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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티크, 탐다오

by 김경훈


1. 향수 설명

‘탐다오(Tam Dao)’는 딥티크의 창립자 중 한 명인 이브 쿠에랑이 어린 시절을 보낸 베트남의 숲과 사원에서의 추억을 담아낸 향수다.

한국에서는 소위 ‘절 냄새’, ‘히노끼탕 냄새’의 대명사로 불리며 우디 계열 향수의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화려한 꽃향기나 달콤함 대신, 아주 건조하고 크리미한 샌달우드(백단향)가 주를 이루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2. 노트 구성

탑 노트 (Top Notes): 로즈, 미르(Myrtle), 이탈리안 사이프러스

처음 뿌리면 약간의 물기 어린 풀 냄새와 함께 톡 쏘는 나무 향이 난다. 장미 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꽃향기보다는 나무의 생명력을 더해주는 역할 정도에 그친다.

미들 노트 (Middle Notes): 샌달우드, 시더우드

탐다오의 본체다. 아주 부드럽고 고소하기까지 한 샌달우드 향이 지배적이다. 거친 나무가 아니라, 아주 잘 깎아놓은 매끄러운 나무 조각상 같은 느낌이다.

베이스 노트 (Base Notes): 스파이시, 앰버, 화이트 머스크, 로즈우드

나무 향이 은은하게 피부에 남으며, 따뜻하고 포근한 잔향으로 마무리된다.



3. 전체적인 리뷰

복잡한 세상사를 잊고 싶을 때 찾는 도피처 같은 향수다.

숲 속의 사원이나 최고급 편백나무 사우나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남녀 공용이지만 차분하고 정적인 이미지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다만, ‘진짜’ 절에서 나는 매캐한 향 냄새보다는 훨씬 세련되고 다듬어진 ‘패션 절 냄새’에 가깝다.



속세에 찌든 절 오빠, 딥티크 탐다오의 이중생활


세상에는 겉보기엔 욕심 없고 평온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속세의 멋을 즐기는 이중적인 인물들이 있다.

오늘 만난 친구, 딥티크의 ‘탐다오’는 바로 그런, 명품 염주를 손목에 차고 외제 차를 타고 다니는 ‘세련된 절 오빠’다.

사람들은 그를 ‘사원(Temple)’의 향기라 부르며 칭송하지만, 과연 그가 진짜로 득도한 수행자일지, 아니면 수행자 코스프레를 하는 힙스터일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의 법문(?)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와의 만남은 깊은 산속이 아니라, 잘 지어진 한옥 카페나 고급 스파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첫인상은 꽤 그럴싸하다.

뾰족한 사이프러스와 장미 덩굴의 향기가 섞여, 숲 속의 새벽 공기 같은 청량함을 흉내 낸다.

“아, 속세가 시끄러워 잠시 내려왔습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적당히 쓸쓸하고 고독해 보이는 눈빛.

이 분위기에 속아 넘어간 수많은 중생들이 그를 ‘인생 향수’라 부르며 따른다.


하지만 자리를 잡고 앉으면, 그의 본색이 드러난다.

그는 거칠고 투박한 나무 기둥이 아니다.

아주 매끄럽게 사포질을 하고 최고급 오일을 바른, 값비싼 샌달우드(백단향) 공예품이다.

그에게서는 땀 흘리며 108배를 올린 후의 짠내나, 낡은 법당의 묵은 먼지 냄새 따위는 전혀 나지 않는다.

오직 부드럽고, 크리미하며, 고소하기까지 한 우유 섞인 나무 향기뿐이다.


이것은 ‘절 냄새’가 맞긴 한데, 강원도 산골의 암자가 아니라 강남 한복판에 있는 최신식 명상 센터의 냄새다.

혹은 최고급 호텔의 히노끼 사우나 냄새다.

그는 고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안락한 의자에 앉아 비싼 차를 마시며 “힐링이 중요하죠”라고 속삭이는 웰빙 전도사에 가깝다.

그의 평온함은 수행의 결과가 아니라, 자본의 여유에서 나오는 평온함처럼 느껴진다.


결정적으로 그는 끈기가 없다.

(지속력이 짧다는 뜻이다.) 깊은 대화를 나누려 하면, 어느새 슬그머니 자리를 비우고 사라져 버린다.

화이트 머스크의 희미한 흔적만을 남긴 채.

“인연이 다하면 떠나는 법”이라는 핑계를 대겠지만, 사실은 그저 지구력이 부족한 탓이다.

도를 닦기에는 엉덩이가 너무 가볍다.


최종 판결.

탐다오는 ‘패션 불교’의 아이콘이다.

그는 진짜 종교적 숭고함보다는 종교적 이미지를 차용해 자신의 세련됨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을 대변한다.

하지만 뭐 어떤가.

삭막한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짜일지언정 이토록 완벽하고 부드러운 나무 향기는 분명 위로가 된다.


그는 진짜 스님은 아니지만, 가끔 만나 수다를 떨면 마음이 편해지는 멋을 아는 동네 형이다.

머리는 깎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출가했다고 주장하는 그 귀여운 허세마저 매력적인 친구와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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