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내 모습이 그리운 게야
왜 그런지 요즘 자꾸 과거가 생각난다. 그래서 오래된 사진을 뒤적이고, 추억에 잠기기 일쑤다. 노래도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노래만 찾아서 들으면서 낄낄거린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냐고?
NO. 돌아간다면 얻는 것보다 잃을게 더 많아. 나는 삶을 꽤나 열심히 살아왔다. 돌아간다고 해도 난 비슷한 수준의 노력과 판단을 할 것이고 지금과 비슷한 삶을 살 것 같다. 특별히 후회되는 기억이 없다. 지금의 아내와 딸과 가족이 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에 돌아갈 수 있더라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과거가 그리운 것은..
그 시절의 자신의 모습이 그리운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오래된 친구가 좋은 이유도 예전의 자신의 기억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특이하다. 별로 친하지 않았던 친구나 계속 부대끼지만 나와 잘 맞지 않던 친구도 인연을 끈을 오랫동안 이어오다 보니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보다는 잘 맞고 친근한 마음이 든다.
언제적 친구가 가장 좋을까?
20~30대에는 "불알친구가 최고", "고등학교 친구가 최고"라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학 친구나 사회에서 만난 친구도 10년 넘게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어서 다들 오래된 소중한 벗들이 되었다. 그저 볼 수 있으면 좋고, 다들 무탈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비교해보면 지금의 내가 더 낫다. 아무것도 가진 것도 이룬 것도 없었던 20대 중반까지의 나는 혼자 밥벌이도 하지 못하는 겉모습만 어른이었다. 지금은 여러 가지 인생 관문(군대, 연애, 취업, 결혼, 출산과 육아)을 통과하며 이룬 것도 많다. 그런데 막연한 가능성만 가득했던 과거의 내 모습이 왜 그리울까?
신체적으로도 발전을 했다. 그때보다 살도 빠지고 몸도 더 탄탄해졌다. 생각도 더 깊어졌고 인생 경험도 더 쌓았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던 것은 아무것도 모르고 돈키호테처럼 겁 없이 달려들던 패기가 있어서일까?
그때의 나는 무모하고 거침없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리저리 부딪치며 많이 깨지고 경험했다. 자신감이 충만했다. 지금은 신중해졌지만 겁이 많아졌고, 생각이 많아지면서 추진력이 떨어졌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경험을 통해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더 그렇게 되겠지.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것이 두렵거나 슬프지는 않다. 다만 나이에 걸맞은 지혜와 인품을 갖추어야 하는데 나는 여전히 어리고 부족한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모든 것이 여유 있는 미래의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 올해 상반기까지는 재밌게 술술 글을 쓸 수 있었는데, 하반기부터 환경의 변화를 겪으며 미루고 미루다가 글을 써보려고 하니 안 써집니다. 작가의 서랍에 쓰다만 글만 쌓여가는데 써지지가 않습니다. 뭐라도 써보려고 마음속의 생각을 자판으로 두들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