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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ellP Desk

헬프 데스크 Ep.7

by 김경훈


'축출'을 신봉하는 '망치'들은 자신이 망가뜨린 '파동'을 책임지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소음'을 일으키고, '먼지'를 일으키고, 'G# 삑사리'가 나는 향수 냄새를 남기고 떠날 뿐이다.


그리고 그 '청소비'는 어김없이 다음 '조율사'의 몫으로 남는다.


- 영적 균형 학회 4대 석학, 김경훈.

「조율과 축출에 관한 소고 - 개정판 서문」 (자가 출판, 2025년) 17쪽.



에피소드 7. 3억짜리 '버그(Bug)'와 3천만 원짜리 '협상'


1.


[황 보 부동산 컨설팅] 사무실.

황 소장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녀의 화려한 금발 웨이브가 만족스러운 듯 가볍게 흔들렸다.


"'폴터가이스트' 건 500만 원 입금 확인. '트로트 할머니' 건 A/S 비용 30만 원... 어라? 김 팀장. 100만 원은 왜 뺀 거야?"


"톰 포드(Tom Ford) 스웨이드 재킷 복원 비용입니다, 소장님."


김경훈은 소파에 앉아, 아이자켓을 쓴 채 '블레이드'를 닦고 있었다. 그는 오늘, 아끼던 톰 포드를 '성수 테러'로 잃고, 차선책인 황금색(Mustard) 로로 피아나(Loro Piana) 캐시미어 코트를 입고 있었다.


"아니! 100만 원? 그 재킷 그냥 세탁소 맡기면..."


"황 보." 김경훈의 목소리가 'A#(A-Sharp)'으로 올라갈 뻔했다. "스웨이드는 '세탁'이 아니라 '복원'입니다. 청담동 왕복 KTX 특실 요금이 포함된 최소한의 'A/S 비용'이라고요."


"그래, 알았어!" 황 소장은 이 '비현실적인 광기(김경훈의 허세)'에 더는 관심 없다는 듯, 따분한 표정으로 계산기를 껐다. "600 벌었으면 됐지... 그래도 3억 날아간 거 생각하면... 아오!"

그녀가 자신의 프라다(Prada) 갤러리아 백을 신경질적으로 쓸어 넘겼다.


[팀장님... 600만 원이면... 소고기... 3억 원어치보다는 적죠?]

샛노란 니트를 입은 탱고가 크림색 머리카락을 긁적이며 물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쾅—!


사무실 문이, '조율'이나 '노크' 따위는 모른다는 듯 격렬하게 열렸다.


[팀장님! 냄새! G# 삑사리!]


탱고가 소리치기도 전에, 사무실의 '도(C) 장조'가 끔찍한 '불협화음'으로 깨졌다. 퀴퀴한 땀 냄새와, 그것을 덮으려 뿌린 값싼 명품 향수. 그리고 과하게 빗어 넘긴 기름진 포마드 냄새.


차승목이었다.



2.


"어이쿠! 이게 누구신가! 황 소장!"


차승목은 평소보다 더 번들거리는 얼굴이었다. 그의 베르사체(Versace) 풍 요란한 프린트 셔츠가 분노로 일렁였고, 가짜 롤렉스를 찬 손목으로 문을 가리켰다.


"황 소장! 일처리가 왜 이래! 내 구역에 '장님 전파사'를 보내서 '상품'을 훔쳐가?"


황 소장이 '자본주의'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어머, 차승목 씨. '상품'이라니? 우린 '고객님' A/S 해드린 것뿐인데? 30만 원짜리 청소비 말이야."


"청소비? 30만 원?" 차승목의 얇고 탐욕스러운 입술이 비틀렸다. "웃기지 마! 내가 알아봤어! '신세계 빌라' 3억짜리! '양옥집' 500만 원짜리! 당신들이 다 가로챘잖아! '장님 전파사'가 수녀님이랑 붙어먹고 내 '상품'을 다 훔쳐갔다고!"


"아이고, '환자'님 오셨네."

소파에 앉아있던 김경훈이 영적인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차승목 '환자'님. '망치'질만 하니까 '고객'들이 다 도망가는 거 아닙니까. '조율' 주사를 맞으셔야지."


"뭐? 환자? 이... 이...!"


차승목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다가, 김경훈을 노려봤다.

"너... '장님 전파사'! 무슨 수작을 부린 거야! 그깟 '소리굽쇠' 튕기는 걸로 3억짜리 '상품'이 사라져? 네놈... 뭔가 '부정한 짓'을 하고 있지! 뭔가... '버그(Bug)'라도 쓰는 거 아니냐고!"


... 뚝.


사무실의 모든 '파동'이 멎었다.


황 소장의 '자본주의' 미소가 얼어붙었다.

탱고의 샛노란 니트가 공포로 뻣뻣하게 굳었다.

[티, 팀장님... 쟤... 쟤... '버그'...]


김경훈이 '블레이드'를 닦던 손을 멈췄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G# 삑사리'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


차승목은 세 사람의 급격한 '파동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그저 게임 용어처럼 '버그'라는 단어를 썼을 뿐이었다.


"왜, 말 못 해? '버그' 쓴 거 맞지! 이 사기꾼..."


"아니! 잠깐!"

황 소장이 황급히 끼어들었다. 그녀는 '버그'의 정체('저승 관리국')를 아는 유일한 '인간'이었다.

"무슨 '버그'는 '버그'야! '벌레'? 'Bed Bug'? 이 건물 방역 깨끗해! 우리 관리비 꼬박꼬박 낸다고!"


[... 팀장님... 황 소장님 '파동', G# 삑사리보다 더 엉망이에요...]

탱고가 속삭였다.


"황 보. 그 '망치' 같은 변명은 집어치우시죠."

김경훈이 나직이 말했다.


차승목은 탐욕스러웠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그는 '버그'라는 단어 하나에, 김경훈(전문가), 황 소장(사장), 탱고(인턴) 세 사람의 '파동'이 동시에 무너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 호오."

차승목의 얇은 입술이, 탐욕스러운 미소로 바뀌었다. 그의 기름진 포마드 머리가 더 번들거리는 것 같았다.


"버그(Bug)..."

그가 그 단어를 음미하듯 중얼거렸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그 '영적 균형 학회 4대 석학' 나으리의... '비밀'이었구만."



3.


"차승목. 무슨 '망치' 같은 소리..."


"쉿."

차승목이 황 소장의 말을 잘랐다. 그는 이제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했다.


"황 소장. 3억, 500만 원. 다 좋아. 난 'A/S' 같은 푼돈엔 관심 없어. 난 '본게임'을 하고 싶거든."


그가 가짜 롤렉스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 3천만 원짜리 '아이돌 연습실' 건. 아직 '보류' 중이라며?"

"...!"

황 소장의 눈이 커졌다. "네가 그걸 어떻게..."


"이 바닥이 좁아서 말이야. 'G-Shop' 정보망도 있다고."

차승목이 기름진 미소를 지었다.


"그 '버그'가 뭔진 모르겠지만, 꽤... 시끄러워지면 곤란한 거겠지? 안 그래, '장님 전파사'?"


김경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말이야. 그 3천만 원짜리 '아이돌' 건... 나랑 '협업'하는 게 어때? '헬프 데스크'와 'G-Shop'의 콜라보레이션!"


차승목이 '협박'을 '협상'으로 포장했다.


"내가 '망치'로 '상품'을 기절시켜 놓으면, 네가 '버그'로 '조율'을 해. 5 대 5. 어때? 황 소장, 1,500만 원이라도 버는 게 낫잖아?"


사무실의 '파동'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황 소장의 '자본주의' 뇌가 1,500만 원과 '버그'의 비밀 사이에서 격렬하게 충돌했다.

탱고는 [팀장님... 저 아저씨 'G# 삑사리'가 사무실에 번지고 있어요...]라며 울먹였다.


김경훈이 천천히 '블레이드'를 튕겼다.


피이이이이잉—.


A-440Hz.


"차승목 '환자'님."


김경훈의 입꼬리가, 평소의 '괴짜 같은 미소로 돌아왔다.


"첫째, 제 '조율'은 '버그'가 아니라 '영적 균형 학회'의 공식 '특허' 기술입니다. '자가 출판'됐죠."

"둘째, 당신의 'G-Shop' 향수 냄새와 내 로로 피아나 '결계'의 '파동'이 충돌합니다. '비타민 주사'끼리 섞이면 큰일 나요. 콜라보 불가입니다."


그가 '블레이드'를 차승목의 기름진 포마드를 향해 겨누었다.


"셋째... 3천만 원짜리 '예술'은... '망치' 따위와는 '집단 상담' 받지 않습니다."


김경훈이 A-440Hz의 '파동'을 증폭시켰다. 맑은 소리가 차승목의 'G# 삑사리' 향수 냄새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끄... 끄윽..."

차승목이 뒷걸음질 쳤다. "이... 이 장님 전파사가...!"


"나가시죠. 사무실 '소닉 클리닝' 비용 청구하기 전에. 기본요금 100만 원입니다. 아, 내 톰 포드 재킷 값이죠."


"두고 보자! '버그'... '버그'... 내가 꼭 알아낼 거야! 그 3천만 원짜리, 내가 먼저 가로챌 테다!"


차승목이 G# 삑사리를 내지르며 도망치듯 사무실을 나갔다.


쾅!


문이 닫히자, 황 소장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 망했다. 3억 날아간 것도 모자라서, 이제 걸어 다니는 '망치'한테 '버그'까지 들켰어..."


[팀장님... 어떡해요... '관리국'에서 알면... 저 '삭제'당해요...]

탱고가 울먹였다.


김경훈이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괜찮습니다. 그는 '버그'가 뭔지 모릅니다. 그냥 '시끄러운 환자'일뿐이죠."


그가 '검은 침묵' 키를 챙겨 들었다.


"황 보."

"... 왜."

"3천만 원짜리 '아이돌' 건. 지금 당장 가야겠습니다."


김경훈의 입꼬리가 날카롭게 올라갔다.


"그 '망치 환자'가 먼저 도착해서, 3천만 원짜리 '예술'을 망가뜨리기 전에."



(에피소드 7.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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