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있는데 왜 '정보 빈곤'에 시달리는가

기술이 발전할수록 벌어지는 격차, '정보 불평등'

by 김경훈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5%가 넘습니다. 전 국민이 손안에 슈퍼컴퓨터를 한 대씩 들고 다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평등하게 정보를 누리고 있을까요?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누군가는 정보의 고속도로를 질주하지만, 누군가는 출발선조차 찾지 못해 헤매고 있습니다. 문헌정보학은 이 현상을 '정보 불평등(Information Inequality)' 또는 '정보 격차(Digital Divide)'라고 부르며, 현대 사회의 가장 심각한 불평등 요인으로 지목합니다.



1. 기계가 없어서? 아니, 쓸 줄 몰라서!


과거의 정보 격차는 '접근(Access)'의 문제였습니다. 즉, "집에 컴퓨터가 있는가? 인터넷이 연결되는가?"가 기준이었습니다. 한국은 이 단계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졸업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무서운 격차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역량(Literacy)'과 '활용(Usage)'의 격차입니다.


키오스크의 공포: 햄버거 가게의 무인 주문기(키오스크)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다 결국 주문을 포기하고 돌아서는 어르신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기계는 거기(접근) 있지만, 그것을 다룰 능력(역량)이 없어서 햄버거라는 재화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 이것이 현대판 정보 불평등의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기차표 예매 전쟁: 명절 기차표 예매 날, 앱으로 1분 만에 표를 구하는 젊은 층과, 새벽부터 기차역 창구 앞에 줄을 서야 하는 정보 소외 계층의 차이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기회'의 차별이 됩니다.



2. 정보의 '마태 효과' (The Matthew Effect)


성경에는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를 사회학 용어로 '마태 효과(Matthew Effect)'라 부르는데, 정보의 세계에서도 이 법칙은 잔인하게 적용됩니다.


부익부 빈익빈: 정보를 이미 많이 가진 사람(고학력, 고소득층)은 새로운 기술(AI, 챗GPT)을 이용해 더 빠르고 질 높은 정보를 획득하여 부를 창출합니다.

악순환: 반면 정보가 부족한 사람(저소득, 고령층)은 취업 정보, 금융 정보, 복지 혜택 정보에서 소외되어 경제적 빈곤이 심화됩니다.


"정보의 격차가 경제의 격차를 낳고, 다시 정보의 격차를 벌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3. 알고리즘이 만드는 보이지 않는 차별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알고리즘이 새로운 불평등을 낳고 있습니다.


필터 버블 (Filter Bubble): 알고리즘은 내가 좋아할 만한 정보만 보여줍니다. 이는 확증 편향을 강화하고, 나와 다른 세상의 정보를 차단하여 지적 빈곤 상태에 빠뜨립니다.

데이터 편향: AI가 학습하는 데이터 자체가 백인 남성 위주이거나 특정 계층의 언어에 편중되어 있다면? 그 AI가 내놓는 결과값(채용 심사, 대출 심사 등)은 소수자와 약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4. 도서관: 최후의 정보 안전망


이 거대한 불평등의 파도 앞에서 문헌정보학은 '공공도서관'을 최후의 방파제로 제시합니다.


도서관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일하게 "돈이 없어도 최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무료 인터넷과 PC: 물리적 접근성을 보장합니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쓰는 법을, 아이들에게 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법을 가르쳐 '역량'의 격차를 줄입니다.

정보 리에종 (Information Liaison): 사서는 정보 소외 계층을 대신해 필요한 복지 정보나 법률 정보를 찾아주는 '대리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스마트폰이 있다고 해서 정보 불평등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교묘하고 잔인한 형태로 우리 삶을 가르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빠를수록, 뒤처진 사람들의 손을 잡고 함께 가는 '정보 복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문헌정보학과 도서관이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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