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정보학의 발생과 성장 2편
19세기말, '도서관학(Library Science)'은 멜빌 듀이 등에 의해 '도서관'이라는 공간과 '책(Book)'이라는 매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실용 학문으로 탄생했습니다. (이전 편 참고)
하지만 20세기 초, 특히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세상은 '책'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지식에 직면하게 됩니다. 바로 과학 기술의 폭발적인 성장이 낳은 학술 논문, 연구 보고서 특허, 기술 데이터였습니다.
전쟁과 산업 경쟁 속에서 과학자와 엔지니어에게 필요했던 것은 '책 한 권'이 아니라, 책이나 보고서 속의 '특정 사실(Fact)'이나 '데이터'였습니다. 도서관학의 방식으로는 이처럼 세분화되고 방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찾아주기 어려웠습니다.
1. '다큐멘테이션' 운동의 시작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유럽을 중심으로 나타난 새로운 흐름이 바로 '다큐멘테이션(Documentation)'입니다.
이 운동을 이끈 선구자는 벨기에의 폴 오틀레(Paul Otlet)와 앙리 라퐁텐(Henri La Fontaine)입니다. 그들은 '도서관학'이 '책'이라는 '형식(Form)'에 갇혀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들은 '형식'이 아닌 그 안의 '내용(Content)', 즉 '문헌(Document)' 그 자체에 주목했습니다. 여기서 '문헌'이란 책뿐만 아니라, 기사, 보고서 사진, 도표, 심지어 박물관의 유물까지 포함하는 모든 '정보의 기록'을 의미했습니다.
2. 도서관학 vs. 다큐멘테이션
'다큐멘테이션'은 도서관학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관점 도서관학 (Library Science) 다큐멘테이션 (Documentation)
대상 책 (Book) / 물리적 매체 문헌 (Document) / 정보 내용
단위 책 '한 권' (Whole) 기사, 데이터, 사실 '한 조각' (Part)
주 분야 인문학, 일반교양 과학 기술(S&T), 전문 분야
핵심 기술 정보 조직 (분류, 목록) 정보 검색 (초록, 색인, 검색)
주요 기관 도서관 (Library) 정보 센터 (Information Center)
비유하자면, 도서관학자가 '책을 잘 분류하여 서가에 꽂는 일'에 집중했다면, 다큐멘테이션 전문가는 '책 속의 특정 정보를 뽑아내어(초록/색인), 필요할 때 즉시 찾아주는(검색) 일'에 집중했습니다.
이를 위해 오틀레는 듀이의 십진분류법(DDC)을 훨씬 더 세밀하게 확장한 '국제십진분류법(UDC)'을 개발하여, 논문 하나의 주제까지도 표현하려 했습니다.
3. 문헌정보학의 '다리'가 되다
'다큐멘테이션'은 20세기 중반, 도서관학 진영과 치열한 논쟁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그 성과는 분명했습니다.
1) 정보의 대상을 '책'에서 '모든 기록'으로 확장했습니다.
2) 서비스의 초점을 '보존'에서 '검색'과 '활용'으로 이동시켰습니다.
3) '초록(Abstracting)'과 '색인(Indexing)'이라는 현대 정보 검색의 핵심 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다큐멘테이션'은 이처럼 '정보 그 자체'를 다루는 학문적 기반을 닦았습니다. 그리고 이 기반 위에, 20세기 중후반 '컴퓨터'라는 강력한 도구가 등장하며 비로소 현대 문헌정보학의 두 번째 기둥인 '정보학(Information Science)'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