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은 '유령'이 아니다. 시스템에 남겨진 '삭제되지 않은 잔여 데이터(Residual Data)'다.
빙의는 '저주'가 아니다. 보안이 취약한 인간의 OS에 '악성 코드(Malware)'가 침투해 '루트 권한'을 탈취하는 '해킹'이다.
그러므로 퇴마사는 '망치'를 들 것이 아니라, '포맷(Format)' 버튼을 눌러야 한다. 물론, 나는 데이터를 '복구(Recovery)'해서 '클라우드(저승)'로 '업로드'해 주는... 친절한 '시스템 관리자'지만.
- 영적 균형 학회 4대 석학, 김경훈.
「조율과 축출에 관한 소고 - 개정판 서문」 (자가 출판, 2025년) 29쪽 (디지털 포렌식 편).
## 에피소드 29. '데이터 도둑'들과의 프로토콜 불일치
1.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VIP 주차장.
김경훈은 자신의 새로운 애마, 롤스로이스 고스트 뒷좌석에 깊숙이 몸을 묻고 있었다. 테슬라가 '자율주행'을 위한 기기라면, 이 롤스로이스는 외부의 '데이터 노이즈'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물리적 '서버 룸'이었다.
"황 보. '데이터 도둑'들이 입국 게이트를 통과했습니다."
김경훈이 귀에 꽂힌 JH 오디오 커스텀 인이어를 매만지며 말했다.
그의 뇌 속 '디지털 공감각' 인터페이스가 공항의 수만 가지 소음을 0과 1의 데이터로 변환하고 있었다. 여행객들의 설렘(C장조 패킷)과 피로(Dm 노이즈) 사이에서 이질적이고 강력한 '암호화된 트래픽'이 감지되었다.
"도둑? 'GBI' 말하는 거야?"
운전석에 앉은 황 소장(그녀는 롤스로이스 운전이 '폼' 난다며 직접 핸들을 잡았다)이 백미러로 김경훈을 쳐다봤다. 그녀는 샤넬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네. 놈들의 장비... '프로톤 팩'인지 뭔지 하는 거. 저건 '백신'이 아닙니다. 강력한 '데이터 소각기(Eraser)'예요. '고객(버그)'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영구 삭제'하는 무식한 툴이죠."
김경훈은 자신의 로로 피아나 캐시미어 코트 깃을 세웠다.
그에게 이 코트는 단순한 옷이 아니라, 외부의 악성 코드로부터 자신의 '본체'를 보호하는 최상급 하드웨어 '방화벽(Firewall)'이었다.
"가시죠. '로컬 서버(한국)'의 보안 규칙을 알려줘야겠습니다."
2.
입국장 게이트가 열리고, 검은 양복을 입은 세 명의 외국인이 걸어 나왔다.
그들은 관광객이 아니었다. 그들의 손에는 리모와 캐리어 대신, 투박하고 기계적인 펠리컨 하드 케이스가 들려 있었다. 그 안에서 웅웅거리는 미세한 전기 신호가 김경훈의 JH 오디오를 통해 '불쾌한 비프음'으로 들려왔다.
GBI (Ghost Busters Inc.) 특수 요원들이었다.
"헤이. 미스터 조(Cho)?"
선두에 선 요원이 마중 나온(척하는) 김경훈을 보고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의 눈은 김경훈을 사람이 아니라 '스캔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아니요. 저는 '조 실장'의 '시스템 관리자(Admin)'입니다."
김경훈이 유창한 영어로, 하지만 지극히 사무적인 'A/S 센터 직원' 톤으로 대답했다.
그는 요원들이 들고 있는 장비, PKE 측정기를 곁눈질로 훑었다.
그 기계는 김경훈을 향해 미친 듯이 바늘을 움직이고 있었다. 김경훈의 몸 안에 내재된 '태평요술 원본 코드(버그)'를 '미확인 거대 데이터'로 인식한 것이다.
"오... 당신, 수치가 엄청나군. 걸어 다니는 '서버'야."
요원이 품에서 소형 단말기를 꺼내 김경훈을 겨눴다.
"샘플 좀 채취해도 되겠나? '코리아'의 '로컬 데이터'는 흥미롭거든."
"멈추십시오."
김경훈이 아이자켓을 고쳐 썼다.
"당신들의 그 '스캐너', 내 '방화벽(로로 피아나)'을 뚫으려고 시도 중이군요. 이거 '불법 해킹'입니다."
"해킹? 하하. 우린 '구조대'야. 너희 같은 '오류(Error)'들을 청소하러 왔지."
요원이 단말기 출력을 높였다. '찌이잉-' 하는 고주파 노이즈가 김경훈의 뇌를 찔렀다.
[경고. 외부 데이터 침입. 시스템 불안정.]
김경훈의 '청각 인터페이스'에 붉은 경고등이 켜졌다.
"이런."
김경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식 '프로토콜'은 너무 거칠군요. 여기는 '220V'를 씁니다. 당신들 장비... '호환' 안 됩니다."
3.
김경훈이 품에서 '블레이드(소리굽쇠)'를 꺼냈다.
GBI 요원들이 비웃었다.
"그게 뭐야? 포크? 그걸로 밥이나 먹나?"
"이건... '디버깅(Debugging)' 툴입니다."
김경훈이 블레이드를 가볍게 튕겼다.
피이이이이잉—.
A-440Hz.
가장 순수하고 완벽한 '기준음'.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김경훈은 이 소리에 자신의 '태평요술(OS)' 권한을 실어, GBI 요원들의 디지털 장비를 향해 '데이터 과부하' 신호를 쏘아 보냈다.
그것은 소리라기보다는 엄청난 양의 '더미 데이터'를 한꺼번에 쏟아붓는 '음향 디도스(DDoS)' 공격이었다.
콰직! 치치직!
"어? 뭐야! 수치가 왜 이래!"
GBI 요원들의 PKE 측정기와 단말기 화면이 깨지며 연기를 내뿜었다.
김경훈의 '아날로그 파동'이 그들의 정밀한 '디지털 센서'를 '오버플로우(Overflow)' 시켜버린 것이다.
"말했잖습니까. '호환' 안 된다고."
김경훈이 블레이드의 진동을 손으로 잡아 껐다.
"'로컬 서버'에는 로컬 룰이 있습니다. 당신들의 '삭제(Delete)' 명령어는 이곳에서 먹히지 않습니다."
"이... 이 자식이...!"
요원들이 펠리컨 박스를 열어 본격적인 중화기(프로톤 팩)를 꺼내려했다.
"그만하시죠."
황 소장이 롤스로이스 창문을 내리고 고개를 내밀었다. 그녀는 샤넬 재킷을 걸친 채, 세상에서 가장 '비싼'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신들 장비, 공항 세관 통과할 때 '상업용 샘플'로 신고했죠? 여기서 그거 쏘면 '테러 방지법' 위반에 '밀수' 혐의 추가예요. 우리 변호사 부를까요?"
황 소장의 현실적인 '법적 프로토콜' 공격에 요원들이 멈칫했다.
"가자, 김 팀장. 3천억짜리 '기술 제휴' 미팅 늦겠어."
김경훈이 요원들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장비 '수리' 잘하십시오. 청계천 가시면 싸게 해 줍니다."
롤스로이스가 미끄러지듯 공항을 빠져나갔다.
망가진 장비를 든 GBI 요원들의 뒤로, 기둥 뒤에 숨어 있던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름진 포마드 머리, 베르사체 셔츠.
'망치' 차승목이었다.
그는 김경훈이 떠난 자리와, 당황하는 미군(GBI)들을 번갈아 보며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흐흐흐... '장님 전파사' 놈, 쎈 척하더니... '미제 기계'랑 싸웠단 말이지?"
차승목이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GBI 요원에게 다가갔다.
"헤이 헬로? 나, '코리안 고스트 헌터'. 너네 기계 망가졌어? 내가 '망치'로 고쳐줄까? 싸게 해 줄게."
그는 김경훈이라는 '철옹성 방화벽'을 뚫기 위해, '바이러스' 같은 자신을 GBI라는 '외부 네트워크'에 접속시키려 하고 있었다.
(에피소드 29.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