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4. 3억짜리 '버그'와 300만 원짜리 '자릿세'
1.
[황 보 부동산 컨설팅] 사무실.
'파동'이 멎어 있었다.
김경훈은 KTX 특실에서 막 돌아온 로로 피아나(Loro Piana) 네이비 코트를 입은 채, 자신의 사무실 의자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의 아이자켓 너머, '4대 석학'의 익살스러운 미소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의 손에는 '스승'이 남기고 간 '교정지' 한 장이 들려 있었다.
'망치는 망치일 뿐. 조율사는 집게를 든다.'
'집게'.
그 단어가 17살 '충주 기숙사'의 눅눅한 'F 마이너(Fm)' 파동을 불러왔다.
'가난'과 '버그'의 소음에 시달리던 맹인 소년.
그의 아스텔 앤 컨(Astell&Kern) SP3000은 멈췄고, 책상 위의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 앰프는 차가웠다. '스승'의 '정적' 앞에서, 그가 '가난'의 트라우마를 덮기 위해 쌓아 올린 수천만 원짜리 '오디오'와 '럭셔리' 결계는 '충주'의 눅눅한 담요 한 장보다도 무력했다.
"......"
"김... 김 팀장...?"
황 소장이 '멘붕'에 빠진 김경훈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그녀는 샤넬(Chanel) 트위드 재킷을 입은 채, 고야드(Goyard) 서류 가방을 끌어안고 떨고 있었다. 그녀의 '자본주의' 뇌는 '스승'이라는 '측정 불가능한 존재'의 방문으로 인해 사상 초유의 'Fm' 파동에 휩싸여 있었다.
[팀장님... '정적' 파동이... 아직 사무실에 남아있어요...]
탱고는 '개' 폼으로 돌아가 김경훈의 벨루티(Berluti) 구두 밑에서 담요(원래 황 소장이 쓰던)를 뒤집어쓰고 떨고 있었다. 3천9백만 원 회식으로 겨우 잊었던 '삭제'의 공포가 되살아난 참이었다.
사무실은 'F 마이너(Fm)'의 '불협화음' 그 자체였다.
김경훈이 '멘붕'에 빠진 바로 그 순간이었다.
2.
스르르륵...
사무실의 'F 마이너' 공포 파동이, 완전히 다른 '파동'에 의해 덮어씌워졌다.
'스승'의 '정적(A-440Hz)'과는 달랐다.
'망치(G#)'나 '사이렌(Dm)'처럼 시끄럽지도 않았다.
그것은... 아주 오래되고, 'B(시)' 음처럼 낮게 깔리는 묵직한 '땅'의 파동이었다.
소나무 숲과, 마른 흙과, 젖은 이끼의 냄새.
[...!!]
책상 밑의 탱고가 비명을 삼켰다.
[티, 팀장님! 이, 이건... '관리국' 파동이 아니에요! 이건... '등록'되지 않은... '로컬(Local)'! '토지(Land)' 그 자체예요!]
"또... 뭐야...!"
황 소장이 '스승'의 공포가 가시기도 전에 들이닥친 새로운 '압력'에 지미 추(Jimmy Choo) 힐을 신은 채 비틀거렸다.
"'스승' 친구야? '자가 출판' 5대 석학이냐고!"
사무실 중앙에, '파동'이 뭉쳤다.
낡은 흰색 '두루마기'를 걸친 노인이 나타났다.
김경훈은 '느껴졌다'. 저 '두루마기'의 '촉감'... 그의 에르메스(Hermès) 실크 셔츠를 '누더기'로 만들어 버리는 수천 년 묵은 '정적'의 파동이었다.
그리고 그 옆.
'으르르릉...'
낮은 'B(시)' 음의 울림.
'고객'이 아니었다. '영물(靈物)'.
황 소장의 '자본주의' 뇌가 이 비현실적인 광경을 처리하지 못했다.
"저... 저 호랑이... 동물원에서 탈출했어? 아니, 잠깐... 저 노인네... 우리 건물주 아닌데..."
"건물주 맞다."
노인이 'B(시)' 음의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김경훈의 '멘탈 붕괴(Fm)' 파동과, 황 소장의 '패닉(G#)' 파동, 그리고 탱고의 '공포(Bbm)' 파동을 '땅'의 '파동'으로 짓눌렀다.
"이 구역... '팔공산' 전체가 내 건물이다."
'팔공산 산신령'. '왕건'의 '팔공신'이자, 그 '군왕' 신숭겸(申崇謙) 장군의 '화신(化身)'이었다.
"이봐, '4대 석학(김경훈)'."
산신령이 '교정지'를 쥔 채 멍하니 있는 김경훈을 향해 턱짓했다.
"네놈이 내 '구역(대구)'에서 '버그(태평요술)'를 일으킨 바람에, 내 '고객(전우들)'들이 네놈의 'A-440Hz'에 맛이 가서 '저승 관리국(탱고)'으로 '이민'을 가고 있잖아! '영업 손실'을 청구하겠다!"
"......"
김경훈은 '충주 기숙사'의 절망 속에서 대답할 기력이 없었다.
"'영... 영업 손실'이요...?"
황 소장이 멍하니 되물었다.
산신령이 이번에는 황 소장을 향해 말했다.
"그리고 '황 보'. 네년이 내 '땅(팔공산 기슭)'에서 '부동산 컨설팅'을 하려면 '자릿세(월세)'를 내야지."
"월... 월세... 요? 여긴 상가인데...!"
"월세는 'A++ 한우 오마카세(Ep.11)' 10인분(본인과 전우들 '제사용')과 '샤넬(Chanel) No.5' 향수(호랑이용. 냄새를 좋아함)다."
"......"
'A++ 한우'라는 말에, 책상 밑의 탱고가 'Fm(공포)' 속에서 'A(배고픔)' 파동을 살짝 내비쳤다.
김경훈은 '충주 기숙사'의 절망 속에서 '스승'의 교정지('집게')와 '산신령'의 '한우' 사이에서 멘탈이 부서지고 있었다.
모두가 멈춘 그 순간.
황 소장이 '패닉'에 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 샤넬... 넘버 5...?"
그녀의 '자본주의' 뇌가 '산신령'과 '호랑이'라는 비현실을 뚫고, '샤넬'이라는 현실적인 '비용'에 접속했다.
황 소장이 프라다(Prada) 백을 고쳐 쥐고, '건물주(산신령)'를 향해 '따분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만요, '건물주'님."
그녀의 목소리는 다시 '무관심한 CEO'의 'D(레)' 음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 '샤넬 No.5'... '부가세' 포함이에요? '현금영수증' 끊어주시는 거죠?"
(에피소드 14.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