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의 온톨로지 복음

by 김경훈

현대 기업들이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꼴을 보고 있으면, 문헌정보학도로서 실소를 금치 못하게 된다. 수조 원의 가치를 지닌 정보들이 각 부서의 엑셀 시트와 ERP라는 폐쇄된 서버 속에 갇혀 서로를 몰라보는 모습은 홉스가 경고했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아니라 '데이터의 데이터에 대한 고립' 상태라 할 수 있다. 이 난장판을 수습하겠다고 등판한 팔란티어(Palantir)는 사실상 현대판 정보 분류학의 종결자이다.



데이터 사일로: 인덱싱되지 않은 문명의 비극


기업 내 각 부서가 각자의 포맷으로 데이터를 쌓아두는 '정보 사일로(Information Silo)' 현상은 지독하게 반(反)정보학적이다. 누구는 날짜를 미국식으로, 누구는 한국식으로 적으며, 같은 제품을 두고도 부서마다 다른 고유 번호를 부여하는 행태는 도서관으로 치면 모든 책을 분류 기호 없이 바닥에 쏟아놓은 것과 다름없다.


스마트폰에서 '팔공산 떡볶이집'을 찾기 위해 사진첩과 카드 내역을 수동으로 대조해야 하는 고통은 정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검색 비용의 과부하'이다. 데이터는 넘쳐나지만 정작 필요한 맥락(Context)을 추출할 수 없는 이 '데이터 역설'은 현대인이 겪는 가장 비싼 형태의 지적 빈곤이다.



온톨로지: 실타래를 푸는 디지털 분류학의 정수


팔란티어가 제시하는 해결책인 온톨로지(Ontology)는 흩어진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합치는 노가다가 아니다. 그것은 데이터 간의 의미적 관계를 정의하여 '현실의 그림자'를 디지털 공간에 완벽하게 재구현하는 고도의 시맨틱 웹(Semantic Web) 기술이다.


이것은 문헌정보학의 '전거 제어(Authority Control)'가 한 단계 진화한 형태이다. '팔공산 여행'이라는 하나의 개체(Entity)를 중심으로 날씨, 위치, 결제 명세서라는 속성(Attribute)들이 거미줄처럼 엮이는 순간, 무의미한 데이터 조각들은 비로소 '정보'로 승격된다. 팔란티어는 기업이라는 거대한 도서관에 무질서하게 꽂힌 책들에 완벽한 상호 참조(Cross-reference) 태그를 달아준 셈이다.



AI 에이전트: 사서의 직관을 이식받은 알고리즘


과거에는 이러한 관계망을 구축하는 것이 숙련된 사서나 데이터 엔지니어의 고통스러운 수작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생성형 AI와 LLM이 이 지루한 인덱싱 작업을 대신한다. 팔란티어의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는 AI가 스스로 데이터의 맥락을 파악해 온톨로지를 확장하게 만든다.


잘 정리된 온톨로지 위에서 작동하는 AI는 환각(Hallucination)을 일으키지 않는다. 근거가 명확한 관계망 안에서만 답을 찾기 때문이다. 아무리 화려한 생성형 AI를 도입해도 기초 데이터가 뒤죽박죽이면 결국 이라는 정보학의 대원칙을 벗어날 수 없다. 팔란티어의 성공은 결국 '분류와 연결'이라는 기본기가 최신 기술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임을 방증한다.



팔란티어라는 현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술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의 구조라는 사실이다. 자신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아무리 비싼 AI를 사 와도 결국 '똑똑한 바보'가 될 뿐이다.


우리 사회가 쌓아 올린 이 거대한 데이터의 바벨탑이 언제쯤 팔란티어식 온톨로지를 통해 평화로운 정보의 광장으로 변모할지 궁금해진다. 물론 내 옆에서 규칙적으로 숨을 쉬며 '간식'과 '산책'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완벽한 온톨로지를 구축한 털 뭉치 동료는 이미 해답을 알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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