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을 팝니다, 고액 연봉으로

조직을 망치는 겁쟁이들의 방정식

by 김경훈


의학계에 파킨슨 병(Parkinson's Disease)이 있다면, 경영학계에는 파킨슨 법칙(Parkinson's Law)이 있다. 전자가 신경 전달 물질의 결핍으로 인한 신체의 경직이라면, 후자는 '불안(Insecurity)'과 '허영(Vanity)'으로 인한 조직의 비만증이다.

시릴 노스코트 파킨슨은 날카롭게 지적했다. "조직의 장(長)은 경쟁자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보다 덜 똑똑한 부하를 원한다."

A라는 상사가 있다. 그는 자신이 늙어가고 감이 떨어진다는 것을 안다. 이때 유능한 B를 채용하면 자신의 자리가 위협받는다(Rival). 그래서 그는 자신보다 멍청한 C와 D를 채용한다. 그리고 업무가 과부하되면, C와 D는 다시 자신들보다 더 무능한 E, F, G, H를 채용한다.

결국 조직은 피라미드 형태가 아니라, 무능력이 아래로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는 '역삼각형의 비만' 상태가 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무능한 직원에게 지급되는 과도한 급료는 '임금(Wage)'이 아니라 '지대(Rent)'에 가깝다. 더 정확히 말하면 '침묵의 대가(Hush Money)'다.

무능한 자들은 안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시장에서 이만큼의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따라서 그들은 자신을 고용해 준 무능한 상사에게 절대복종한다. 그들에게 회사는 '일하는 곳'이 아니라 '안전한 성채'다.

이 시스템 안에서 혁신은 죄악이다. 똑똑한 누군가가 "이건 비효율적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는 조직의 평온을 깨는 반역자가 된다. 그들은 높은 연봉이라는 달콤한 사료를 나눠 먹으며, 서로의 무능을 눈감아주는 '카르텔'을 형성한다. 이것은 경영이 아니라, 거대한 '공범자 집단'의 형성 과정이다.



이런 조직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흐름'이 막힌다는 것이다.

문헌정보학에서 건강한 시스템은 새로운 정보(New Data)가 끊임없이 유입되고, 낡은 정보(Old Data)가 폐기(Weeding) 되는 순환 구조를 가진다. 하지만 파킨슨 법칙이 지배하는 조직은 '폐기' 기능이 고장 난 도서관과 같다.

무능한 상사는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피드백'을 두려워하여 정보를 차단한다. 무능한 부하는 상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왜곡된 데이터(아첨)만을 보고한다.

결국 조직의 의사 결정 테이블에는 '진실'은 없고 '기분 좋은 거짓'만 올라온다. 정보의 동맥경화. 이것이 거대 기업이나 제국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정보학적 원인이다.



시각장애인 연구자인 나는 이 파킨슨 법칙을 생존의 차원에서 거부한다.

나에게는 나를 도와줄 활동 지원사나 파트너가 필요하다. 만약 내가 나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나보다 길을 더 못 찾는 사람, 나보다 상황 판단이 느린 사람을 고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것은 자살행위다.

장애인에게 타인의 '능력'은 곧 나의 '안전'이다. 나는 나보다 눈이 밝고, 나보다 상황 판단이 빠르며, 때로는 "그쪽으로 가시면 위험합니다!"라고 내 고집을 꺾을 수 있는(반기를 들 수 있는) '유능한 파트너'가 절실하다.


나는 나의 약함을 인정하기에, 나보다 강한 자를 곁에 두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파킨슨 법칙이 작동하는 조직의 리더들은 반대다. 그들은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기 싫어서 자신보다 더 약한 자들로 주변을 채우고 '가짜 강함'을 연기한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아테네라는 거대한 조직의 '등에(Gadfly)'였다. 그는 끊임없이 불편한 질문을 던져 사람들을 깨어있게 했다. 하지만 아테네는 그에게 독배를 주었다. 파킨슨 법칙의 전형적인 사례다.

지금 당신의 조직을, 혹은 당신의 인간관계를 둘러보라.

당신의 말에 무조건 "네, 맞습니다"라고 동의하며, 실력에 비해 과한 대접을 받고 안주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파킨슨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건강한 성장은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고용하고, 그들이 나를 뛰어넘도록 장려할 때 일어난다.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내 곁에 나에게 아첨하는 '예스맨'이 아니라, "박사님, 그 데이터는 틀렸습니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차갑고 유능한 '라이벌 같은 동료'가 있기를.

그 불편한 긴장감이 어둠 속을 걷는 나를 가장 안전한 길로 인도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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