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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Feb 20. 2018

상사를 수행할 때 신경 써야 할 것

수행(遂行)은 곧 수행(修行)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상사를 수행해야 할 때가 있다. 별로 달갑지 않은 일이다. 불편하고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사와 단둘이 있다 보면 유용한 정보를 습득하기도 하고, 유익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돌이켜보면 군대에서 직장까지 상사를 자주 수행했다. 나에게 약간 보좌관스러운 면이 있나 보다.  


상사를 수행하면서 몇 가지 습관이 생겼다. 이게 정답은 아니지만, 실행해보고 나쁜 것은 바꾸고, 괜찮은 것은 재활용하면서 남은 것들이다.




첫째, 말을 많이 하지 말자!

침묵의 어색함이 싫어서 이런저런 대화를 시도하다가 실수한 적이 있다. 상사가 몰라야 되는 동료들 간의 말이 새어나가거나 불편한 주제가 나오면 좌불안석이 된다. 그냥 입을 다물자. 묻는 말에만 대답하자.


경험에 따르면 말이 많은 상사, 과묵한 상사 둘 다 말 많은 부하직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말이 많으면 가벼워 보인다. 가볍다는 것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사가 답답해서 털어놓고 싶은 말도 말을 옮길까 봐 편하게 하지 못한다. 둘이 이야기할 기회는 이동 중에 많은데 통상 상사들은 피곤해서 쉬고 싶어 할 때가 많았다. 옆에서 영양가 없는 말을 조잘되는 것보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나았다.


둘째, 복장은 깔끔하게 갖추자! 사내 복장 규정은 비즈니스 캐주얼이지만, 특별한 일이 없다면 노타이의 정장을 고수한다. 외부 미팅이 잦고, 사람들을 만날 때는 옷을 잘 입는 것보다 그냥 무난한 정장이 낫다. 상사를 수행할 때도 깔끔한 정장이 좋다. 너무 튀거나 편안한 복장은 호불호가 갈린다.

 

셋째, 질문에는 '모르겠습니다'라는 답변보다 '확인해보겠습니다'라는 답변이 낫다. 

검색하거나 확인하고 반드시 빠른 시간 내에 답변 해주자. 상사를 수행하는 과정은 단순 수행이 아니라 업무 보조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더 어렵고 불편한지도 모른다. 간혹 상사가 미팅 중에 답변하지 못하는 내용을 준비했다가 자료를 내밀거나 살짝 알려주는 것을 상사가 상당히 고마워한 경험이 있다.   


넷째, 겸손과 무관심한 척 하자!

가끔씩 상사가 업무나 태도에 대한 칭찬을 할 때가 있다.

"챙겨주신 덕분입니다" "아직 부족합니다" 같은 겸손한 발언이 낫다. 칭찬한다고 신이 나서 떠드는 우를 범할 필요가 없다.

 

가끔은 떠도는 소문이나 사내 인물에 대한 의견을 물어볼 때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같은 답변이 무난하다. 상사 앞에서 남의 욕을 하거나 정보통 같은 이미지는 좋은 인상을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내 인물이 상사와 원수 같은 사람인데 칭찬하고 친분을 내세우는 것도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남을 경험했다.     


다섯째, 무조건 얻어먹지 말자!

상사를 수행하다 보면 같이 식사하거나 차를 마실 기회가 있다. 무조건 상사가 내게 하는 것보다 적당히 사는 것이 낫다. 상사가 사비로 결제를 할 수도 있고,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사에게 밥이나 차를 사는 것은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한다. 부하직원이 나에게 밥이나 차를 샀다는 것을 꽤나 인상 깊게 생각할 것이다. 밥을 사면서도 생색은 내지 말자.

"항상 얻어먹기만 해서 작은 것 한번 사야죠" 얻어먹는 사람의 마음도 편하게 해주는 멘트가 좋다.


여섯째, 포지션을 잘 잡자!

상사와 걸어가는데 나란히 걸어가거나 앞서가는 사람이 있다. 격 없이 대하는 상사라도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대각선 뒤쪽이면 된다. 문 열어줄 때만 잠깐 앞으로 나가자. 차에서도 상석이 어딘지 미리 알아두고 내가 상석에 털썩 앉는 실수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식당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사를 구석이나 입구에 앉히는 실수를 하지 말자.  



일곱째, 예스맨이 아님을 보여주자!

가끔 나에게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상사가 있었다. 그럴 때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웃으며 실행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저는 개인적인 심부름 하지 않습니다."라고 거절하지도 않았다.


무표정하고 사무적인 말투로 아주 천천히 되물었다.


"팀장님 담배를.. 제가.. 사 오면 됩니까?"


대개는 나의 표정과 행동 변화를 감지하고 무안하게 웃으면서 "한 번만 부탁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본인도 아는 것이다. 이런 것을 시키면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팀장님 지시니깐 특별히 하겠습니다"


라고 하는 것과 무조건 예스맨처럼 "네, 알겠습니다"만 입에 달고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권위적인 상사부터 격 없이 대하는 상사까지 두루 겪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수행할 때 일곱째를 제외한 여섯 가지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한테 이렇게까지 안 해도 돼"라고 하셨지만 내심 흐뭇해했다.


과도한 의전은 분명 없어져야 한다. 하지만 의전을 없앤다고 예의까지 없애버리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겠다.


의전은 받는 사람들이 줄여가야 한다. 파격적으로 없애버린다면 좋겠지만 아직 그런 분들이 많지 않다. 의전은 나쁜 것이라고 얼굴 붉히며 비난하는 사람들은 수행받는 위치가 아니라 수행하는 위치의 사람들이 많다. 사내 의전은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는 식당에서 종업원이 친절하지 않다고 화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글 읽으시는 분이 수행받는 위치라면 불필요한 의전은 줄여주시고, 수행하는 위치라면 꼭 기억해두었다가 높이 올라가면 부하직원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대문 이미지 출처 :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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