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때로는 '망치'나 '사이렌'이 아니라, 그저 '집게'의 방향을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화음'은 돌아온다.
물론, 그 '집게'가 1인분에 15만 원짜리 한우를 잡고 있을 때는 그 어떤 A-Class 민원보다 더 신중해야 한다. 육즙은 소중하니까.
- 영적 균형 학회 4대 석학, 김경훈.
「조율과 축출에 관한 소고 - 개정판 서문」 (자가 출판, 2025년) 21쪽 (소고기 편).
에피소드 11. 3천9백만 원짜리 소고기와 3만 원짜리 '집게'
1.
대구 수성구에서 가장 비싸고, 예약이 어렵다는 한우 오마카세 룸.
'치이익-'
최고급 참숯이 뿜어내는 '파(F)' 음의 맑은 열기 위로, A++ 등급의 안심이 올라갔다.
"와..."
황 소장마저 이 광경에는 잠시 '자본주의'의 넋을 잃었다. 그녀의 화려한 금발 웨이브가 불빛에 반사되어 빛났다. 그녀는 프라다(Prada) 갤러리아 백을 옆 의자에 고이 모셔두고, 까르띠에(Cartier) 시계를 찬 손목으로 턱을 괬다.
"3천9백만 원 벌었으니까... 이 정도는 '유지보수비'로 써야지. 안 그래, 김 팀장?"
그녀의 표정은 '이 한 점에 얼마'인지 따분하게 계산하는 'CEO'의 얼굴이었다.
"물론이죠, 황 보. 제 로로 피아나(Loro Piana) '결계'도 가끔은 '육즙'으로 코팅을 해줘야 합니다."
김경훈은 황금색 캐시미어 코트를 입은 채(물론 실내였다) 아이자켓 너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이어폰에서는 고기 익는 소리가 A-440Hz보다 맑은 'C 메이저'로 들려오고 있었다.
[팀장님...!]
그의 옆에서 샛노란 니트를 입은 탱고가 '소년'의 모습으로 몸을 떨고 있었다. 그의 덮수룩한 크림색 머리카락이 흥분으로 쭈뼛 섰고, 모자 속의 '강아지 귀'가 쫑긋거리는 게 파동으로 느껴졌다.
[냄새가... 냄새가... 'C 메이저'예요! 완벽한 화음! 먹어도 돼요? 지금 먹어도 돼요?]
"아니, 탱고. '조율'이 덜 끝났다."
"조율은 무슨." 황 소장이 지미 추(Jimmy Choo) 힐을 꼬며 핀잔을 줬다. "그냥 먹어. 1인분에 15만 원짜리야."
2.
서버가 정중하게 첫 번째 안심을 불판 위에 올렸다.
치이이이이익—.
완벽한 소리. 완벽한 냄새.
탱고가 침을 삼키는 '꿀꺽' 소리가 김경훈의 이어폰을 강타했다.
"자, 이제 뒤집..."
황 소장이 집게를 들려는 순간이었다.
... 스윽.
집게가 마치 보이지 않는 힘에 밀린 것처럼, 고기를 스쳐 지나가 불판 가장자리를 '탁' 쳤다.
"어?"
황 소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 미끄러졌네."
그녀가 다시 집게를 뻗었다.
스으윽.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집게는 고기에 닿기 직전에 멈췄다.
"아, 진짜! 이 집게 왜 이래? 3천9백짜리 회식인데!"
[팀장님...!]
탱고가 울먹이며 속삭였다.
[고기가... 고기가... 'F 마이너(Fm)'가 되고 있어요! 타고 있어요!]
김경훈의 익살스러운 미소가 사라졌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A++'의 완벽한 'C 메이저' 화음이 순식간에 '타들어 가는 G# 삑사리'로 변하고 있었다.
"쯧."
김경훈이 '블레이드'(소리굽쇠)를 꺼내 들었다.
"아이고, '환자'분이 또 계셨네. 15만 원짜리 '진료'가 시급합니다."
"뭐? 환자? 김 팀장! 너 또..."
김경훈이 황 소장의 말을 무시하고, 불판을 향해 '블레이드'를 겨누었다.
'지직...'
불판 위에서 고기가 타는 소리와 함께 미약한 '짜증'의 파동이 흘러나왔다.
'... 아니야... 지금... 아니야... 10초... 10초 뒤에... 뒤집으라고... 육즙... 다 빠져...!'
"아."
김경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형적인 'E-Class 고기 굽는 장인' 고객님이시군요. '집게' 관련 민원이 접수됐습니다."
3.
"뭐? 3천9백 벌었는데, 15만 원짜리 고기 하나 못 먹어? 김 팀장! 당장 '조율'해! '망치'로 두들겨 패든 '사이렌'을 울리든!"
황 소장이 '자본주의'의 분노를 터트렸다.
"황 보, 진정하시죠. '망치'는 '야만'입니다."
김경훈이 로로 피아나 코트 소매를 걷고(고기 냄새가 밸까 봐) 일어섰다.
그는 황 소장에게서 집게를 빼앗아 들었다.
그가 집게를 들고, 'Fm' 파동이 흘러나오는 불판을 향해 말했다.
"고객님. A/S 접수됐습니다. '영적 균형 학회 4대 석학'으로서 이 '마블링의 화음'을 존중합니다."
'... 뭐... 뭐야, 넌...?'
"'조율사'입니다."
김경훈이 '블레이드'를 튕겼다.
피이이이이잉—.
A-440Hz.
"고객님의 '육즙 보존'에 대한 열정은 이해합니다만, 제 '환자'(탱고)가 '소고기 알레르기'가 있어서... '웰던'으로 구워야 합니다."
'... 뭐... 웰... 던...? 이 A++를...?!'
불판 위의 'Fm' 파동이 경악과 분노의 'G# 삑사리'로 바뀌려는 순간이었다.
"물론 농담입니다."
김경훈이 집게로 탄 부분을 살짝 긁어내며 말했다.
"A/S는 간단합니다. '고객님'이 직접 구우시죠."
"뭐?"
황 소장이 되물었다.
김경훈이 집게를 불판 위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자, '조율'합니다. 15만 원짜리 '집도'를 허락하죠."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불판 위에 놓인 집게가 스르륵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마치 30년 장인이 굽는 듯한 현란한 손놀림으로, '치이익-' 소리와 함께 고기를 뒤집었다.
완벽한 '미디엄 레어'의 템포였다.
타들어 가던 'G# 삑사리'가 완벽한 'C 메이저'의 '육즙' 냄새로 돌아왔다.
[... 팀장님...!]
탱고가 크림색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감격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집게는 고기를 정확히 3등분 하여, 탱고의 앞접시, 황 소장의 앞접시, 그리고 김경훈의 앞접시에 하나씩 내려놓았다.
'... 소금... 찍어... 먹어... '
만족스러운 '파동'과 함께, 집게가 '탁' 소리를 내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휴. A/S 완료."
김경훈이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3만 원짜리 '컨설팅'이었습니다, 황 보."
"뭐? 3만 원? 야!"
황 소장이 막 입에 넣으려던 15만 원짜리(이제 5만 원이 된) 고기를 보며 소리쳤다.
"내 3천9백에서 3만 원 또 까는 거야! 이 '비타민 주사' 중독자야!"
김경훈이 와인 잔을 들며(물론 안에는 물이 들어있었다) 우아하게 말했다.
"'고객 만족도'가 매우 높은... 훌륭한 '진료'였습니다."
[팀장님! (우물... 우물...) C 메이저예요!]
(에피소드 11.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