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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ellP Desk

헬프 데스크 Ep.6

by 김경훈


(이전 내용: 채 안젤라 수녀가 김경훈의 톰 포드 스웨이드 재킷에 성수를 뿌렸다. 분노한 김경훈이 평소의 'A-440Hz'가 아닌, 날카로운 'A#(A-Sharp)'음의 '블레이드'를 튕기며 '사이렌 환자'부터 '조율'하겠다고 선언했다.)



에피소드 6. 100만 원짜리 재킷과 20년짜리 '정적(靜寂)'


1.


*피이이이이잉—.*


평소의 맑고 청아한 'A-440Hz'가 아니었다.

김경훈의 분노가 실린 '블레이드'의 울림은 그보다 반음 높은 신경을 긁는 듯한 'A#(A-Sharp)'음이었다.


그 날카로운 '삑사리'에, 2층에서 화분을 던지던 '폴터가이스트(고객)'마저 '움찔'하며 파동을 멈췄다.


안젤라 수녀의 '사이렌(라틴어 기도)'보다, 'G# 삑사리(차승목)'보다 더 날카롭고 불쾌한 '불협화음'이 현장을 장악했다.


"자, 2층 '고객님' A/S 전에... 이 '사이렌' 환자분부터 '긴급 조율(비타민 주사)' 들어갑니다."


김경훈이 축축하게 젖어 굳어가는 톰 포드(Tom Ford) 스웨이드 재킷의 감촉을 느끼며, 안젤라 수녀를 향해 '블레이드'를 겨누었다.


"악마의 '소리'로..."


안젤라 수녀가 십자가를 고쳐 쥐고 방어 자세를 취하려던 순간이었다.

그녀의 차가운 눈이 김경훈이 쥔 '블레이드'(소리굽쇠)와, 그가 방출하는 날카로운 'A#' 파동에 고정되었다.


그녀의 얼음장 같던 'D 마이너(Dm)' 파동이 20년 묵은 창고 문을 열어젖힌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


그녀의 입에서 라틴어 기도문이 아닌, 경악에 찬 한국어가 튀어나왔다.


"그... 그 '표준음'... 그 '조율'..."


안젤라 수녀가 십자가를 쥔 손을 떨며 김경훈을 가리켰다.


"당신... 당신... 20년 전, '그 사람'이 쓰던 방식...!"


*... 뚝.*


김경훈의 'A#' 파동이 순간 멈칫했다.

그의 'B♭m(분노)' 파동이 예상치 못한 'C# 디미니쉬(당황)' 코드로 바뀌었다.


그의 아이자켓 너머, '환자'를 대하던 익살스러운 입꼬리가 굳었다.

그는 '스승'의 '정적(靜寂)'을, '사이렌'을 울리는 구마 사제의 입에서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뭐? 100만 원짜리 재킷 말고 20년짜리 뭐가 또 있어?"


황 소장이 이 비현실적인 '떡밥'에는 1%도 관심 없다는 '극사실주의'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그녀의 화려한 금발 웨이브가 짜증스럽게 흔들렸다.

"20년이면... 이자가 얼마야? 저 수녀님 '헌금'에서 복리로 청구해야 하나?"


[팀장님... 저 수녀... '스승님' 냄새 알아요...?]

탱고가 샛노란 니트 소매를 움켜쥐고 속삭였다.


"당신... '그'의 제자였군!"

안젤라 수녀가 김경훈을 '악마'가 아닌, 더 끔찍한 '위선자'를 보는 눈으로 노려봤다.


"'정적(靜寂)'을 말하며 '악'과 '협상'하던 그 위선자! '조율'이라는 궤변으로 '악'의 존재를 흐리던 그 이단!"



2.


김경훈은 '스승'을 '위선자'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스승'은 그에게 '기준음'을 찾는 '통제'를 가르쳤다.

'스승'은 '악'과 '선'이라는 '이름'에 집착하지 말고, 그저 '들으라'고 했다.

안젤라 수녀에게는 그 '관점' 자체가 '이단'이고 '악'과의 '협상'이었던 것이다.


*—콰콰쾅!—*


바로 그때, 2층의 '폴터가이스트(고객)'가 이 지독한 '신학적 불협화음'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 2층의 모든 창문이 '드르르륵' 떨렸다.


안젤라 수녀가 다시 십자가를 고쳐 쥐었다. "물러가라, 이단과 악마야!"


"아니요."


김경훈이 그녀를 막아섰다.

그의 'A#' 파동은 다시 차가운 'B♭m(분노)'로 돌아와 있었다.


"황 보. 500만 원 입금 확인되면 전화 주세요."

"뭐? 지금? 여기서? 저 수녀님이랑 '더치페이'로?"


김경훈이 선글라스 너머로 안젤라 수녀를 '바라보았다'.


"'스승'님의 '정적'을 모욕하는 건... 내 톰 포드 재킷에 성수를 뿌린 것보다 더 비싼 '진료비'가 청구될 겁니다, 수녀님."


"뭐라고...!"


"황 보, 귀 막으세요. 탱고, 너도."

김경훈이 이어폰의 볼륨을 높였다.


그는 '스승'의 '정적(Stillness)'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안젤라의 '사이렌(Siren)'도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영적 균형 학회 4대 석학' 김경훈의 '고유 버그'인, 제3의 방식.


'공격적 조율(Aggressive Tuning)', 혹은 '괴짜 의사의 비타민 주사'를 선택했다.


김경훈이 2층을 향해 '블레이드'를 겨누었다.


"고객님! 2층에서 '짜증'의 'G#' 삑사리 내시는 거, 잘 들었습니다!"

"'G... #'?'" (2층에서 '고객'의 파동이 멈칫했다.)


"네! 그리고 지금 이 수녀님이 'D 마이너' 사이렌을 울리고 계시죠!"

"뭐...?" (안젤라가 당황했다.)


"그리고 전, 제 톰 포드 재킷 때문에 'A#'으로 아주 기분이 안 좋습니다!"

그가 '블레이드'를 다시 튕겼다!


*피이이이이이이이이잉—! (A#)*


"자, G#과 A#, 그리고 D 마이너! 이 모든 '불협화음 환자'들을 제가 동시에 '집단 치료' 해 드리죠!"


김경훈이 '블레이드'를 든 손으로 2층의 'G#' 파동을 움켜쥐듯 쥐었다.

그리고 그 'A#' 파동을 '사이렌'을 울리는 안젤라 수녀의 'D 마이너' 파동에 억지로 꽂아 넣었다!


"끄... 끄아아아아아악!"


'고객(폴터가이스트)'의 비명이 아니었다.

'사이렌'을 울리던 안젤라 수녀의 비명이었다!


그녀는 '악마'의 파동이 아니라, 김경훈이 억지로 쑤셔 넣은 'A#'과 'G#'이 뒤섞인 '초고주파 불협화음'을 정통으로 맞고, 십자가를 떨어뜨리며 귀를 막고 주저앉았다.


"시... 시끄러워! 이... 이... 악마보다 더한...!"


*... 뚝.*


2층의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멎었다.

'고객'은 안젤라 수녀의 '사이렌'보다, 김경훈의 'A#' 분노(혹은 '비타민 주사')가 훨씬 더 무서웠던 모양이다.


'고객'의 '짜증(G#)' 파동이 '공포(Fm)'로 바뀌어 집 밖으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휴."


김경훈이 '블레이드'의 울림을 손으로 잡아 껐다.

그의 톰 포드 스웨이드 재킷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500만 원. A/S 완료."


그가 바닥에 주저앉아 귀를 막고 있는 안젤라 수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100만 원. 재킷 복원비. '스승'님에 대한 모욕죄는... '헌금' 대신 다음 '진료' 때 함께 청구하죠, 수녀님."


김경훈이 '검은 침묵'을 향해 유유히 돌아섰다.

황 소장은 '500'이라는 소리에 입이 귀에 걸렸다가 100만 원짜리 재킷을 보곤 '따분하다'는 표정으로 프라다 백에서 계산기를 꺼냈다.


[팀장님... 방금... '망치'보다 더 무서웠어요...]

탱고가 샛노란 니트 소매를 만지작거리며 속삭였다.


안젤라 수녀는 20년 만에 만난 '스승'의 제자가 '정적'이 아닌 '초고주파 삑사리'를 휘두르는 '버그(Bug)' 그 자체임을 깨닫고 경악에 빠져 있었다.



(에피소드 6.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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