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정보학의 발생과 성장 3편
20세기 중반, '다큐멘테이션(Documentation)' 운동은 책이라는 한계를 넘어 논문, 보고서 등 모든 '문헌' 속의 '정보'를 신속하게 검색하려 했습니다. (2편 참고) 그러나 이 위대한 비전은 '수동' 작업이라는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수백만 개의 문헌을 사람이 직접 색인하고 검색하는 것은 곧 물리적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때,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급격히 발전한 '컴퓨터'가 등장합니다.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강력한 기계의 등장은 다큐멘테이션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고, 이는 '도서관학'과는 또 다른 정체성을 지닌 '정보학(Information Science)'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1. 정보학의 태동: 두 개의 비전
'정보학'의 탄생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이론적 배경이 있습니다.
1) 버니바 부시 (Vannevar Bush) - Memex (1945)
미국의 과학자 부시는 1945년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As We May Think)"라는 전설적인 에세이를 발표합니다. 그는 쏟아지는 과학 정보에 인간의 뇌가 압도당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할 가상의 기계, '메멕스(Memex)'를 제안했습니다. 이는 개인용 책상에 마이크로필름 형태로 모든 정보가 저장되고, 사용자가 '생각의 연상 작용'처럼 정보를 자유롭게 연결하고 검색하는 장치였습니다. 메멕스는 비록 실현되지 않았지만, '정보 검색(Information Retrieval)'과 하이퍼텍스트의 개념을 제시하며 정보학의 '꿈'이 되었습니다.
2) 클로드 섀넌 (Claude Shannon) - 정보 이론 (1948)
벨 연구소의 수학자 섀넌은 '정보'를 인간의 '의미'가 아닌, 수학적·통계적으로 측정 가능한 대상으로 본 최초의 인물입니다. 그의 '정보이론(A Mathematical Theory of Communication)'은 정보를 '불확실성의 감소'로 정의하고, 이를 '비트(bit)'라는 단위로 측정했습니다. 이는 '정보'를 인간의 해석 영역에서 분리하여,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객관적인 대상으로 만든 결정적 사건이었습니다.
2. '정보 검색(IR)'의 폭발적 성장
'정보학'은 이 두 비전(부시의 꿈, 섀넌의 이론)을 바탕으로, '컴퓨터'라는 도구를 이용해 '다큐멘테이션'이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핵심 분야가 바로 '정보 검색(Information Retrieval, IR)'입니다.
'정보학'은 어떻게 하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원하는 정보를 검색할 수 있을지에 집중했습니다.
자연어 처리, 불리언 로직(Boolean logic), 통계 기반 검색 모델 등 오늘날 우리가 '검색 엔진'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기술의 뿌리가 이 시기의 '정보학' 연구에서 탄생했습니다.
3. 정보학 vs. 도서관학
이로써 '정보학'은 '도서관학'과 구별되는 뚜렷한 정체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관점 도서관학 (Library Science) 정보학 (Information Science)
기원 도서관 실무, 인문학 다큐멘테이션, 컴퓨터 과학, 수학
핵심 정보의 조직 (분류, 목록) 정보의 검색 (IR, 시스템)
대상 책, 문헌 (물리적 매체) 정보 (Information) (추상적 데이터)
관점 인간 중심 (이용자 서비스) 시스템 중심 (알고리즘, 효율성)
주요 인물 멜빌 듀이 버니바 부시, 클로드 섀넌
'정보학'은 정보의 '처리'와 '검색'에 대한 강력한 과학적, 기술적 방법론을 제공했습니다. 반면 '도서관학'은 정보를 '이용하는 인간'과 '정보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깊은 인문학적 전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세기 후반, 이 두 거대한 흐름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시스템'만으로는 인간의 복잡한 정보 요구를 해결할 수 없고, '전통'만으로는 정보 폭발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두 학문의 역사적인 만남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배우는 '문헌정보학(Library and Information Science)'의 탄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