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전염병과 정보의 면역학

우리는 무엇에 감염되고 있는가

by 김경훈


1976년,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생물권(Biosphere)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관념권(Ideosphere)'을 제시했다. 관념(Idea)은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숙주(인간의 뇌)를 찾아다니고, 번식하며, 때로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실체라는 것이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는 나에게 도서관은 정적인 책들의 무덤이 아니다. 그곳은 수만 가지의 관념들이 서로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고 교배하는 치열한 '관념의 동물원'이자 '유전자은행'이다.

서가에 꽂힌 책들은 잠자고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책을 펼치는 순간, 그 안의 관념은 독자의 뇌로 침투하여 신경 회로를 재구성한다. 공산주의가 전 지구를 휩쓸고, 자본주의가 그에 맞서 진화했듯, 우리는 매 순간 어떤 관념에 '감염'되고 있다.



문제는 이 관념의 진화 속도가 인터넷이라는 효소를 만나 폭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관념은 책이나 사제(지식인)라는 여과 장치를 통해 천천히 전파되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디지털 관념권은 국경도, 검역소도 없다.

정보학적 관점에서 인터넷은 '도덕이 제거된 고속 증식로'다. 자극적인 가짜 뉴스, 혐오 표현, 음모론 같은 '악성 관념 바이러스'들은 진실보다 훨씬 더 전파력(R값)이 높다. 알고리즘은 이 바이러스를 차단하기는커녕, '클릭 수'라는 먹이를 주며 더 널리 퍼뜨린다.

나는 시각장애인으로서 스크린리더를 통해 인터넷을 항해할 때, 이 혼탁함을 더 예민하게 느낀다. 시각적 현혹이 제거된 텍스트 음성으로 정보를 듣다 보면, 논리는 없고 선동만 남은 '불량 관념'들의 민낯이 소름 끼치게 다가올 때가 있다.



관념의 세계에는 도덕이 없다고 했다. 강한 놈이 살아남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야생의 정글에서 어떻게 내 정신을 지킬 것인가?

여기서 '정보 리터러시(Information Literacy)'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정보 리터러시는 단순히 검색을 잘하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나쁜 관념(바이러스)을 식별하고, 그것이 내 뇌에 기생하지 못하도록 막아내는 '지적 면역 체계'다.

최근 내가 연구하고 있는 '리터러시 교육'의 핵심은 이것이다. 기술을 사용하는 법(How to use)을 넘어, 정보를 비판적으로 해부하는 법(How to think)을 가르치는 것.

"이 정보의 출처는 어디인가?", "이 관념은 누구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가?"라고 묻는 행위야말로, 우리 뇌에 설치해야 할 가장 강력한 백신 프로그램이다.



사서와 정보 전문가는 이 관념권의 '검역관'이 되어야 한다.

과거의 사서가 책을 잘 정리해서 주는 사람이었다면, AI 시대의 사서는 이용자가 접하는 정보가 '유익한 균(지식)'인지 '병원균(허위 조작 정보)'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정보 닥터'가 되어야 한다.

특히 정보 취약 계층은 이러한 면역력이 약하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서툰 노인이나 장애인은 검증되지 않은 유튜브 가짜 뉴스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기술을 보급하는 것보다 시급한 것은 그들이 나쁜 관념에 감염되지 않도록 '비판적 사고'라는 마스크를 씌워주는 일이다.



도킨스는 말했다. "누가 창의적인 관념을 심어준다면, 그는 내 뇌에 기생하는 것이다."

이 말은 섬뜩하지만 진실이다. 우리가 '나의 생각'이라고 믿는 것들의 대부분은 사실 외부에서 유입된 '남의 관념'일지도 모른다.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관념을 퍼 올릴 때 신중해야 한다. 그것이 나를 살찌우는 양식인지, 아니면 나를 숙주 삼아 혐오를 퍼뜨리려는 기생충인지 확인해야 한다.

정보학은 데이터를 다루는 학문이지만, 그 궁극의 지향점은 '인간의 주체성 회복'에 있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보 리터러시라는 방주를 타고 '나만의 생각'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21세기 관념권 전쟁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나는 오늘도 연구한다. 사람들이 바이러스가 아닌, 지혜에 감염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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