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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ellP Desk

헬프 데스크 Ep.13

by 김경훈


'조율사'는 '결계'가 필요하다. 그것은 '고객'의 '불협화음'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패'이자, '조율사' 자신의 '기준음'을 유지하는 '갑옷'이다.


나의 '결계'는 로로 피아나(Loro Piana)의 '촉감'이고, JH 오디오(JH Audio)의 '청각'이며, 벨루티(Berluti)의 '파동'이다.


이 '결계'는 완벽하다. 적어도... '충주 기숙사'의 눅눅한 'F 마이너(Fm)' 파동만 아니라면.


- 영적 균형 학회 4대 석학, 김경훈.

「조율과 축출에 관한 소고 - 개정판 서문」 (자가 출판, 2025년) 22쪽 (파동과 결계의 상관관계).



에피소드 13. KTX 특실과 '정적(靜寂)'의 교정지


1.


동대구역 KTX 특실 칸.

'슈우욱-'

부드러운 'C 메이저'의 에어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열차가 멈춰 섰다.


김경훈이 로로 피아나(Loro Piana) 캐시미어 코트(오늘은 차분한 네이비색이었다)를 걸치고 플랫폼에 내렸다. 그의 한 손에는 '조율'을 마친 톰 포드(Tom Ford) 스웨이드 재킷이 담긴 최고급 리모와(Rimowa) 알루미늄 슈트케이스가 들려 있었다.


청담동 '복원' A/S는 완벽했다.

'성수 테러(Ep.6)'의 흔적은 '촉감'으로도, '냄새'로도 느껴지지 않았다. 100만 원짜리 '결계'가 성공적으로 복구된 것이다.


그는 '검은 침묵'의 FSD가 대기 중인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며, '자가 출판 서문 22쪽'을 떠올렸다.


"'결계'는 완벽해야 한다. 17살, '충주 기숙사'의 눅눅한 'F 마이너' 파동 속에서 살아남은 이유다."


'가난'의 트라우마를 완벽한 '럭셔리'의 '결계'로 덮는 것. 그것이 '4대 석학' 김경훈의 '조율' 방식이었다.


그의 아스텔 앤 컨(Astell&Kern) SP3000에 연결된 슈어(Shure) KSE1500(정전식 이어폰)에서는 '스승'의 '정적'을 닮은 클래식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기분이 좋았다.



2.


... 스윽.


[황 보 부동산 컨설팅] 사무실 문이 열렸다.

'검은 침묵'을 주차하고 올라온 김경훈이 벨루티(Berluti) 구두를 털며 들어섰다.


"황 보, 100만 원 A/S 완료됐..."


김경훈의 말이 멎었다.

그의 '결계'가 사무실의 '파동'을 '듣고' 경고를 보냈다.


사무실은 'C 메이저(안정)'가 아니었다.

황 소장의 'G#(짜증)'도, 탱고의 'A(배고픔)'도 아니었다.

그것은... 'F 마이너(Fm)'.


'충주 기숙사'의 그 눅눅하고 축축한 '절망'과 '공포'의 파동이었다.


"왜... 이러십니까."


김경훈이 아이자켓 너머로 미간을 찌푸렸다.

황 소장은 샤넬(Chanel) 트위드 재킷을 입은 채, 고야드(Goyard) 서류 가방을 끌어안고 떨고 있었다. 그녀의 화려한 금발 웨이브가 공포로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탱고는 '소년'의 모습도 아닌, '개' 폼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에르메스(Hermès) 하네스는 구석에 벗어던져둔 채, 유니클로 담요(원래 황 소장이 쓰던)를 뒤집어쓰고 김경훈의 책상 밑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티... 팀장님... 오셨어요...]


"무슨 일입니까."

김경훈의 목소리가 'A#(A-Sharp)'으로 올라갔다.

"3억짜리 '버그(Ep.4)' 현장보다 심각한 'F 마이너'입니다. '망치(차승목)'가 다녀갔습니까? 아니면 '사이렌(안젤라)'이 또 '성수'를 뿌렸습니까?"


"아... 아니야..."

황 소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저었다.

"그... '사이렌'보다 더한 놈이었어... '망치'처럼 시끄럽지도 않았고... 그냥..."


"그냥...?"


"그냥... '정적(靜寂)'."


... 뚝.


김경훈의 'A#' 파동이 순간 멎었다.

그의 로로 피아나 '결계'가 '정적'이라는 단어에 반응했다.

17살, 충주 기숙사에서 그를 '조율'했던 유일한 '파동'.


'스승'.


[... 팀장님... 그 할아버지... '관찰자'라고... '충주 기숙사'라고...]

책상 밑에서 탱고가 울먹였다.


"황 보."

김경훈이 떨리는 손으로 슈어 이어폰을 빼냈다.

"그 '정적'... 지금 어디 있습니까."


"갔어... 갔는데..."

황 소장이 김경훈의 책상을 가리켰다.


"저거... 저거 남기고 갔어. 당신 '자가 출판' 서문에..."



3.


김경훈이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의 벨루티(Berluti) 구두가 내는 '또각' 소리가 이 'F 마이너' 파동 속에서 유난히 시끄럽게 울렸다.


그는 자신의 '자가 출판 서문 1쪽(Ep.1)'을 집어 들었다.

'망치가 더 빠를 때도 있긴 하다'는 문장 위에, 붉은 잉크로 가로줄이 '찍-' 그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맑지만 서늘한 필기체.

'스승'의 '파동'이 담긴 '교정'.


'망치는 망치일 뿐. 조율사는 집게를 든다.'


"......"


김경훈의 손이 떨렸다.

'4대 석학'의 '결계'가 '충주 기숙사'의 '맹인 소년' 시절의 트라우마에 의해 깨지고 있었다.


그의 'A-40Hz' 기준음이 흔들렸다.

'스승'은 그가 '가난'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해 쌓아 올린 이 모든 '럭셔리(톰 포드, 마크 레빈슨)'와 '허세(4대 석학)'가 그저 '시끄러운 소음'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황 소장."

김경훈이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짰다.

"그 '정적'... 어떻게 생겼습니까."


황 소장이 공포에 질린 눈으로, 김경훈이 벗어둔 로로 피아나 코트와, 그가 입고 있는 에르메스(Hermès) 실크 셔츠를 번갈아 보았다.


"몰라... 그냥... 낡은 갈색 스웨터... 근데... 이상하게 비싸 보였어... '촉감'이... 당신 '로로 피아나'처럼... 아니, 그보다 더... '파동'이 완벽했어... 당신처럼 '샤넬'이니 '고야드'니 하는 '로고'는 하나도 없는데... 그냥... '존재' 자체가 '울트라 럭셔리'였어."


"...!"


김경훈이 '교정지'를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스승'은 그의 '보상 심리(럭셔리)'마저 꿰뚫어 보고, '조율'을 넘어선 '격(格)'의 차이를 보여주고 떠난 것이다.


[팀장님... '교정' 봤어요...]

책상 밑에서 탱고가 기어 나왔다.

['망치는 망치일 뿐. 조율사는 집게를 든다'... 그 '집게'가... '소고기 집게(Ep.11)' 말하는 거예요...?]


"......"


김경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 헤드폰과 JH 오디오(JH Audio) 커스텀 이어폰이 놓인 '4대 석학'의 책상에 주저앉았다.


'충주 기숙사'의 'F 마이너' 파동이 '스승'의 '정적'이 되어 그를 덮쳤다.


'자가 출판 2쇄'는... 수정되어야 했다.



(에피소드 13.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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