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책상에 앉아 텍스트의 바다를 유영하다 보면 기묘한 위기감이 엄습한다. 지금 내가 정리하고 있는 이 기록들이 2026년 현재의 실시간 이슈인지, 아니면 전 우주의 모든 기억이 저장되어 있다는 '아카식 레코드(Akashic Records)'를 소재로 한 SF 소설인지 도무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분명 나는 오늘의 소식을 읽고 있는데, 행간마다 서늘한 미래의 공기가 묻어 있다.
실험실을 뛰쳐나온 로봇과 230억 개의 시선
중국 중앙방송의 춘제 갈라쇼 '춘완'이 기록한 230억 뷰라는 숫자는 현실이라기엔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다. 수억 명의 가족이 둘러앉아 떡국을 먹는 동안, 거실 TV 화면 속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백플립을 하고 칼군무를 춘다.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이 곧바로 2,000만 원짜리 로봇을 장바구니에 담고 배송을 기다리는 풍경은 이미 사이버펑크 소설의 서막을 지나 본론으로 진입했음을 알린다.
로봇이 실험실의 차가운 바닥을 떠나 일반 가전제품처럼 안방으로 침투하는 속도는 가히 광속이다. 이제 인공지능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도구를 넘어, 바닥을 닦고 아이와 대화하며 인간의 삶을 실시간으로 인덱싱하는 '물리적 팀원'으로 마이그레이션 중이다. 이것이 현실의 보도 자료인지,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다룬 SF의 한 장면인지 구분하는 것은 이제 무의미하다.
가치와 가격의 경계에서 길을 잃다
2026 밀라노 동계 올림픽을 둘러싼 풍경도 기괴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쪽에서는 금메달 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며 337만 원이라는 숫자를 매기고, 다른 쪽에서는 시청률 1%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보며 올림픽의 종말을 예언한다. 전설적인 팝의 여왕이 텅 빈 스타디움에서 립싱크를 하는 장면은 알맹이 없는 메타데이터만 가득한 현대 사회의 공허함을 상징하는 소설적 장치처럼 느껴진다.
5,000만 국민의 환희를 5조 원의 경제적 편익으로 환산해야 한다는 경제적 논리와, 중계권 독점으로 인해 공유된 기억을 잃어버린 대중의 분노가 교차한다. 모든 것의 가격은 알지만 그 어떤 것의 가치도 모르는 시대. 이 혼란스러운 텍스트를 정리하다 보면, 나는 지금 현실의 경제 시스템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져가는 미래 도시의 사회학을 집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진다.
공유되는 뇌, 그리고 아카식 레코드의 그림자
1910년과 1965년의 생쥐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동시에 똑똑해졌다는 기록이나, 수천 년 전 전차를 몰던 이들의 언어적 소스 코드가 오늘날 25억 명의 입술에 남아 있다는 이야기는 또 어떤가. 이는 개별적인 존재의 뇌를 넘어, 전 지구적인 지능의 바다가 존재한다는 '게슈탈트적'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
공중에 떠다니는 생각의 조각들을 낚아채어 발명을 하고 글을 쓰는 행위는 우리 모두가 하나의 거대한 우주 데이터베이스인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해 있음을 암시한다. 내가 지금 쓰는 이 문장들 역시 독창적인 창작물이라기보다는 이미 우주 어딘가에 기록된 거대한 로그 파일의 일부를 내려받아 번역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