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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의 아키텍처

The Architecture of Chemistry

by 김경훈


인간의 몸은 정직하다? 아니, 그것은 옛말이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니 내 몸은 더 이상 정직한 기계가 아니었다. 샐러드와 ABC 주스라는 '친환경 연료'를 넣어도, 이 낡은 엔진은 연비를 핑계로 지방을 축적하기 바빴다.


내년 결혼식. 턱시도 핏(Fit). 이것은 생존의 문제이자 미학의 문제다.

보보는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며 매일 아침 저녁 런닝을 추천했지만, 나는 더 효율적인 길을 택했다. 바로 현대 의학의 결정체, '마운자로(Mounjaro)'라는 치트키를 쓰는 것.


이것은 다이어트가 아니다. 내 대사 시스템(Metabolism)을 업그레이드하는 '바이오 해킹'이다.



[2,700칼로리의 미스터리]


지난주 화요일, 거사를 치렀다. 주사 바늘이 내 복부에 꽂히는 순간, 나는 과학의 힘을 빌린 사이보그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Blind Hacking Initiated)

Target: 애플워치 울트라 3

Input: VoiceOver 음성. "어제 총 소모 칼로리... 3,400 킬로칼로리."

Analysis: 오류인가? 나는 어제 숨만 쉬었다. 연구실에 앉아 키보드만 두드렸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평소 기초대사량이 높은 편이긴 했지만, 이건 차원이 다르다. 내 몸이 마치 소형 원자로가 된 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용광로처럼 에너지를 태우고 있다니.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가 만든 신진대사의 기적(Miracle)인가.


"자기야, 왜 자꾸 시계를 껐다 켰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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