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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ellP Desk

헬프 데스크 Ep.22

by 김경훈


에피소드 22. 'F 마이너(Fm)' 절망과 '정적(靜寂)'의 탄생



1.


테슬라 모델 X, '검은 침묵'이 소리 없이 대구 시내를 빠져나갔다.

김경훈은 'FSD(자율주행)'에 목적지를 '충주'로 설정하고, 운전석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그는 '오디오'를 껐다.

마크 레빈슨의 '파동'도, 아스텔 앤 컨의 'A-440Hz'도 없었다.

'검은 침묵'의 '정적' 속에서 그는 '스승'이 가르쳐준 '방패(A-440Hz)'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그러자, '소음의 홍수'가 밀려왔다.


'충주'라는 목적지가 '트리거(Trigger)'가 되어, 17살의 그 'F 마이너 절망'이 '결계'를 뚫고 들어왔다.

그의 JH 오디오 커스텀 이어폰이 '청진'을 거부하는 '태평요술'의 '원본 코드'가 날뛰는 소리.


'파산'의 기억. '결핍'의 파동.


그는 로로 피아나 코트의 '촉감'을 만졌다. '가난'의 냉기를 막아주지 못했다.

그는 에르메스 실크 셔츠의 '감촉'을 느꼈다. 17살 기숙사의 눅눅하고 거친 담요 '촉감'이 덮어씌워졌다.


'검은 침묵'의 에르메스 가죽 시트가 차가운 '충주'의 마룻바닥으로 변했다.


'F 마이너' 파동이 '검은 침묵'을 가득 채웠다.

김경훈은 17살의 '맹인 소년'이 되어, 오클리 아이자켓 아래로 눈을 감았다.



2.


[17살, 충주 시각장애인 특수학교 기숙사]


'F 마이너' 파동.

17살의 김경훈은 '가난'의 냄새와 '절망'의 냄새, 그리고 '곰팡이' 냄새가 뒤섞인 6인실 기숙사 침대에 누워 있었다.


14살의 의료사고, '파산'한 집.

아버지는 울산으로, 어머니는 부산으로.

그는 '버려졌다'.


'버그'는 그를 '맹인'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지옥'을 선물했다.

'태평요술'의 '원본 코드'는 '소음의 홍수'가 되어 17살 소년의 뇌를 찢어발기고 있었다.


"......(흐느낌)..."


그는 얇고 눅눅한 담요를 뒤집어쓰고 귀를 막았다.

소용없었다.

'소리'는 귓속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울렸다.


'... 배고파... 배고파...' (복도를 떠도는 '아귀')

'... 억울해... 억울해...' (옥상에서 뛰어내린 선배의 '지박령')

'... 추워... 추워...' (학교 연못의 '물귀신')


수십, 수백 개의 '불협화음'이 그의 '버그'를 타고 쏟아져 들어왔다.

그는 'F 마이너 절망' 속에서 미쳐가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3.


... 스윽.


기숙사 방문이 열렸다.

17살의 김경훈은 '또 다른 '고객'이 왔구나'라고 생각하며 몸을 떨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소음의 홍수'가... 멎었다.


'아귀'의 'Fm'도, '지박령'의 'G#'도, '물귀신'의 'D♭'도...

사무실의 마크 레빈슨 앰프가 'Mute' 버튼을 누른 것처럼,

모든 '불협화음'이 단 하나의 '파동'에 '흡수'되었다.


'정적(靜寂)'.

완벽한 'A-440Hz'의 '기준음'.


"......"


김경훈이 고개를 들었다.

'스승'이 낡은 브루넬로 쿠치넬리풍 스웨터를 입은 채, 17살 김경훈의 침대 맡에 서 있었다.


"시끄럽지."

'스승'이 말했다.


"...(흐느낌)...... 머리가... 아파요... 소리가..."

17살의 김경훈이 '스승'의 '정적' 파동을 향해, 구원처럼 손을 뻗었다.


"네가 '소음'을 '들으려' 하니까."

'스승'이 김경훈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 '촉감'만으로도 '결계'가 느껴졌다.


"'F 마이너'에 '조율'당하고 있잖나. 17살의 '결핍'이 '버그(태평요술)'의 '소음'을 증폭시키고 있어."


"네 안에도 '기준음'이 있다."

'스승'이 김경훈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 '태평요술'이라는 '원본'의 파동 말이다."


"찾아라."

'스승'의 '정적'이 '소음'을 억누르는 동안, 김경훈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파동'을 찾았다.


"'A-440Hz'. 네 '심장' 소리다. 나머지는... 그저 '정전기(Static)'일뿐이다."


17살의 김경훈이 '소음의 홍수'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기준음'을 찾아냈다.

'F 마이너' 절망 속에서 'A-440Hz'라는 '방패'를 든 것이다.



4.


"...'정전기'."


... 삐빅.


테슬라 '검은 침묵'의 FSD가 '목적지 도착'을 알렸다.

김경훈이 '17살의 절망'에서 '현재'로 '로그아웃'했다.


그는 '충주'에 도착했다.

'검은 침묵'의 팔콘 윙 도어가 '슈우욱-' 하는 'C 메이저' 소리를 내며 열렸다.


김경훈이 로로 피아나 코트를 입고, 벨루티 구두로 '충주'의 땅을 짚었다.

그는 슈어 이어폰을 빼고, '스승'이 남긴 '교정지'를 꺼내 들었다.


'망치는 망치일 뿐. 조율사는 집게를 든다.'


'스승'은 '방패(A-440Hz)'를 줬는데, 김경훈은 그 '방패'로 '망치'질을 하고 다녔다.

'집게'는... '태평요술(OS)'의 '원본 코드'를 열라는 '힌트'였다.

'소음'을 '덮어씌우는' '조율'이 아니라, '소음'의 '근원'을 '집게'처럼 '집어내는' '궁극의 조율'.


하지만 그 '원본 코드'를 여는 것은...

17살의 'F 마이너 절망' 속으로, '결계' 없이 맨몸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을 의미했다.


"......"


그는 낡은 기숙사 건물 앞에 섰다.

그의 '결계'가 'F 마이너' 파동에 흔들렸다.

그는 '소음의 홍수'가 두려웠다.


그때, 그의 JH 오디오 이어폰(지금은 꺼져있었다)으로, '스승'의 '정적'이 아닌, 낯선 '파동'이 들려왔다.


'... 누구... 세요...?'


'F 마이너' 절망이 아니었다.

'C#(호기심)' 파동.

기숙사 건물 안에, '고객'이 있었다.


김경훈이 오클리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F 마이너' 파동이 새로운 'A#(각오)'의 파동과 뒤섞이기 시작했다.

그의 입꼬리가 '4대 석학'의 '괴짜 의사' 미소로 돌아왔다.


"아이고, '환자'님이 계셨네."

김경훈이 '블레이드' 대신, '스승'의 '교정지(집게)'를 꺼내 들었다.


"'4대 석학'의 '왕진'입니다. '진료' 시작하죠."



(에피소드 22.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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