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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ellP Desk

헬프 데스크 Ep.21

by 김경훈


에피소드 21. '1집게'의 견적서와 'F 마이너'의 고뇌



1.


'저승 관리국'의 '서버 룸'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

'스승'이 남기고 간 '경고'의 파동이 '관리자'의 'C 메이저(질서)' 파동과 뒤섞여 흑요석 벽을 맴돌았다. 수천, 수만 개의 '영혼(데이터)'들이 천장의 '은하수'를 따라 정해진 '경로'대로 흐르고 있었지만, '제천대성'이 뚫어버린 '균열'에서는 여전히 'G#' 삑사리의 '혼돈' 파동이 스파크처럼 튀었다.


"......"


'관리자'는 파텍 필립 회중시계를 쥔 채, '글로벌 전쟁'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가늠하고 있었다.


"자."

'관리자'가 '소유권 분쟁'을 일단 보류하기로 결정한 듯, '피고석'의 헬프 데스크 팀을 바라보았다. 그의 브리오니 슈트는 털끝 하나 흐트러짐이 없었다.


"'스승'의 경고는 '관리국'에서도 인지했다. '버그(김경훈)'의 '삭제'는 보류한다."


[휴...]

탱고가 '개' 폼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목에 '소환'되면서 데이터가 실체화된 에르메스 하네스가 '삭제'의 공포에서 벗어나 희미하게 빛났다.


"대신,"

'관리자'가 황 소장을 바라보았다.

"네년이 말한 '부가세'와, '4대 석학'이 말한 '1집게'의 '견적서'를... '이승'으로 돌아가 공식 채널(탱고)로 제출하도록."


"뭐? '견적서'를... 진짜로?"

황 소장의 '따분한' 표정이 '자본주의'의 환희로 빛날 뻔했다. '신'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딴 것이다!


"단,"

'관리자'가 '서버 룸'의 '로그아웃' 버튼을 눌렀다.

"네놈들의 '파동(버그)'이 다시 한번 '옥황상제'의 '경보'를 울린다면..."


'관리자'의 'C 메이저' 파동이 'G#(분노)'로 바뀌었다.


"그때는 '부가세'가 아니라, 네놈들의 '영혼'을 '압류'하겠다."


—콰아아앙!—


'서버 룸'의 흑요석 바닥이 꺼지듯, 네 사람의 '데이터'가 '이승'을 향해 '강제 전송'되었다.

김경훈의 귀에 꽂힌 JH 오디오 커스텀 이어폰이 '서버 접속 종료'의 '삑' 소리를 고막을 찔렀다. '신'의 '원본 파동'을 '청진'한 여파로, 최고급 '드라이버' 유닛이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을 일으켰다.



2.


"......"

"... 콜록! 콜록!"


가장 먼저 '재부팅'된 것은 조 실장이었다.

"'저승'의 '오존' 냄새가 아니라... '이승'의 '산소' 파동이다... '저승 와이파이', 끊겼어요!"


헬프 데스크 사무실.

방금 전의 '흑요석 서버 룸'이 거짓말이었다는 듯, '대프리카'의 쨍한 오후 햇살이 '먼지'를 비추며 쏟아져 들어왔다.


황 소장이 '꿈'에서 깬 듯 비틀거리며, 지미 추 힐을 벗어던졌다.

"아... 3천9백... 아니, '1집게'..."

그녀는 '신'들과의 '협상'으로 인한 극도의 피로감에, 샤넬 트위드 재킷을 입은 채 그대로 소파에 쓰러졌다. 그녀의 화려한 금발 웨이브가 고야드 서류 가방 위로 쏟아졌다.


[히잉...]

탱고는 '개' 폼 그대로, 자신의 에르메스 하네스가 '이승'에 무사히 '로그인'된 것을 확인하고는 황 소장의 다리 밑으로 기어들어가 기절하듯 잠들었다.


"팀장님! '저승'에서 '핑'만 받은 게 아니에요!"

조 실장이 '패닉'에 빠진 척하며(혹은 '연기'하며) 노트북을 켰다. '고스트버스터즈'의 '기술'이 엿보이는 그녀의 '퀀텀' 노트북이 부팅을 거부하고 있었다.

"제 노트북에... '악성 코드'가 심어졌어요! '제천대성'의 'G# 삑사리'... 아니, '혼돈'의 '바이러스'예요!"


"......"


김경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귀환'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17살의 그 'F 마이너 절망' 속에 갇혀 있었다.


그는 천천히 자신의 '결계'들을 확인했다.

손끝으로 로로 피아나 코트의 '촉감'을 만져보았다. '가난'을 막아주던 '갑옷'이 '충주'의 눅눅한 담요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성역', 마크 레빈슨 앰프와 스탁스 헤드폰이 놓인 오디오 랙으로 걸어갔다.


그의 '럭셔리'와 '오디오' 결계.

'스승'의 '정적' 파동 앞에서는 '교정'당했고, '관리자'의 'C 메이저' 파동 앞에서는 '압류'당할 뻔했으며, '제천대성'의 'G#' 파동 앞에서는 '장난감' 취급을 받았다.


그의 '결계'는 '버그'였다.

아니, '버그'를 덮기 위한 '패치'에 불과했다.



3.


김경훈이 '스승'이 남기고 간 '교정지'를 꺼내 들었다.


'망치는 망치일 뿐. 조율사는 집게를 든다.'


17살, '파산'과 '버그'로 인한 '소음의 홍수' 속에서 '스승'은 그에게 'A-440Hz'라는 '방패'를 주었다.

'소음'을 막아내고, '결핍의 기억'을 덮으라고.


"......"


하지만 '스승'은 'A-440Hz'로 '싸우라'고 가르친 적이 없었다.

'4대 석학(자가 출판)'이 되어, 'A#' 삑사리로 '사이렌(안젤라)'을 공격하고, '부가세'를 청구하라고 한 적이 없었다.


'스승'은 '방패'를 줬는데, 김경훈은 그 '방패'로 '망치'질을 하고 다녔다.


'교정지'의 '집게'는... '태평요술'의 '원본 코드'를 열라는 '힌트'였다.

'소음'을 'A-440Hz(응용 앱)'로 덮어씌우는 '조율'이 아니라,

'소음'의 '근원'을 '집게'처럼 '집어내는' '궁극의 조율'.


하지만 그 '원본 코드'를 여는 것은...

17살, '파산'과 '절망'의 'F 마이너' 파동 속으로,

로로 피아나 '결계'도, JH 오디오 '방패'도 없이

맨몸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그 '소음의 홍수'가 두려웠다.


"김 팀장!"

소파에서 기절했던 황 소장이 '자본주의'의 힘으로 부활했다. 그녀의 '무관심한 CEO' 페르소나가 돌아왔다.

"멍하니 있지 말고! '1경'인지 '1집게'인지! '관리자'한테 보낼 '견적서'부터 뽑아! '옥황상제'한테 '부가세' 청구해야 할 거 아냐!"


김경훈이 오클리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그의 'F 마이너' 파동이 새로운 'A#(각오)'의 파동과 뒤섞이기 시작했다.


"'견적' 말입니까, 황 보."

김경훈이 '교정지'를 에르메스 지갑에 넣었다.


"'1집게'의 '견적서'는... '부가세'가 아닙니다."

그가 아스텔 앤 컨 플레이어를 집어 들었다.


"제 '결계'를... '업그레이드'해야겠습니다."


"업그레이드? 파텍 필립이라도 살 거야? 돈 없어!"


"아니요."

김경훈이 '검은 침묵' 키를 챙겨 들었다.

"A/S 출장을 좀 다녀와야겠습니다."


황 소장이 '따분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 청담동? 톰 포드 재킷 또 망가졌어?"


"아니요."

김경훈이 '검은 침묵'을 향해 걸어가며, 사무실에 남은 '스승'의 '정적' 파동을 '들었다'.


"충주. 17살의 그 'F 마이너 환자'를... '왕진' 가야겠습니다."



(에피소드 21.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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