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기름의 변증법

마요네즈가 가르쳐준 공존의 기술

by 김경훈


마요네즈는 식탁 위의 기적이다. 화학적으로 물(식초)과 기름(식용유)은 결코 섞일 수 없는 상극이다. 이들은 서로를 밀어내며 층을 나눈다. 하지만 이 불안한 긴장 관계 속에 '달걀노른자(레시틴)'라는 중재자가 개입하는 순간,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서로를 거부하던 두 물질이 격렬한 휘저음 끝에 '유화(Emulsion)'되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제3의 물성, 즉 부드럽고 고소한 크림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철학도였던 내 눈에 이것은 헤겔이 말한 '변증법(Dialectic)'의 완벽한 미식적 구현이다. 정(기름)과 반(물)이 투쟁하다가 합(마요네즈)이라는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Aufheben)되는 과정. 마요네즈는 단순한 소스가 아니라, 모순을 끌어안고 탄생한 통합의 철학이다.



정보학의 세계도 거대한 샐러드 볼과 같다. 도서관과 인터넷에는 텍스트, 이미지, 소리, 영상 등 성질이 전혀 다른 '이질적인 데이터(Heterogeneous Data)'들이 둥둥 떠다닌다. 이것들을 그냥 섞어두면 물과 기름처럼 층이 분리되어 쓸모없는 쓰레기 데이터(Garbage Data)가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마요네즈의 '노른자' 역할, 즉 '메타데이터(Metadata)'와 '미들웨어(Middleware)'다.

문헌정보학의 핵심 과제인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은 서로 다른 시스템이 소통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스크린리더'와 비장애인이 보는 '웹사이트'는 본질적으로 다른 언어(기름과 물)를 쓴다. 이 둘을 매끄럽게 섞어 사용자에게 '정보'라는 맛있는 소스를 제공하려면, '웹 접근성 표준'이라는 강력한 유화제가 필요하다.



마요네즈 제조의 핵심은 재료의 온도를 15도로 맞추는 것이다. 너무 차가워도, 너무 뜨거워도 분리된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통합이 실패하는 이유를 시사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혹은 서로 다른 계층을 섞으려 할 때 우리는 종종 온도를 무시하고 '속도'만 낸다. 정책을 급조하거나(너무 뜨거움), 당사자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냉랭하게 대한다(너무 차가움).

적절한 온도, 즉 '상호 존중의 맥락(Context)'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섞으려 하면, 그 사회는 반드시 분리된다(Broken Mayonnaise). 유화는 물리적인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온도를 맞추는 화학적인 공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15세기 플랑드르의 화가 반 에이크 형제는 마요네즈의 원리를 회화에 적용해 유화(Oil Painting) 물감을 발명했다. 그들은 달걀노른자 대신 달걀흰자와 기름, 물을 섞어 투명하면서도 깊이 있는 색채를 얻었다.

이것은 정보학에서 말하는 '매체의 전환(Media Conversion)'과 같다. 같은 재료(데이터)라도 어떤 매개체(바인더)를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Output)이 나온다.

시각장애인인 나에게 정보의 매개체는 '빛(Light)'이 아니라 '소리(Sound)'와 '점(Touch)'이다. 세상 사람들은 눈으로 보는 유화를 그리지만, 나는 마음으로 듣는 교향곡을 그린다. 재료는 같지만, 그것을 인식하는 방식(유화제)이 다를 뿐이다. 반 에이크 형제가 미술사를 바꿨듯, 우리도 각자의 매개체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그려낼 수 있다.



마요네즈를 망쳤을 때, 해결책은 다 버리고 다시 하는 것이 아니다. 겨자 한 술을 넣고 '천천히' 다시 저으면 된다.

우리 사회도 가끔 망친 마요네즈처럼 층이 분리될 때가 있다. 갈등이 깊어지고, 소통이 단절된다. 그때 필요한 것은 과격한 혁명(버리기)이 아니라,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대화를 시도하는 '겨자 한 술'의 지혜다.


나는 문헌정보학자로서 그리고 장애 당사자로서 세상의 물과 기름 사이에서 묵묵히 돌아가는 거품기가 되고 싶다.

보이는 정보와 들리는 정보, 기술의 차가움과 인간의 뜨거움, 장애의 불편함과 비장애의 무심함.

이 모든 이질적인 것들을 끈기 있게 휘저어, 결국에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고소하고 풍요로운 세상(마요네즈)을 만들어내고 싶다.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3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부엌에서 그리고 도서관에서 매일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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