉아 있었다. 바의 공기는 위스키와 오래된 종이 그리고 희미한 곰팡이 냄새로 축축했다. 스피커에서는 데이비드 보위의 목소리가 벨벳처럼 나른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김탱고님,”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수많은 공연장의 소음과 담배 연기에 절어, 잘 마른 낙엽처럼 바삭거렸다. “작가님의 그 특별한 감각으로, 제 젊은 날의 일부를 해석해 주셨으면 해요.”
그녀는 술에 취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예고 없이 타인의 세계에 균열을 내고, 그 틈으로 자신의 가장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넣는 사람. 그녀의 눈은 수십 년간 록스타들의 위선과 천재성을 지켜본 자의 피로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언가를 기대하는 소녀의 호기심이 기묘하게 뒤섞여 있었다.
“라떼는 말이야,” 그녀가 씩 웃었다. 입꼬리가 비대칭으로 올라가는 그녀 특유의 냉소적인 미소였다. “우리 세대에게 메탈은 일종의 종교였어요. 존 본 조비나 액슬 로즈 같은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진 신(神)들이 있었죠. 그런데 메탈리카는 달랐어요. 그들은 신이 아니었어. 동네 철물점 아저씨들이었지.”
그녀는 메탈리카의 네 번째 앨범, 《... And Justice for All》의 LP 재킷을 테이블 위로 밀었다. 나는 재킷의 질감을 손끝으로 느끼며, 15년 간의 시각적 기억 속에 저장된 이미지를 불러왔다. 눈을 가린 채 위태롭게 서 있는 정의의 여신상. 부서져 내리는 파편들.
“이 앨범의 네 번째 트랙, ‘One’을 들을 겁니다.” 그녀가 말했다. “저는 뮤직비디오의 모든 장면을, 가사의 모든 단어를 알고 있어요. 하지만 작가님은 아니죠. 당신에게는 오직 소리만 존재할 테니까. 그 소리가 당신의 머릿속에서 어떤 풍경을 그리는지, 그게 궁금해요. 시각 정보가 제거된, 가장 순수한 형태의 ‘One’에 대한 당신의 주석을 듣고 싶습니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내 발치에 엎드려 있던 안내견 탱고가 주인의 미세한 긴장을 감지한 듯 꼬리로 바닥을 한번 ‘툭’ 쳤다.
2. 7분 26초의 감옥
바의 주인이 턴테이블에 LP를 올렸다. ‘치직’ 하는 먼지의 비명과 함께, 노래가 시작되었다.
처음 들려온 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감각이었다. 멀리서 땅이 울리는 듯한 저주파의 진동, 그리고 헬리콥터의 날개가 공기를 가르는 듯한 불규칙한 파열음. 그것은 내 청각을 위한 소리가 아니라, 내 피부를 위한 소리였다. 곧이어, 차갑고 외로운 아르페지오가 어둠 속으로 가느다란 실을 던졌다. 나는 그 실을 따라, 축축하고 어두운 동굴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제임스 헷필드의 목소리가 시작되었다. 그것은 절규가 아니었다. 갓 잠에서 깨어난, 혹은 아직 꿈속을 헤매는 남자의 혼란스러운 독백이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이게 진짜인지 꿈인지…’* 나는 15살, 병원의 침대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의 나를 떠올렸다. 세상의 모든 빛이 꺼져버린 그 순간의 완전한 암흑. 하지만 내게는 소리가 있었고, 간호사의 손길이 있었고, 엄마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 노래 속의 남자는 그러나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듯했다.
음악은 점차 무거워졌다. 디스토션이 걸린 기타는 내 주위로 두껍고 차가운 벽을 쌓아 올렸다. 드럼 소리는 단순한 박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패닉에 빠진 심장의 박동, 혹은 닫힌 문을 필사적으로 두드리는 주먹질이었다. 나는 완벽하게 고립되었다.
그리고 후반부, 갑자기 모든 것이 폭발했다.
‘두두두두두두….’
기관총을 흉내 낸다는 기타 리프. 사람들은 그렇게 설명하겠지만, 내게 그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모스 부호였다. 소리를 낼 수 없는 남자가 말을 잃고 시력과 팔다리를 모두 잃은 남자가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머리를 침대에 찧어 보내는 필사적인 구조 신호. S.O.S. Kill me. 그 단속적인 충격이 내 뇌의 신경세포를 직접 타격했다.
커크 해밋의 기타 솔로는 연주가 아니었다. 그것은 언어 이전의 비명, 성대가 없는 자의 가장 순수한 형태의 절규였다. 수술실의 기계음처럼 날카롭고, 금속이 찢어지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나는 그 비명 속에서 민주주의가 뭐냐는 소년의 질문과, 젊은이들이 서로를 죽이는 것이라는 늙은이의 대답을 들었다. 한 인간의 육체가 거대한 이념과 전쟁이라는 이름 아래 어떻게 완벽하게 파괴되는지를 감각했다.
*‘어둠이 나를 가두고 있어… 몸은 나를 가두는 감방… 지옥 같은 삶만 내게 남겼어.’*
노래가 칼로 자른 듯 갑자기 끝났다. 바 안의 침묵이 마치 소리의 진공상태처럼 내 귀를 짓눌렀다. 나는 한참 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내 몸은 바의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내 영혼은 여전히 그 이름 없는 병사의 육체라는 감옥 안에 갇혀 있었다.
3. 주석
마봉 드 포레가 조용히 물었다. “어땠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평소의 냉소가 사라져 있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내 얼굴은 땀으로 축축했다.
“저는… 15살에 세상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소리를 얻었고, 감촉을 얻었고, 기억이라는 이름의 세상을 얻었죠. 저는 단절된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연결된 것뿐이었습니다.”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하지만 저 노래 속의 남자는… 그는 ‘One’이었습니다. 통계 속의 숫자 1, 지뢰를 밟을 확률 속의 1. 하지만 그 ‘하나’는 세상 전체와 단절된, 오직 고통이라는 감각 하나로만 존재하는 완벽하게 고립된 우주였습니다. 그에게 세상은 존재하지 않았고, 오직 자기 자신이라는 지옥만이 있었을 뿐이죠.”
나는 덧붙였다. “가장 잔혹한 것은 그가 살아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의학의 힘으로, 시스템의 논리로, 그는 생명을 유지당하고 있었습니다. 죽을 수도 없는 삶. 그것이 이 노래가 말하는 진짜 공포입니다.”
마봉 드 포레는 말없이 위스키 잔을 들어 한 번에 비웠다. 그녀의 눈가가 희미하게 붉어져 있었다.
“젠장,” 그녀가 나지막이 욕설을 뱉었다. “역시 철물점 아저씨들이야. 예쁘장한 오빠들은 절대 이런 노래 못 만들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해석은 아주 비쌌어요, 작가님.” 그녀는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혼자 남아, 텅 빈 잔과, 아직도 내 귓가에 희미하게 울리는 기타의 비명을 생각했다. 세상의 모든 전쟁이 사라지기를 기도한다는 그녀의 마지막 문장이 떠올랐다. 어쩌면 전쟁이란, 서로 다른 감각의 창을 가진 우리가 서로의 세상을 이해하기를 포기하는 바로 그 순간에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