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나이차가 많지만 격 없이 대해주는 선배(멘토)가 있다. 나이를 초월한 우정이랄까? 선배는 신입 때부터 내가 좋다고 하셨다.
선배님 왜 저한테 잘해주세요?
이유 없이 좋은 놈도 있고, 이유 없이 미운 놈도 있는 거야.
맛있는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대화를 자주 한다. 나 또한 선배의 업무지원나 개인적인 부탁이라면 거절하지 않는다.
20년 이상의 경험이 녹아있는 업무방식이나 처세에 대한 충고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 연장자가 해주는 애정 어린 충고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경험하지 않고는 모른다.(특히 부장, 임원과 오래 근무하셨고, 친분이 두터워 업무, 개인적 성향까지 나에게 코치를 해주신다)
선배가 나에게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말이 있다.
1. 높은 위치에 서라.
윗사람은 갑질을 하든, 모범이 되든 선택할 수 있다. 아랫사람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불합리한 것과 개선하고 싶은 것은 나중에 높이 올라가면 할 수 있다. 일단 묵묵히 일하면서 제때 진급해라. 공감이 되지만 진급 경쟁은 상당히 치열하다.
2. 자기 계발해라.
선배도 퇴근 후 어학 학원을 다니고, 자격증 공부를 하며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나에게 어학자료도 주고, 공부하는지 수시로 체크를 한다. 자기계발은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상사한테 맞서지 마라.
나는 상사에게 맞선 적이 한 번도 없지만 회사 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특히 공개석상에서 맞서다가 댓가(?)를 치르는 것을 보았다. 상사가 틀릴 때도 있다. 그때는 앞에서 수긍하고, 나중에 따로 말씀드려도 충분하다. 자세나 방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4. 술자리에 빠지지 마라.
여기서 선배와의 의견 차이가 있다. 나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생각하고, 선배는 회사에 충성을 우선시한다. 생각의 차이는 다르지만, 절충하고 웬만하면 참석하되 일찍 귀가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최근에 업무성과에 관련된 걱정을 선배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10분 만에 아주 명쾌한 답변을 받고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니 힘으로 할 수 있어? 안되면 걱정도 하지 마!
걱정하던 일은 생각보다 잘 해결되었고, 나는 다른 업무에 집중해서 성과를 만회할 수 있었다. 선배가 내 상사 거나 임원이라면 이런 관계가 가능했을까? 가끔 선배의 훤칠한 키, 2:8 가르마, 넉넉한 인품을 떠올리며 '저런 분이 임원이 되었어도 참 괜찮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아쉽지만 또 곁에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