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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Dec 17. 2018

문화 송년회 후기

별 거 있나? 밥 먹고 영화 보는 거지 뭐

현재 직장에서 아쉬운 것 중 하나가 회식이나 송년회 문화였다. 회식은 1차 술과 고기, 2차 맥주 한잔 아니면 노래방. 송년회는 1차 뷔페에서 식사하고 술 마시시고, 2차는 장기자랑 아니면 게임.


팀에서 막내였던 나는 수년간 계속 송년회 행사 담당이었다. 사회, 시상, 게임 준비 등도 나의 몫이었다. 


"맨날 편하게 즐기는 사람만 따로 있고, 힘들게 준비하고 사람 따로 있나?"


새로운 시도 문화 송년회

올해는 한번 바꿔보리라 속으로 벼르고 있었다. 드디어 회의시간에 송년회 안건이 나왔다.


"이번 송년회는 좀 다르게 진행했으면 합니다"

"뭐.. 아이디어 있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극장에서 영화 보는 문화 송년회 제안합니다"

"다른 팀에서 해봤는데 별로였어"


나이 많은 선임 선배 한 명이 반대했다. 술 좋아하는 중년 선배들의 반대를 예상했다. 그래서 반론 극복 방안도 미리 준비했다.


"요즘 트렌드가 술 많이 마시고 흥청망청 분위기 아니잖아요. 연말에 안전사고나 성희롱 사고 위험도 있고, 그룹에서 추구하는 기업 문화 개선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당연히 윗분들도 문화 송년회 좋아하시겠죠. 아~사원들 대상으로 설문 한번 해보시죠"


120명쯤 되는 직원들 대상으로 의견을 받았다. 7 : 3으로 문화 송년회를 선호하는 인원이 많았다. 

직원들의 의견 O
트렌디한 회식문화 O
윗분들의 선호도 O
계열사 활용할 수 있는 이점 O

이만하면 명분이 충분했다. 


"좋아! 장소, 비용 확인하고 추진해봐"


상사의 O.K가 떨어졌다.


백화점에 위치한 패밀리 레스토랑과 시네마와 협의를 마쳤다. 같은 계열사 + 대규모 인원이라는 이점으로 잘 진행되었다. 영화 상영시간 덕분에 평소보다 더 일찍 송년회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이점도 추가되었다. 직원들은 평소보다 1시간 일찍 귀가할 수 있다고 좋아했다.


저녁식사는 약간의 맥주와 양식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4인 기준으로 6인용 세트메뉴를 제공했다. 점장님과 협의해서 할인을 잘 받았다.

와인잔이 부족해서 와인을 드리지 못해서 아쉬웠다


송년회 끝난 후 반응을 들어보니 배불리 잘 먹었다고 한다. 


식사 후 영화 관람

영화관과 레스토랑이 백화점 내부라 이동이 수월했다. 극장에서 대관을 해서 직원들끼리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처음이었다. 상영 전에 옆 사람과 수다를 떨거나 떠들어도 눈치 볼 필요가 없으니 좋았다. 개인별로 팝콘, 커피, 생수를 준비해서 나눠주었다. 여기까지는 다 좋았다. 


모든 것을 깎아먹은 오점이 있었으니 바로 상영 영화 선택이었다. <보헤미안 랩소디>나 <국가부도의 날> 같은 인기 있는 영화는 이미 본 사람이 많아서 제외시켰고, 볼만한 영화들은 상영일이 12월 중순 이후였다. 시네마 측과 협의를 통해 정식 상영일보다 빨리 보려고 했던 <마약왕>은 시사회 일정이 연기되어서 아쉽게 상영할 수 없었다.


데스티네이션 웨딩? 

연말 + 크리스마스 + 로맨틱 코미디 = 송년회 뭔가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주연배우가 키아누 리브스. 


이게 웬걸. 영화는 난생 본 영화 중 최악이었다. 영화 상영 전까지 으쓱했던 나는 한없이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직원들이 수군거렸다. 뭐 이딴 영화가 다 있냐고? 누가 고른 영화냐고..


나는 수차례 직원들에게 죄송하다고 허리를 굽혔다. 정말 죄송한 마음이 절로 드는 영화였다. 영화 상영이 마치자 다들 지루함과 피곤함이 공존하는 표정으로 황급히 극장을 빠져나갔다. 



문화 송년회 시도는 절반의 성공만 거둔 채 막을 내렸다. 내년에는 기존의 송년회 방식으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시작은 좋았지만 마무리가 씁쓸한 하루였다. 내년 송년회는 또 다른 시도를 통해서 발전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P.S 준비하느라 고생 많이 한 슈퍼바이저와 업무 사원에게 감사드립니다.


    

※ 회식이나 송년회에 관해 쓴 다른 글들도 읽어 보세요^^

https://brunch.co.kr/@hoonlove030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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