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다문화, 그리고 공동체의 붕괴
기술이 도서관의 '하드웨어'를 바꾸었다면, 사회의 변화는 도서관의 '소프트웨어(서비스)'를 바꿉니다. 도서관을 찾는 '사람(User)'이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19)이 보여주는 한국 사회의 지표는 충격적입니다.
저출산과 고령화: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대로 떨어졌고, 2060년이면 인구의 41%가 고령인구가 될 전망입니다.
[Image of South Korea population pyramid projection]
다문화 사회: 외국인 주민이 186만 명(2017년 기준)을 넘어섰습니다. 전라남도 전체 인구와 맞먹는 숫자입니다.
공동체의 붕괴: OECD '더 나은 삶 지수' 중 '공동체 지원 관계망' 지표에서 한국은 38개국 중 37위, 최하위권입니다.
1. 도서관의 새로운 고객들
이러한 인구 지형의 변화는 도서관의 풍경을 바꿉니다.
어린이실은 줄어들고, 큰 글자 책을 찾는 어르신들이 늘어납니다. 한국어에 서툰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숙제를 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습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들이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해 도서관의 열람실을 채웁니다.
2. '책'이 아닌 '공간'을 팝니다
경제적 저성장과 양극화, 그리고 공동체의 붕괴 속에서 도서관은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을 요구받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책을 빌리기 위해서만 도서관에 오지 않습니다.
갈 곳 없는 은퇴자들에게는 '제2의 인생 학교'가
사교육을 받기 힘든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는 '방과 후 공부방'이
파편화된 개인들에게는 느슨하게 연결될 수 있는 '커뮤니티의 거실'이 되어줍니다.
인구절벽의 시대, 도서관은 역설적으로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을 지탱하는 마지막 '공동체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