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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Dec 13. 2017

송년회와 술자리

올해가 저물어간다는 신호

송년회가 다가온다.


송년회를 싫어한다. 송년회는 술과 사람 좋아하는 사람들이 술 마실 사람 만날 핑계로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예로 아버지는 술과 사람을 매우 좋아하신다. 달력을 보면 송년회, 망년회, 신년회라는 명목으로 달력이 빼곡할 만큼 표기가 되어있다.


하지만,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술자리가 많다는 것은 고역이다. 게다가 친구, 친목 모임이 아닌 회사 송년회일 경우 더욱 그렇다.


이번 달 회사 송년회가 자그마치 7개다. 계열사와 함께 일하는 업무라 여기저기 다 걸쳐있다. 젊지만 명색이 관리자라 직원들만 보낼 수도 없다.


그나마 직급과 연차가 올라가면서 요령을 부리고 있다. 내가 주관하는 송년회는 점심식사나 술 없는 송년회로 돌렸다. 팀 송년회도 문화행사로 바꾸려고 했지만, 상사의 반대로 실패했다. 


예전에는 송년회 때 주는 술을 거절 못하고 한잔씩 받아마셨으나, 이제는 안 마시고 버틴다.


"저는 술 못합니다."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한다면

강권하는 문화가 사라진 덕분이기도 하지만, 상사가 바뀔 때나 새로운 상급자와 자리를 하게 되면 마냥 거절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어쩔 수 없이 마신다. 주는 대로 마셔본다.


그러다가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고, 추운 겨울 주차장에 쓰러진 적도 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 상사에게 빠짐없이 이야기한다. 그 정도 술을 마시면 며칠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 상사들도 판단할 것이다.


"얘는 체질적으로 안되는구나"

"술자리에 부르지 말고 일이나 시키는 것이 낫겠다"


사실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것과 술자리에 빠지는 것은 한국 직장생활에서 마이너스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서 업무적으로 남들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 중이다.


술 안 마셔도 관계를 챙기는 방법

술자리가 아니라면 식사나 차 한잔 할 자리를 만들어서라도 관계를 챙기려고 한다. 그랬더니 아주 관계가 좋은 사람을 아니더라도 중간쯤은 갈 수 있었다. 참고로 젊은 사람들은 술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희망적이다.


술은 친구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실 때가 즐거운 법이다. 인터넷상에 사이다 같이 시원한 글을 봤다.


"전국의 차, 부장님들! 부하직원들이 부족한 건 같이 술 마실 사람과 술 마실 돈이 아니라 당신이 뺏고 있는 시간이다."




술자리에서 술을 안 마시고 관찰해보면 다양한 유형의 진상들이 있다.


술자리에서 날아다니는 사람

가장 싫어하는 유형이다. 이런 유형은 대부분 무능하거나 평소 때 관계가 안 좋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술자리에서 목소리 높이고, 분위기 타면서 만회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사람들을 이해하고 잘하겠지 하고 믿었다. 이런 사람들의 의지력은 딱 그 술자리까지 만이다. 다음날 출근해서 업무를 할 때는 다시 돌아간다. 여전히 무능하고, 관계가 나쁘다. 가장 경계해야 할 유형이다.

 

술버릇 나쁜 사람

평상시에는 젠틀하고 일도 잘한다. 하지만 술만 마시면 욕설, 폭언, 폭력, 울부짖는 행동 등 돌변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유형은 처음에 술을 잘 못 배운 유형이다.


그래서 처음 술을 배울 때 어른들에게 배우라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람들은 맞대응하면 안 된다. 영상을 찍어두거나 달래서 빨리 집에 보내야 한다. 다음날 되면 고개를 푹 숙이고 찾아오거나, 기억 안 난다고 딱 잡아뗀다. 이런 사람들하고는 술을 마시면 안 된다. 술버릇은 고쳐지지 않더라.




내가 술을 안 마시는 이유

1. 술을 못 마신다.

다음날이 힘들다. 컨디션도 안 좋고,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 유익한 부분이 별로 없다.


2. 시간이 아깝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운동할 수 있는 시간, 책 읽고 글 쓰는 시간, 휴식을 취하는 시간 이런 것들을 희생해야 하는데, 대체 왜 마시겠는가?


3. 돈이 아깝다.

회식이야 회삿돈으로 한다고 쳐도 2차, 3차, 대리운전, 택시비 등 술 마시면 돈을 낭비할 수밖에 없다.


4. 실수하고 싶지 않다.

술은 실수를 부른다. 취하면 긴장이 풀리고, 자제력이 떨어진다. 두려움이 잠시 사라진다. 가끔은 아픔을 느끼지 못할 때도 있다.


이런 이유로 되도록이면 술을 안 마시려고 한다.

일 잘하고 관계 좋고 잘 나가다가 술 때문에 한방에 훅 가는 사람들을 봤다.


"말실수, 음주운전, 폭행, 성희롱, 성매매"


리스크가 매우 크다. 남 욕할 것 없다. 본인도 술김에 선배 눈탱이를 때리지 않았는가?


https://brunch.co.kr/@hoonlove0303/656




술자리에서 술 안 마시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행동도 있다.

1. 술잔이 비면 잘 따라준다.
2. 고기 굽거나, 부족한 음식을 잘 챙겨준다.
3. 술 안 마셔도 술은 받는다.
4. 건배할 때 음료수라도 들고 잔을 부딪친다.
5. 이야기를 잘 듣고 리액션을 잘 취해준다.
6. 술자리가 끝나면 잘 챙긴다.


술 안 마시고 미운털 안 박히기 위해서는 이런 행동이라도 하는 것이 낫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직장 생활해야 할까?


https://brunch.co.kr/@hoonlove0303/432




지금은 이런 문화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없다. 그렇다고 시원하게 직장을 때려치울 돈과 용기도 없다.


참고 버티면서 힘을 길러서 이런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오른다면 그때 지금보다 나은 술자리 문화를 만들어야겠다.



※ 지금 술자리 문화도 과거보다 많이 개선된 것입니다. 그래서 희망적입니다. 우리 자녀들이 직장 생활할 때는 이런 술자리 문화가 전설같이 여겨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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