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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ellP Desk

헬프 데스크 Ep.17

by 김경훈


모든 '시스템'에는 '규칙'이 있다. '저승 관리국'이 '사기업'인지 '관공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 중요한 것은... '청구서'를 보낼 '주소'를 아느냐는 것이다.


- 영적 균형 학회 4대 석학, 김경훈.

「조율과 축출에 관한 소고 - 개정판 서문」 (자가 출판, 2025년) 24쪽 (신규 비즈니스 편).



에피소드 17. 10% 부가세와 '서버 소환장'


1.


[황 보 부동산 컨설팅] 사무실.

'조 실장'의 노트북 화면에 떠오른 '관리자'의 텍스트가 '스승'이 남기고 간 '정적'보다 더 무거운 'C 메이저' 파동으로 사무실을 짓눌렀다.


[LAPTOP SCREEN][LAPTOP SCREEN]: `... 네놈들, '부가세'가 얼마라고?`


"......\!"


조 실장은 자신의 '퀀텀' 노트북이 '루트킷'도 아닌 '신(神)'에게 역해킹당했다는 사실에 '커널 패닉' 상태에 빠졌다.


[티, 팀장님\! '관리자'예요\! '염라대왕'님 비서실일 거예요\! '삭제'당해요\! '삭제'\!]

탱고는 샛노란 니트 소매를 물어뜯으며 'Fm' 파동을 방출했다.


"오호."

김경훈만이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그의 아이자켓 너머, 입꼬리가 '영적 의사'의 미소로 올라갔다.

"'서버'가 말을 하네요. '환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청진'을..."


"잠깐."


이 모든 혼란을 뚫고, 황 소장의 차가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녀는 '신적 존재'나 '파동'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것은 '비즈니스 협상'이었다.


황 소장이 '따분한' 표정으로 샤넬(Chanel) 트위드 재킷 깃을 바로잡았다. 그녀는 노트북 화면 속 '관리자'를, 세금 징수하러 온 '국세청 직원' 대하듯 바라봤다.


"부가세는 10%입니다, '관리자'님."


[... 뭐?]


"물론 '원천징수' 하시면... '영수증' 처리해드려야 하고. 3.3% 떼실 건가요?"


황 소장은 '저승'을 상대로 '한국 세법'을 들이밀었다.



2.


노트북 화면의 'C 메이저' 텍스트가 'G\# 삑사리'의 '분노'로 붉게 점멸했다.


[LAPTOP SCREEN][LAPTOP SCREEN]: `... 3.3%? 네놈... '버그(태평요술)'를 '자가 출판'한 것도 모자라... '지역 서버(팔공산 군왕)'와 '불법 계약'을 맺고... '저승 관리국'에 '부가세'를...?`


"불법 아니거든요\!"

황 소장이 고야드(Goyard) 서류 가방을 '탁' 소리 나게 열었다.

"'팔공산 군왕'님과는 '컨설팅' 계약을 맺은 겁니다\! 여기 '계약서(Ep.15)'... 아니, '교정지(Ep.13)'\!"


[LAPTOP SCREEN][LAPTOP SCREEN]: `사안의 중대성을 인지. '버그(KKH)' 및 '관련 파동'의 '시스템 교란' 행위에 대한 '청문회(HEARING)' 소집.`


[LAPTOP SCREEN][LAPTOP SCREEN]: `'버그' 주체 (김경훈), '버그' 동조자 (황보), '관찰자' (탱고), '불법 해커' (조 실장)...`


[LAPTOP SCREEN][LAPTOP SCREEN]: `전원, 현 시간부로 '메인 서버(저승)'로 강제 '소환' 조치.`


"소환? 잠깐\! 우리 '변호사'..."

황 소장이 '자본주의'의 마지막 저항을 시도하려던 순간, 조 실장이 비명을 질렀다.


"팀장님\! '파동'이 아니에요\! '데이터'가... '물리적'으로 우릴 끌어당겨요\! '커널 패닉'이에요\!"


—삐이이이이이이익\!\!—


김경훈의 귀에 꽂힌 JH 오디오(JH Audio) 커스텀 이어폰이 아스텔 앤 컨(Astell\&Kern) SP3000의 출력을 견디지 못하고 '시스템 다운' 경고음을 냈다.

'충주 기숙사'의 'Fm' 소음과는 비교도 안 되는 '원본 서버'의 '절대적인 A-440Hz' 파동이 쏟아져 들어왔다.


[삭제당한다\! 삭제당한다\!]

탱고가 '개' 폼으로 돌아가 비명을 질렀다.


사무실의 풍경이 '픽셀'처럼 깨지기 시작했다.

김경훈의 로로 피아나(Loro Piana) 코트 자락, 황 소장의 샤넬 재킷, 탱고의 에르메스(Hermès) 하네스(차고 있지도 않았는데\!), 조 실장의 'NASA' 티셔츠가... '데이터'가 되어 '서버'로 '드래그 앤 드롭'되고 있었다.



3.


...

...

...

'재부팅(Reboot)'.


네 사람이 '데이터'에서 '물리적 형태'로 다시 '재구성'되었다.


"......"


황 소장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

"뭐... 뭐야, 여긴..."


그곳은 '헬프 데스크' 사무실이 아니었다.

불길이나 '고객(귀신)'도 없었다.


끝없이 펼쳐진, 차가운 흑요석(Obsidian)으로 만들어진 '서버 룸'.

천장에는 '은하수'처럼 '영혼'들이 '데이터 패킷'이 되어 흐르고 있었고, 거대한 '서버 랙'처럼 보이는 '비석'들이 완벽한 'A-440Hz'의 '정적'을 울리고 있었다.


그들은 거대한 '법정' 혹은 '이사회 회의실'의 피고석에 서 있었다.


"어... 어..."

조 실장이 노트북을 열었지만, 화면에는 'Wi-Fi 신호 없음' 아이콘만 떠 있었다.


[히잉...]

탱고는 '개' 폼 그대로 황 소장의 지미 추(Jimmy Choo) 힐 옆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오호..."

김경훈만이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이 '원본 A-440Hz' 파동에 '석학'으로서 감탄하고 있었다.

"이 '정적'... '스승'의 파동...? 아니... 이게 '원본'...? 내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 앰프로도 이 '해상도'는 무리인데..."


"앉으시죠."


'C 메이저'의 '텍스트'가 '목소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네 사람 앞, 거대한 '재판석'에 '관리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저승사자'였지만, '갓'이나 '도포' 차림이 아니었다.

김경훈의 '결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완벽한 '촉감'의 브리오니(Brioni) 블랙 슈트를 입고 있었다.


그가 파텍 필립(Patek Philippe)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회중시계를 꺼내 '탁' 소리 나게 열었다. '영혼'의 '시간'을 재는 소리였다.


'관리자'가 서류(아마도 '생사부')를 넘기며, '따분한' 황 소장과 '멘붕' 직전의 황 소장을 번갈아 보았다.


"자."

'관리자'가 말했다.


"...'부가세 10%'... 청구서 원본, 이쪽으로 제출하시죠."



(에피소드 17.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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