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밍아빠 Mar 09. 2018

대세는 점심 회식이다!

점심 회식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작년 우리 부서의 성과가 좋아 시상금을 두둑하게 받은 적이 있다. 회식을 앞두고 사원들에게 물어보았다.


"같이 식사했으면 좋겠는데, 메뉴 날짜 정해 보세요"

"다 좋은데.. 회식을 점심때 하면 안 될까요?"

"저는 좋죠. 다른 분들 의견은 어떠세요??


나를 포함해서 우리 부서 직원들이 술을 좋아하지 않기에 점심 회식을 제안을 덥석 물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점심시간은 1시간. 회식하기는 부족하다. 상사에게 요청을 했다.


"이번 주 목요일 시상금으로 회식을 하려고 합니다."

"어! 그래. 상 받았지 밥 한 그릇씩 사줘"

"그런데 다들 저녁시간 내기 어려워서 점심때 식사 한번 하겠습니다."

"점심때 밥 먹으면 업무시간에 지장 있는 거 아냐?"

"평소보다는 점심시간이 길어지겠지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너 알아서 해라"


그리 탐탁지 않은 반응이었지만 일단 승인을 얻었다. 미리 예약한 식당에서 보쌈을 먹었다.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보니 점심회식이라도 양식의 선호도는 낮았다. 2차는 스타벅스로 갔다.


"아메리카노 말고, 먹고 싶은 것 시키세요."


직원들은 평소에 먹고 싶던 메뉴를 시켰다. 난생처음으로 스타벅스에서 10만 원이 넘는 결재를 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반응이 너무 좋았다. 회식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 점심시간을 1시간 30분을 초과했지만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며? 성과를 거둔 직원들이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다행히 상사도 터치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웃고 떠들었다. 나는 잠자코 구석 자리에서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관리자가 입을 열면 좋은 분위기가 깨질 것 같았다.


한참을 신나게 떠들던 직원들이 나에게 물었다.


"우리 다음에도 시상받으면 이런 회식 할 수 있어요?

"그래요. 그런데 경쟁이 치열해서 쉽지 않을 텐데요"

"이번에도 시상받았는데 또 못할 건 뭐예요?

"다들 해보자! 할 수 있다!"


직원들이 사기가 점점 고조되었다. 흐뭇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 점심 회식의 이점


1. 저녁시간 보장

기존 회식은 저녁 7시 이후 진행된다. 1차는 술과 고기. 2차는 맥주나 노래방. 빨리 마쳐도 밤 10시가 되어서야 끝난다. 하지만 점심 회식은 길게 한다고 퇴근이 늦어지지 않으니 부담 없다. 끝나고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상사나 관리자가 빨리 마치려고 한다.  

 

2. 술 마시지 않아도 된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달갑지 않겠지만, 젊은 사람들은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 마셔도 친구나 마음 맞는 사람들과 마시는 게 좋지. 회사 회식에서 마음 편히 술 마실리 없다.  


3. 회식비용 절감

점심시간 회식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술이 빠지고, 시간이 짧아지므로 전체적인 회식비가 줄어들게 된다. 회식비가 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회식 빈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자기돈 내고 모여서 회식을 하자는 사람은 많지 않다. 회사 회계, 경리 담당 부서장이나 오너라면 점심 회식으로 전환하면서 회식비를 줄이는 것을 고려해주셨으면 좋겠다.




직원들의 단합과 소통을 위해서 술과 회식이 필요하다?

관리자의 입장에서 경험에 따르면 회식하고 술 마신다고 단합이나 소통이 잘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소규모 단위로 점심식사나 차를 마시는 것이 소통하기 용이했다.


어색해서 술자리를 해야 친해진다?

술 깨고 나면 다시 어색해진다. 맨 정신에 소통하고 업무하고 친해져야지. 술기운 안 빌리고 못 친해지는 친화력으로 직장생활을 어떻게 하나? 술자리에서 허풍 떨고 목소리 큰 사람 별로 안 좋아한다. 업무시간에는 맥을 못 추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통상 회식은 술 좋아하는 사람, 일찍 퇴근하기 싫은 사람, 직급이나 직책 높은 사람 위주로 돌아간다. 그래서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많이 마시는 분위기가 퍼져있는 것 같다. 하지만 혼술 즐기는 사람, 저녁시간을 중시하는 사람, 술 마시니 않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회식문화도 변해갈 것이라 믿는다. 점심회식도 기존의 회식문화를 바꾸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난 계속 점심 회식을 고집할 것이다!



※ 스타트 업이나 깨어있는 조직에서는 점심 회식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지만, 제가 일하는 곳에서는 파격적인 모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시도할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보수적인 곳이 가장 변할 수 있는 점이 많다고 믿으니깐요.  







매거진의 이전글 멋있는 사람이 되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