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정보학의 발생과 성장 1편
우리는 지금까지 문헌정보학의 다양한 현대적 이슈와 이론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시작에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지적 활동 중 하나인 '문헌의 수집과 보존'을 다루는 견고한 뿌리가 있습니다.
바로 '도서관학(Library Science)'입니다.
문헌정보학(Library and Information Science)이라는 용어 자체가 '도서관학'과 '정보학'의 결합이듯, 이 학문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첫 번째 기둥인 '도서관학'이 왜, 그리고 어떻게 하나의 '학문(-science)'으로 정립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학문'이 된 '도서관'
'도서관(Library)'이라는 공간은 인류가 문헌을 수집하고 보존하기 시작한 고대부터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학문'의 대상이 된 것은 근대 이후의 일입니다.
19세기 후반, 세상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사회 변화: 농촌의 도시화, 대규모 이민, 공공 교육의 확산
정보 폭증: 정보 자료의 생산량과 종류가 폭발적으로 증가
수요 증가: 대학 교육이 변하고 도서관 이용자가 늘어나며 정보 요구가 전문화됨
이러한 거대한 변화 속에서 더 이상 '도제식(徒弟式)' 교육, 즉 선배 사서의 경험에만 의존하는 현장 실무만으로는 이 복잡한 정보 환경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넘쳐나는 문헌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분류하며, 이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가? 이 '방법'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도서관'이 '학문'의 대상이 되는 순간입니다.
2. 1887년, 두 개의 요람
'도서관학'이 학문적 형태로 공식적인 첫발을 내디딘 해는 1887년으로 기록됩니다.
미국: 멜빌 듀이(Melvil Dewey)가 컬럼비아 대학에 'School of Library Economy(도서관경영학)'를 개설했습니다. 'Economy(경영)'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초기 도서관학은 목록, 분류, 열람 시스템 등 도서관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실무적 기술과 지식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독일: 카를 찌아츠코(Karl Dziatzko)가 괴팅겐 대학에서 'Library Science'라는 이름의 강좌를 개설했습니다.
이때의 교육은 1923년 당시 26개 과목(목록, 분류, 참고봉사, 장서 선정, 행정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도서관을 운영하기 위한 전문 지식과 특별한 '기술'을 가르치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3. '기술'에서 '전문직'으로: 윌리엄슨 보고서 (1923)
초기 도서관학이 '실무 기술' 중심이었다면, 이를 '전문직 이론'으로 끌어올린 결정적 사건이 발생합니다. 1923년 찰스 윌리엄슨(Charles C. Williamson)이 발표한 '윌리엄슨 보고서(Williamson Report)'입니다.
그는 당시의 도서관학 교육이 현장 실습과 기술에만 매몰되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 "진정한 전문직(Profession)이 되기 위해서는 학부 수준의 다양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대학원 수준에서 깊이 있는 이론 교육과 구체적인 실기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보고서는 도서관학 교육의 중심을 '기술'에서 '이론'으로, '학부'에서 '대학원'으로 옮기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문헌정보학이 석사 학위를 전문직의 표준으로 삼는 학문적 전통이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4. 도서관학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도서관학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여러 정의(ALA, Gates 등)를 종합해 보면, 도서관학은 "이용자 집단의 정보 요구와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록된 정보를 선택, 수집, 조직, 이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는 'Librarianship(사서직)'이라는 '전문직의 실천'을 뒷받침하는 조직된 '지식의 본체(Body of knowledge)'입니다.
'도서관학'은 이처럼 폭발하는 정보를 '조직'하고 '관리'하며 '제공'하기 위한 실천적 학문으로 출발했습니다. 그 대상은 '책'과 '도서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책'이라는 형식을 넘어 '정보 그 자체'에 주목하는 새로운 흐름이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