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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는 시대, 사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보의 홍수 속 '지식 코디네이터'의 탄생

by 김경훈


기술은 발전했고 사회는 변했지만, 도서관이 직면한 가장 아픈 현실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사람들이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성인 독서율은 2013년 71.4%에서 2017년 59.9%로 급락했습니다. 10명 중 4명은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습니다. 스마트폰(모바일)이 책의 자리를 대체했기 때문입니다.



1. 경쟁자들: 넷플릭스와 유튜브


도서관의 경쟁자는 이제 옆 동네 도서관이 아닙니다. 손 안의 유튜브, 넷플릭스, 웹툰입니다. 텍스트보다는 영상이 깊이 있는 지식보다는 즉각적인 재미가 선호되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도서관과 사서의 존재 이유는 사라지는 것일까요?



2. 'Clearinghouse': 길을 잃은 정보의 교통정리


오히려 반대입니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가짜 정보가 판을 쳐서 사람들은 길을 잃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서의 새로운 사명이 등장합니다.


서은경 교수가 지적했듯, 현대의 도서관은 단순한 창고가 아니라 '클리어링하우스(Clearinghouse)'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금융 용어로는 '어음 교환소'를 뜻하지만, 문헌정보학에서는 "수많은 정보원(Information Source) 중에서 이용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연결해 주는 중앙 통제소"를 의미합니다.



3. 지식을 생산하는 사서


이제 사서는 책을 정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병목 교수의 정의처럼, 사서는 다음 네 가지를 완벽하게 장악한 '지식 전문가'여야 합니다.



1) 정보(Information): 지식의 특성과 구조를 꿰뚫고,

2) 기술(Technology): 최신 IT 기술을 도구로 다루며,

3) 이용자(User): 사람들의 숨겨진 욕구를 파악하고,

4) 환경(Context): 사회의 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



읽지 않는 시대, 사서는 이용자가 정보의 바다에서 익사하지 않도록 돕는 '구조대원'이자, 흩어진 데이터를 엮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큐레이터'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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